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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Oct 10. 2020

저는 지금까지 명예훼손죄로 5차례 수사를 받았습니다

* 이 발언문은 2020년 10월 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 때 발표된 발언문입니다. 사단법인 두루와 사단법인 오픈넷 소속 변호사들은 기자회견 직후 형법 제 307조 1항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을 판단해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 저는 해당 헌법소원에 청구인 5명 중 1명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명예훼손죄로 5차례 수사를 받았습니다.>


 시작은 2016년이었습니다. 휴대폰 가게에서 근무하던 지인이 사장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는 매일 11시간씩 주 6일을 일했지만 한 달 월급으로 100만원을 받았습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노동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니 임금 205만원을 체불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는 체불 임금 지급과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점주는 제 지인이 현장실습생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주 60시간 노동 끝에 쓰러졌습니다. 그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쓰러진 이후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현장실습생이라고 해도 같은 사업장의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하면 노동자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사업주에게 이것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는 끝내 임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저는 1년 매출이 200억원에 달하는 사업장에서 일어난 폭행과 임금 체불이 너무나도 중대한 공익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SNS를 통해 이 모든 것들을 폭로했습니다. 동료 시민이 인간으로서 겪어서는 안될 일들을 겪고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존중받지 못한다면 우리들도 존중받지 못합니다.


 며칠 후, 사업주는 체불 임금의 일부를 주겠다며 제 지인에게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64만원, 턱 없이 부족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제 지인에게는 거절할 수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당장 생계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합의서에는 “회사는 노동자에게 체불임금 64만원을 지불한다. 노동자는 회사 측에 더 이상의 민형사상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라고 쓰여있었습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광주 남부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업주가 저와 지인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고 하더군요. 그후 경찰과 검찰에 출석하여 두 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몇 달간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형사소송은 그 결과와 별개로 인간의 영혼을 아프게 하더군요. 국가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박탈감에 휩싸였습니다. 검사는 벌금 300만원 정도는 내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검사는 제 주장에 공익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행히 몇 달 간의 마음 고생 끝에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그 다음은 2018년이었습니다. 그해 2월 구청장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을 선언한 정치인의 성희롱 의혹을 폭로했습니다. 상대는 저를 명예훼손죄로 수사기관과 선관위에 고발했습니다. 결국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수십장이 넘는 문서에 지장을 찍었습니다. 다행히 상대 측 후보가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한 후 고발을 취하하여 사건은 종결되었습니다.


 2020년 저는 광주 지역의 한 사립학교 재단과 싸우고 있습니다.


 학교재단의 전직 이사장은 학교 교사 채용 과정에서 1차 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를 찾아갔습니다. 이사장은 지원자에게 “교사로 채용시켜 줄테니 5천만원을 달라”고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지원자는 이사장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지원자는 다행히 제안을 거절하고도 교사가 되었지만 이사장은 이때의 금품요구가 발각되어 구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5월 이사장의 금품 요구를 거절하고도 채용되었던 교사가 갑작스러운 해임 징계 처분을 받았습니다. 확정될 경우 3년간 임용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어 생계가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이것이 중대한 공익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료시민 900명이 중등교육을 받는 곳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수막을 게시했습니다. 학교 학생들도 학내집회를 개최했습니다.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을 비롯한 사회 주체들도 해임된 교사와 연대했습니다.


 그러자 학교 측은 본인들을 비판한 모든 사회 주체들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측에 의해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사람은 해임된 교사, 시민단체 대표, 노동조합 위원장, 언론사 기자 4명, 해당 학교 재학생 3명 졸업생 1명, 타 고등학교 재학생 1명 등 12명 입니다. 이들에게 걸린 고소는 모두 18건에 달합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스스로의 책무마저 망각하고 학생들까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관들 마저 이것은 도의가 아니지 않느냐며 혀를 찼습니다. 너무나도 큰 사회적 충격에 MBC 스트레이트를 비롯한 중앙 언론사들도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학교 이사장은 이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되었습니다.


 학교 측이 뻔히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들을 왜 고소 했겠습니까. 학교 측은 사회 주체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내고 시민으로서의 기본권을 행사하는 것을 억압하기 위해서 시민들을 고소했습니다.


 학교 측은 사회 주체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 명예훼손죄를 활용했습니다. 권력 집단이 비판을 목소리를 가로막기 위해 이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명예훼손죄의 본질입니다!


 형법 제 307조 1항은 존재 자체로 모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이야기 함에도 공익성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표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연스럽게 억제되고 있습니다. 이것의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날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임금체불과 폭행을 당하는 동료시민, 사립 학교에서 부당한 사유로 해임된 동료시민, 성희롱,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동료 시민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임금체불, 폭행, 성희롱, 성폭력, 부당 해고 그리고 모든 잘못되고 불의한 것들을 마주한 누군가는 정의로운 발화를 참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 이 순간에도 명예훼손죄를 이유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정의를 억압하는 진실유포죄를 지금 당장 폐지하는 것뿐입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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