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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Sep 22. 2019

또다시 파국을 맞이한 전남대 총학 선거 (2011) 上

전설 총학생회의 몰락

 2011년 11월, 다시 1년 만에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공고되었다. 1년 전 정권교체에 성공한 '전설' 세력의 정지웅·이현택 후보와 NL 세력이 내세운 '액션' 선본의 권민영·김민규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는 초기부터 과열 양상을 보였다. 특히 1년 만에 선거에 도전하는 액션 측에서 적극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전설 측의 여러 실책들이 거론되었다.


 한편, 2011년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년간 총학생회를 운영해온 전설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년 전 기존 학생회 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중선관위가 저지른 야만의 역효과로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전설은 불과 1년 만에 그들이 1년 전에 보여준 것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 시작은 액션 선본에 대한 경고, 주의 조치였다.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시행세칙에는 3번의 경고를 받으면 선본의 자격이 박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중선관위는 우선 액션 측의 유인물을 문제 삼았다. 액션 측이 전설(전남대학교를 설계합니다)을 겨냥하여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가 담긴 유인물이었다. 액션 측은 설문조사 참여자의 79%가 전남대가 새롭게 설계되지 않았다고 답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중선관위는 액션 측에 '경고' 조치를 취하고 "설문의 구체적 실시 방법과 표본 등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유인물은 인쇄를 앞두고 중선관위 검토를 마친 상황이라 본인들이 통과시킨 유인물을 다시 문제 삼아 징계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전설 측이 배포한 유인물도 상대 후보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경고 조치를 받았다. 액션 측 후보 두 사람이 법인화 활동 당시 진행한 단식투쟁을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이었다.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에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후보로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재학생 500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해야 한다. 중선관위는 액션 측이 학생들에게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학교에 바라는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는 증언과 모 재학생이 지인에게 보낸 액션 측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사전 선거운동으로 문제 삼아 경고 조치했다. 이 시점에서 액션이 받은 경고는 2건이었다. 이에 중선관위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과도한 세칙 해석으로 징계를 남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논란이 된 메시지는 액션 측 선거운동원이 아닌 일반 재학생이 지인에게 보낸 문자였다. 1년 전, 기존 세력의 로그인 선본이 유일하게 승리했던 공과대학의 선관위원장은 중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2011년 11월 23일, 2012년도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되었다. 투표는 저조한 관심 속에서 2차례 연장되었고 25일과 29일에 실시된 연장투표 끝에 겨우 투표율 50%를 넘겼다. 한편 연장투표가 진행되던 11월 25일, 전남대 학내 곳곳에 '여러분 투표합시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이 붙었다. 해당 유인물에는 "한대련이라는 거대 정치 집단으로부터 전남대학교를 지켜내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명백히 NL 세력이 내세운 액션 선본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해당 유인물을 누가 준비하여 유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는 학내에서 큰 논란이 되었다.


 2011년 11월 29일, 투표가 마무리되었다. 전체 학생 17,845명 중 8,710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개표 결과 액션 선본이 4,192표를 득표하여 4,066표를 득표한 전설 선본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당선되었다. 11월 30일, 전남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액션 선본의 당선을 공고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논란이 생겼다. 인문대학 학생회 선거 총 투표자수와 선거인명부 사이에서 오차가 발견된 것이다. 11월 29일, 박지민 인문대학 선관위원장이 투표를 앞두고 선거인 명부상 숫자가 770명임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중선관위가 투표 직후 인문대학 선거인 명부를 확인했을 때에는 731명만 파악되었다. 추후 선거인명부 문서 뒤쪽 2장이 망실된 것이 확인되었다. 투표함에는 763장의 투표용지가 있었다. 중선관위가 파악한 명부를 기준으로 하면 오차가 3%가 넘었다. 이 경우 세칙상 전체 투표함을 무효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에 인문대학 투표함을 무효로 처리할 것인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인문대학 투표함 개표 결과 총 투표수 763표 중 무효표를 제외한 475표를 액션 선본이, 245표를 전설 선본이 가져간 상황이었다. 전체 선거에서 두 선본의 표 차이는 126표에 불과했다. 따라서 인문대 투표함 무효 여부는 전설 선본에게 중대한 쟁점이었다. 당시 전설 선본은 공대, 농대, 인문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과대학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패배한 3곳의 단과대학에서 200표~300표가 넘는 큰 차이로 밀려, 선거의 승패가 갈렸다. 인문대학의 표심에는 정몽준 논란 등을 포함한 전설 총학생회의 실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선관위는 회의를 열고 인문대학 투표함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많은 학생들은 인문대 선관위원장이 앞서 파악했던 770표를 인정하고 투표용지 숫자인 763표와 비교해 오차가 7표에 불과함이 인정될 거라 생각했다. 선거인명부 망실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었다. 게다가 이미 당선을 공고한 만큼, 깨끗하게 결과를 인정하고 승복하는 게 맞았다. 1년 전, 김소망 선관위원장의 오판을 반면교사로 삼았어야 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오차율 계산은 원칙적으로 선거인명부와 투표자 수를 대조하는 것이다. 인문대 학생회 투표용지의 수를 근거 삼아 총학생회 투표수를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전설 선본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였고, 2012년도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무효를 선언했다.


 2011년 11월 30일, 전설 측은 인문대학 선거 개표 과정에서 중선관위에 거세게 항의한 황선화 인문대학 학생회장 당선자가 세칙상 '선본장이 아닌 자의 이의제기 금지' 조항을 어겼다며 징계를 요청했다. 중선관위는 "선거운동원이 중선관위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을 경우, 해당 후보자를 징계할 수 있다"며 "개표장에서의 소란행위와 투표함을 내리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선본원의 방해행위에 '경고'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세 번째 경고였다. 이로서 선거는 무산되었고 해당 선거에서 승리했던 액션 선본은 경고 누적으로 후보자 자격을 상실했다. 전년도 총학생회 간부들로 구성된 중선관위의 이 같은 결정은 오직 같은 편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를 무효화시키고 상대 선본의 후보자 자격을 강제로 상실시켰다는 거센 비판에 마주했다.


 그러나 중선관위는 재선거를 강행했다. 전설 선본에 대한 사실상의 찬반투표가 공고되었다. 액션 측은 단과대학 학생회장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비상중앙운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재투표 거부와 선거 진상조사단 조직을 선언했다. 황선화 인문대학 학생회장이 의장을 맡았다. 기존 중앙운영위원회는 "중운위의 임기는 12월 31일까지"라며 반발했고 관련한 논란이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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