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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Jun 11. 2022

시간선택제 교사

-육아휴직기 2-

올해 시간 선택제 교사로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아침마다 아이들 챙기시랴

식사 준비하시랴 집안일하시랴

친정아버지 가게까지 나가시는

친정어머니를 위한 결정이었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희생을 먹고 자란다.

저절로 씨뿌리면 자라나는 식물이 아니다.

아니 집안의 식물도 누군가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때에 맞춰 물줘야지 햇빛 보게 해줘야지

쉽지 않다.

하물며 아이들은…

먹이는 것, 입히는 것, 가르치는 것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작년에는 막내 동생이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았다.

코로나19로 2년간 우리집에서 머물던 동생은

올해 2월 자신의 나라 네팔로 돌아갔다.

우리집 살림에 어머니 살림에 아버지 가게까지

연로하신 나이에 힘겨울 모습이 그려졌다.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월, 화, 수 3일만 우리집에 오셔도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늘어나는 것만 같아 안쓰럽다.


시간선택제는 40시간의 딱 반만 근무하고

월급도 딱 반이어서

월급날 딱 하루 잠깐 우울하고

나머지 날들은 웃으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써 시간 선택제는

최고의 제도라고 생각한다.

육아와 일 두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년전 스위스에 갔을 때

첫째 아이반에 유치원 선생님 2분이

일주일 중 요일을 나누어 근무하고 계셨다.

아마 스위스에서는 이런 시간선택제가

교사뿐만 아니라

많은 직업들에서 유연하게 실시되는 것 같았다.

첫째 아이 유치원때 수영 수업에서 아빠들까지 수업에 참여하러 종종 나오는 것을 보면 아이엄마 뿐만 아니라 아빠들까지 육아에 참여하는 것을 중시하는 스위스의 노력이 느껴졌다.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소수의 직업를 제외하고

마음껏 3년의 육아 휴직을 하거나 시간선택제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은 거의 없다.

 

경력의 단절은 그 계통의 일을 이어서 할 수 없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친한 아이 엄마 중에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20년 넘게 근무하던 언니가 있었다. 힘겹게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는 '육아'에 대해서 '일하는 엄마'에 대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이 "엄마" "엄마" 외치는 소리를 외면하고 일해야 하는 엄마들, 아플 때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일하는 어린 아이들의 엄마들이 경력 단절 없이 시간 선택제로 유연하게 아이들을 돌보며 경력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린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근무하되 경력을 유지해 주는 것이 아이의 삶과 엄마의 삶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동시에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임을 확신한다.


20년 전 내가 다니던 학교가 토요일날 쉬는 시범학교로 선정되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토요일날 학교에서 수업을 했다.  

'토요일에 그냥 쉬면 되지 무슨 시범학교가 필요할까?'

혼자 생각했었는데 그 당시는 2주에 한번씩 토요일에 쉬는  시범학교를 선정하고 그 학교들 먼저 쉬기 시작했다.

이제는 토요일도 학교 나갔다는 것을 추억 삼아

"라떼는 말이야"하며

토요일날 학교 나갔던 나이 좀 있는 교사,

토요일은 당연히 쉬는 날로 여기는 젊은 교사를

판가름하는

가르는 기준으로 사용하지만 말이다.


학교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 나간 토요일 휴무 제도처럼 어린 아이 엄마들을 위한

시간선택제 근무 또한 이 사회 곳곳에 퍼져 나가길 간전히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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