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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 가자! (몰레종)

by 키다리쌤

어제는 아이들과 별을 보러 다녀왔어요. 하루 지난 오늘도 한동안 남아 있던 석양, 별이 빛나는 밤하늘, 기다림 끝에 떠오른 달과 함께 감미로운 적재의 ‘별 보러 가자.‘ 노랫말이 머릿속에서 맴도네요.


며칠 전 먼저 다녀온 지인이 매직패스가 있다면 꼭 다녀오라고 추천해 주었어요. 지금은 여름이라 덥지만 산꼭대기는 춥다고 패딩을 챙겨가라 했죠.


그래서 일요일에 교회가 끝나자마자 5시에 시간이 딱 일 것 같아서 바로 차를 몰고 갔어요. 한 여섯 시 애매한 저녁 시간!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산악기차에 우리만 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사람들이 제법 와서 산악기차의 절반은 태워서 올라갔어요. (역시나 다들 매직패스로 티켓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현지인들이 별보러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올라가면서 보이는 산도 장관이더라고요. 끝에 올라가니 산악자전거 코스가 보여요. 굽이굽이 초록색 잔디밭 사이사이 황토색 자전거길이 만만해 보였어요. ‘우리도 산악자전거 타자!’ 고 했더니 운동 꽤나 하는 남편이 쉽지 않다고 만류하네요. 잘못 넘어졌다가는 한동안 일어나지도 못한다면서요. 그래도 자전거가 유명한 스위스에서 도전도 못해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나 이 날은 너무 늦게 올라왔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한번 더 곤돌라를 탔어요.

곤돌라를 타고 또 한참 올라가니 이제는 산 정상이에요. 여기에도 레스토랑이 있어서 치즈퐁듀 냄새가 찐하게 나네요. 저녁을 안 먹고 왔다면 간절히 먹고 싶었겠지만 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하나씩 먹어 배가 불러서 간단한 감자튀김을 먹으며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석양을 보며 맥주 한잔, 혹은 퐁듀 또는 다들 음료수 한잔씩 하며 지는 해를 바라봐요. 늘 보는 해인데 지는 해를 이렇게 자세히 보는 것은 참 오랜만이에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저와 같은 사람도 그리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들과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어요. 동그랗고 빨간 조그마한 해가 지고 바로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수평선 근처로 진한 주황색 그러데이션 줄을 만들며 빛내고 있었어요.

이때쯤 계단을 걸어 레스토랑 꼭대기에 올라가 보았어요. 구덩이 슝슝 뚫린 쇠로 된 격자 무늬 바닥 밑 엄청난 높이가 무서워서 쌍둥이는 금방 내려가고 남편이랑 둘째랑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지도를 따라 몽블랑 등등 유명한 산들을 찾아보았어요.

한국의 산들은 아기자기하고 또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지만 스위스의 산들은 확실히 스케일이 달라요. 커다란 산들 앞에서 저 멀리 언덕 산책로에서 걷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이지요. ‘과연 산다는 게 뭘까?’ 때론 조바심 내고 잘났다고 우쭐대는 것도 이 장엄한 산들 앞에서는 사소해 보여 저절로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해가 지고도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별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레스토랑 위 소파에 누워 별을 세는데 둘째는 국자 모양 북두칠성을 발견했다며 저게 맞냐고 묻네요. 그러자 남편이 국자 모양 끝부분에 북극성을 찾아 주었어요.


해가 지자 달은 언제 뜨냐며 쌍둥이들이 물을 때는 한참을 기다려도 안 보이더니 언제 떴는지 동그란 보름달도 보였어요. 연신 별과 달을 사진 찍던 아이들과 시계를 확인해 보니 벌써 10시 가까이 되었어요.

11시가 막차라고 했으니 혹시 모르니 조금 일찍 내려가기로 하고 10시 30분 곤돌라에 탔어요. 사람들은 꽉꽉 태운 곤돌라, 그리고 산악 기차를 타고 돌아왔지요.

이날 패딩도 챙겨가고 옷은 단단하게 입고 챙겨가서 춥지는 않았지만 석양을 제대로 보고 싶은데 선글라스를 깜박 잊어 지는 해를 볼 수 없어 아쉬웠어요. 별 보러 가신다면 기왕에 석양까지 보신다면 선글라스도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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