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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

베른라이프

by 키다리쌤

십여 년 전 스위스 올 때만 해도 현지 학교에 아이를 보냈다. 역시 초보만 겨우 면한 독일어 실력으로 마트며 병원이며 학교며 여기저기 다녔다. 학교에서 만난 엄마들 역시 외국인들도 많았고 난민들도 있고 나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다들 고군분투하고 있어서 어렵지만 서로 돕고 사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한국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않았던 국제 학교에 보내며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해외 대학 출신이거나 부유한 학부모들을 만난다. 초보는 아니지만 중간 그 어딘가의 영어 실력으로 역시 학교며 병원이며 마트며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여기저기서 받는 영어 못하는 것에서 오는 그리고 동양인이기에 받는 무시에 익숙해져 갈 만도 한데 어느 순간부터는 분노가 쌓여 가고 있다. 나도 한국어는 참 잘하는데 한국에서는 선생님이었는데 보여줄 수도 없고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 생각을 바꾸는 것 밖에 없어 보인다. 남의 생각은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긍정적인 생각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머릿속을 맴도는 성경 구절을 자꾸자꾸 되새겨 본다.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1‬-‭13‬)


스위스에서 즐겁게 생존할 수 있기를…

그리고 3년 후 돌아갈 때는 멋진 추억으로 남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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