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일 년을 살고 나니 보이는 것들

by 키다리쌤

일 년이 지나니 일단 마음이 참 편해졌다. 딸들과 자주 가던 목욕탕도 같이 산책하던 친구들도 생일을 축하해 주는 가족들도(엄마, 아빠, 언니, 동생 등등) 없는 이곳에서의 처음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힘들었다.


어딜 가나 처음 보는 사람들, 그리고 낯선 언어 영어와 독일어, 외식하기 어려운 물가,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스트레스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6개월이 되던쯤 허리가 아파서 걷지 못했다. (예전에도 한번 그런 적이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허리가 아파 못 걸었다고 믿었던 순간이 있었다.) 모든 불행이 스위스에 살게 되면 서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 순간이 바닥이었다. 바닥을 탁 치고 그 이후의 생활은 쭈욱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백만 번 실패해야지 마음먹고 도전한 영어, 어눌한 영어지만 학부모회 행사를 같이 도와주며 생긴 엄마 친구들, 학부모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 약속하면 얼굴을 꼭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쌓이니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쉬워졌다. 그리고 포기할 것은 내려놓으니 마음 또한 편해졌다. 어차피 물 건너간 외식! 집에서 차리는 간단한 식사, 아이들과 산책하며 보내는 단조로운 주말, 일요일마다 가는 교회 주일 학교까지 받아들이고 나니 일상도 소소하지만 즐겁다.


일 년이 지나 편해진 지금 스위스가 좋아지는 이유는 참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여유로운 사람들 때문이다. 어딜 가서나 보행자 길에 들어서면 차가 멈춘다. 어서 건너라는 눈짓에 웃어 보이는 사람들 참 희한하게 이런 모습들이 참 정겹다. 마트나 길거리에서도 혹시 다른 사람의 길을 방해하게 되면 미안하다며 먼저 가라며 손짓하는 사람들! 물론 백 퍼센트의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들이 정겹고 다시 또 오고 싶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도 이제야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너무 잘 지내고 주말마다 어울려 다녀서 스위스에 처음 와서 한동안 혼자 지내며 우울해했었는데 가족이라는 힘은 어디서나 강력한 정서의 울타리이자 파워가 된다. 어차피 놀 친구 없어도 아이 넷인 집이니 우리끼리 놀면 되었다. 그러다 친구 중에 누군가 우리 집에 오고 싶다고 하면 초대하고 수영장도 함께 가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서서히 아이들도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고 봐야 할 것 같다.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는 말이 나올지 말이다. 한국의 교육과 다르게 여기는 교육도 여유롭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은 수영, 가을에는 캠핑을 가는 이 학교에서 삼 년을 지내면 아이들은 분명 돌아가기 싫어할 텐데 아이러니 하게도 바로 가장 돌아가기 싫을 때 우리는 한국에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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