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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Sep 21. 2019

전남대 총학생회, '전설' 세력의 1년 (2011)

개혁 동력을 상실한 대안세력

 2011년 1월, '전설' 총학생회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4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수인계 과정에서부터 기존 세력과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기존 총학 세력은 인수인계에 협조하지 않았다. 연락 자체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기존 총학 측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들을 숨기기 위해 총학생회실에 남아있던 대량의 문건을 외부로 반출했다. 이들은 총학생회실에 있던 일부 문건을 1학생회관 뒤편에서 몰래 소각하던 중 전대신문과 일반 학생들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전설' 총학 측은 기존 세력의 문건 소각이 끝난 후에야 총학생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설 측은 뒤늦게 들어간 총학생회실에서 북한과 관련된 여러 문건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전년도 선거에서 압승한 전설의 역할은, 기성세력에 대한 비판이 아닌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이었다. 전설 측은 인수인계 과정에서 기존 학생회로부터 상당수의 물품과 결산서, 사업계획서 등을 인수인계받지 못했다.


 2011년 1월, 전년도 총학생회가 작성해 대학본부에 제출한 '2010년 기성회계 구매물품 현황조사 결과'라는 문서에 따르면 2010년도 총학생회가 구매한 물품 161개 중 37개가 사라져 있었다. 특히 작년에 구매한 고가의 태블릿 컴퓨터 4대도 '도난'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만약 컴퓨터 4대 등 37개의 물품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라면, 전년도 총학생회의 물품관리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컴퓨터 4대가 모두 사라진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건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 대목에서 '다른 가능성'을 떠올려보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전설' 총학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공약 사항 중 하나였던 총학생회실 리모델링이었다. 본부 측에 리모델링을 요구했고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공사가 진행되었다. 기존의 전남대 총학생회실의 벽면은 모두 두터운 철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투적 학생운동의 전성기 시절, 경찰의 침탈에 대비한 결과였다. 그러나 2011년 초의 리모델링으로 총학생회실은 유리벽으로 바뀌게 되었다. 물론 이후 전남대 총학생회실은 경찰의 침탈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 시점까지 공약 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전설' 측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개강 이후 전설이 보여준 총학생회 운영 실력은 많은 학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선 선거 당시 전설 선본의 주요한 공약으로 제시된 학점 취소제부터 실패로 돌아갔다. 박은철 총학생회장은 개강 직후 전대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전설 총학생회는 새로움을 포기하고 내년, 내후년 총학생회를 위한 기반 역할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이 말을 전해야 하는 총학생회의 슬픔을 학우 여러분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그의 발언은 전남대를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세력의 정치적 리더의 발언으로서 부적절했다. 이후에도 5월까지 인수인계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었고 또 하나의 주요 공약이었던 5월 대동제 공약마저 무산된다.


5.17 전체 학생총회


 전설 총학생회는 5·18 전야제가 열리는 5월 17일에 전체 학생총회를 추진하였으나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 이때부터 전설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해 전남대 등록금은 3년 연속 동결되었고 그즈음 학내 구성원들의 최대 관심사는 '법인화 문제'였다. 많은 학생들이 법인화 문제를 둘러싸고 학생회가 나서 줄 것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설 측은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법인화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학생들은 특히 이 부분에 실망했다. 그해 전남대 철학과는 현대중공업 회장이자 국회의원인 정몽준에게 명예철학 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전남대 철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수여식 당일에도 수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진행했다. 전남대 총학생회는 이 과정에서 수여식 진행을 위해 시위대를 자신들이 설치한 경계 안에만 머물도록 한 후 이를 벗어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을 하기도 했다.


 한편 기존 학생회 세력은 선거 패배 이후 'The 전대'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전설 세력에 대항했다. '우리 학생회'라는 이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들은 전설 측이 미온적으로 나서던 법인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특히 재학생 6,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전체 학생총회를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The 전대 측의 행보는 향후 선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The 전대가 추진한 9월 27일 전체 학생총회 역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The 전대'는 이 과정에서 모여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철학과 김상봉 교수의 강연을 진행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전설 총학생회는 'The 전대' 측과 똑같은 안건을 내세워 10월 19일에 전체 학생총회를 재추진했지만, 역시 무산되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전설 총학생회는 임기 중 추진된 3차례의 전체 학생총회가 모두 무산되었으며, 대부분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도 총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2011년 11월 총학생회 선거는 전년도 같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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