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기-
영국으로 가족여행 갔을 무렵 어학연수 간 남편은 기숙사에 살다가 무료하고 심심하다며 영국 현지인 교회 집사님 댁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다. 남편을 받아준 고마운 집사님 부부는 나이 지긋한 백발의 영국인으로 남편 집사님은 정원관리사, 아내 집사님은 간호사로 일하고 계셨다. 한국이나 영국 정서로는 아니 어느 정서로도 이해가 안 되겠지만 집사님 부부는 우리 남편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그렇게 남편은 그 집에 손님이면서 식구처럼 지내며 가끔씩 라면도 끓여드리고 교회 이사도 도와드리며 어학원에 다녔다.
영국으로 여행 가서
남편이 다니는 어학원에 들어가 보았다. 선생님들께도 인사드리고 같이 공부하는 학생들도 만나보았다. 20대에서부터 30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각양 각국의 젊은 청년들이었다. 어학원 길에서 만난 일본 청년들이 남편이 쉬는 시간에도 영어로 열심히 말하고 배우려는 열심이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었다. 선생님들도 점수가 가장 높은 학생이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40대의 가장이 간 어학연수라 최선을 다했나 보다.
남편을 받아주신 것도 감사한데 교회 집사님 부부는 우리 가족을 위해 숙식을 제공해주셨다. 아이들을 무척 예뻐해 하시며 근처에 사는 초등학교 고학년 손녀까지 와서 우리 가족을 반겼다. 일요일이면 같이 교회에 다녀와서 식사를 했는데 교회를 갔다 와서 하는 식사는 간단한 빵과 야채, 햄 등을 곁들인 샌드위치를 각자 만들어 먹는 방식이었다. 손님이지만 가족처럼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말도 잘 안 통했지만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사는 곳과 언어는 다르지만 신앙으로 우리는 한마음 한뜻을 품고 있었다. 그 집 손녀와 우리 집 아이들도 마당에 놓인 트램펄린에서 뛰면서 서로 친해졌다. 아이들이란 놀이로 일치단결하는 놀이공동체이기에 말이 안 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어른들보다 훨씬 여유롭게 생각하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듯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누군가의 호의에 꼭 주고받는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사랑과 격려를 받기도 하고 그로 인해 나 또한 다른 나의 이웃들에게 나아갈 힘을 얻고는 한다. 나의 이웃이 나타났을 때 의연하게 나설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영국 현지인 집사님 부부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