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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생일 파티

베른라이프

by 키다리쌤

쌍둥이 딸들 생일 파티를 했어요. 반 여자 아이 전체를 초대했지요. 전체라고 해봐야 열명 남짓이기 때문에 다 부르기로 했어요. 사실 저번에 둘째가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누군가 소외되지 않도록 다해보자고 쌍둥이를 설득했어요. (저 같은 엄마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늘 초대 못 받는 것은 슬픈 일이잖아요.)


원래 스위스는 한 달 전부터 약속을 왓츠앱을 통해서 알려오는데 아이들 초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다가 생일 2주 전에서야 아이들과 초대장을 만들어 보냈어요. 그리고 생일파티 2일 전에 다시 왓츠앱에 올 수 있는 사람 알려달라고 엄마들에게 메시지를 보냈지요.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번개 볶듯이 일을 해나가는 한국식으로 연락을 취했어요. 그럼에도 엄마들이 금방금방 그날 거의 연락을 보내왔어요.


그리고 한국식 음식을 준비했지요. 김밥과 김말이, 왕갈비 만두, 유부초밥, 불고기 그리고 어묵국을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잘 먹기는 했지만 음식들이 조금씩 짰는지 밥을 조금 주었더니 금방 다 먹어 버려 미리 해둔 밥이 없어 아쉬웠어요.


금세 아이들은 피냐타를 터뜨려 사탕과 젤리, 초콜릿도 실컷 먹었어요. 먹으면서도 요새 유행하는 유로비전 노래를 흥얼거리더니 아예 TV 큰 화면으로 유튜브를 틀어 시청하며 춤을 따라 추었어요. 특히 에스토니아팀인 “Espresso Macchiato” 노래와 춤이 재밌네요.


한참 춤을 따라 추다가 지루해지자 밖에서 “보물찾기”하자고 했어요. 한국 선물을 준다고요. 어제 한복키링, 한국 전통 부채, 지우개를 포장해 놓았거든요. 집 앞 공터에서 보물 찾기를 한 후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지요. 원하는 맛의 아이스크림을 Coop 슈퍼에서 골라 집 근처 대학교 정원에서 나무 그늘에 앉아 먹었어요.오늘따라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오렌지 색 모자와 정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짓궂은 아이들이 배경 화면에 브이 손표시를 하며 사진 속으로 들어갔어요. 사진 찍는 분도 씩 미소를 지으셨으니 그다지 기분 나쁜 장난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들과 동네 한 바퀴 돌고 돌아왔죠. 만으로 열 살, 열한 살 이 나이 아이들은 나뭇잎만 떨어져도 깔깔깔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집에 오자마자 선물을 뜯어보았어요. 체육 가방, 젤리, 컵, 인형, 손 씻는 젤리 등등 다양한 선물도 반가웠지만 아이들의 손 편지가 인상 깊었어요. 특히나 유럽아이들에게 생소한 언어 한글로 쓴 편지들은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어색한 한글 단어가 하나하나씩 보이지만 번역기 돌려가며 고생했을 그 수고를 생각하면 고맙고 고마운 친구들이에요. 직접 카드를 붓으로 그리고 만든 아이도 있고요. 정성껏 쓴 편지와 카드들이 선물들보다 더욱 소중해 보여요.


이제는 진정한 놀이타임이 시작되었어요. 닌텐도 위를 꺼내 마리오 카트를 하는 아이들 한 무리, 젠가로 도미노를 만드는 또 한 무리 그리고 엄마인 저는 ‘민들레 먹는 사람’(생일 카드에 이렇게 적어놓았어요.)과 공기놀이를 했어요.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한국식 진정한 공기놀이를 가르쳐 주었어요. 소싯적에 좀 놀았던 경험을 되살려 알려주었죠. 엄청 집중해서 공기놀이에 참여하는 ‘민들레 먹는 사람’과 그렇게 친구가 되었어요. 공기 실력에 맞게 저는 20살, 친구는 5살에 먼저 도달하기로 내기를 하고 4라운드까지 내기를 했는데 네 번 다 ‘민들레 먹는 사람’이 이겼어요.


오후 5시에는 밖에 나가 놀기로 해서 공기를 접고 집 앞 공터로 나갔어요. 배드민턴, 핑퐁, 하늘로 날리는 조그만 로켓 이렇게 들고나가 조금 놀았어요.


금세 케이크를 안 먹었다고 먹겠다는 아이들과 다시 들어와 케이크를 잘라먹으며 부모님이 오시는 것을 기다렸어요. 그동안 “폭삭 속았수다.“를 시청했지요. 한국 정서를 이렇게 잘 소개한 드라마가 또 있을까요? 진짜 조금 맛보기만 보다가 아이들은 다 집에 갔어요.


여기서는 생일파티를 3시간 남짓 한다는데 쌍둥이들이 초대장에 1시부터 6시라고 써서 너무 길다고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냐고 고민했었는데 오늘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버렸어요. 반 아이들과 엄마인 저 또한 즐거운 하루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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