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의 밤

IB학교 이야기

by 키다리쌤

저번 금요일 저녁 학부모 행사로 ‘퀴즈의 밤‘이 있었어요. 학부모 행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한 마음도 있지만 영어로 진행되고 기초 상식도 유럽, 미국인들과 달라 어차피 꼴찌 하지 않을까?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와중에 학년 대표 엄마가 참석하자는 제안을 해서 갈까 말까 고민하는 마음에서 가자는 마음으로 굳히고 왓츠앱으로 전달되어 온 구글 문서를 통해 등록을 했지요.


그래도 우리 집 ‘백과사전’이라고 불리는 첫째에게 꼭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죠. 그리고 삼둥이들한테도 우리는 참석할 것이라고 전달해 주었어요. 그런데 퀴즈의 밤 전날 둘째는 반 아이들 아무도 참석 안 한다며 참석하지 말자고 졸랐지만 단호히 안된다고 말했어요. 이미 등록했고 간다고 약속했는데 사소히 마음이 바뀌었다고 쉽게 약속을 어기면 누가 우리랑 약속을 하겠냐며 꼴찌해도 되고 형도 같이 가기로 했으니 즐겁게 가자고 달랬지요.


드디어 퀴즈의 밤! 행사 날이 되었어요. 원래 규칙은 한 팀에 6명까지였는데 막상 이 날에는 아이들끼리 구성된 팀, 어른들끼리 구성된 팀, 가족과 아이 친구들이 결합된 팀 등으로 자유롭게 한 팀에 3~8명 정도로 구성되었어요.


우리 가족도 쌍둥이는 친구들 가족과 한 팀이 되고 나머지 가족은 둘째 친구랑 한 팀이 되었어요. 첫째 아이는 피곤해서 집에서 낮잠을 자고 온다더니 결국 안 왔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는 좀 심란하더라고요. 그래도 꼴찌 하더라도 즐겨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저희와 한 팀이 된 둘째 친구가 은근 분위기 메이커네요. (반 친구들 안 온다더니 2명이나 더 왔어요.) 옆에 있는 형님들 팀을 놀리면서도 은근 상식이 풍부해서 우리 팀에서 글씨를 쓰는 담당이 되어 미술 상식, 음악 상식 등등 라운드마다 진행되는 진행되는 퀴즈 답지를 제출했어요.


퀴즈는 여러 분야에서 출제되었어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같은 유명한 미술 작품을 보여주고 그림 제목과 화가를 맞추는 미술 퀴즈, 아바의 ‘댄싱퀸’과 같은 노래의 일부를 듣고 노래 제목을 맞추는 음악 퀴즈, 역사적인 상식 퀴즈, 유명 건축물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추는 건축 퀴즈, 스위스 칸톤 마크를 보고 칸톤 이름을 쓰는 퀴즈 등등이 있었어요.


음악 퀴즈, 미술 퀴즈가 막 끝날 무렵 각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답지를 다른 팀에 넘기고 채점을 하게 하고 점수를 매겨 전체 사람들이 결과를 공유했는데 저희 팀은 2라운드까지는 따놓은 꼴찌였어요. 저랑 남편이랑 음악은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아무래도 유럽인들이 즐기는 음악과 한국인들이 듣던 음악은 다르니까요.


이 무렵 헐레벌떡 한 사람이 뛰어들어왔어요. 놀랍게도 첫째 아이였어요. 잠에서 깨자마자 뛰어 왔다는 아이는 단번에 퀴즈의 분위기를 바꿔버렸어요. 씨름에서 엎어치기 하듯이 3라운드 역사 상식부터 우리 팀을.

1등 팀으로 밀어버렸지요. 건축 퀴즈에 이어 마지막 라운드 칸톤 마크를보고 스위스 칸톤 맞추는 것도 두서개 남편이 헷갈려하던 칸톤 이름을 수정해서 다 맞도록 도왔지요.


그러나 결국 1라운드부터 5라운드까지 합산으로 우승이 정해지는 거라서 결국 8팀 중에 결국 4등을 했어요. 꼴찌 할 줄 알았는데 급기분이 좋아졌어요.


퀴즈를 하던 중 조금 서운했던 것은 퀴즈를 내던 선생님이 우리 팀이 스위스 칸톤 이름을 다 써내자 당연히 핸드폰으로 커닝했을 것이라 확신하는 마음이었어요. 남편과 첫째는 평소에 핸드폰으로 칸톤 맞추기 퀴즈를 자주 해서 칸톤이름과 마크를 알고 있었거든요. 스위스인 아빠 한 명이 다 맞추고 우리 팀만 다 맞췄는데 우리 팀은 당연히 커닝했을 거라는 선생님의 마음이 찐한 여운으로 남았어요.


그리고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서 알게 모르게 아시아인이라는 편견과 무시를 버티면서 학교 생활을 할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퀴즈의 밤’ 행사에 다녀오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잘 다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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