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규 Sep 20. 2019

전남대 총학생회, 적폐 세력의 '몰락' (2010) 下

중선관위의 비겁함에 분노하는 학생들

 2010년, 전남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존 세력에 의해 구성되었다. 김소망, 나승현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았다. 김소망(법학07)은 2016년 11월 선거 때까지 학교에 남아 이들 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나현조-정강현 선본의 선본장을 맡았다. 이때 이들이 같은 계열 선배들로부터 비밀리에 후원금을 모았다는 사실이 전남대학교 대나무숲에 폭로되었다. 2000년도 전남대 총학생회장 변재훈은 단톡방에서 비공식 출범식 참석자를 모집했다. 당시 폭로된 비밀 웹자보에는 '후원문의 : 김소망'이라는 이름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2010년 11월 23일 숱한 논란을 딛고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되었다. 총여학생회와 각 단과대학 선거도 함께 진행되었다. 선거는 지난 몇 년간 3일에 걸친 연장투표 끝에 개표 여건인 투표율 50%를 넘겼던 것과 달리 이틀 만에 투표율 50%를 넘겨 개표 여건을 채웠다. 그러나 개표는 중선관위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하루 미루어지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오후 11시부터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로그인 선본(우리)' 측 이의제기로 '전설 선본' 징계와 관련된 긴급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은 송은광 부총학생회장 후보가 이력 사항에 명시한 '숭일고 학생회장' 문구가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학인 결과 송은광은 1999년 7월 6일 숭일고 학생회 부회장으로 선출되었고, 회장이 개인 사정으로 사퇴하자 학생회장으로 임기를 수행했다.


 11월 25일 오후 8시 30분, 중선관위의 긴급회의가 열렸다. 중선관위는 징계 여부를 표결에 넘겼다. 여기서 징계를 받게 되면 '전설' 측 후보 자격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회의에는 선관위원 16명 중 13명이 참여했다. 표결 결과 제적 13명 중 찬성 7명, 반대 6명으로 찬성표가 전체의 2/3를 넘지 못해 징계안은 부결되었다. 이에 당일 오후 9시부터 개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자정을 넘긴 11월 26일 오전 2시 25분경 또다시 개표가 중단되었다. 개표 직전 자리에 없던 나승현 중선관위 부위원장이 나타나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 진행을 책임지는 막중한 위치에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사퇴를 발표하고 전반적인 선거 진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는 선거 시행세칙상 2/3 이상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이용되어 '전설' 측에 합당한 처벌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중선관위는 부위원장 사퇴 직후 긴급회의를 열고 개표를 중단했다.


 중선관위는 "이번 선거가 흑색선전 등 유세과정에 있어 기성 정치권과 다름없는 행태를 보였고 전반적으로 선관위의 시행세칙이 지켜지지 않아 위상이 실추됐기에 전학대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남대학교 학생들의 민주적 의사가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결국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전대신문 신대희 편집국장은 "중선관위는 개표중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묻고 또 물었지만 인터뷰하지 않을게요, 내일 공식 입장 표명하겠습니다 라는 공허한 답변 만이 돌아왔다.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개표 중지를 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벌어진 개표 현장의 상황에 너무 안타깝다"고 의견을 밝혔다.



 학생들의 분노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대부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다음날인 11월 27일, 중선관위 회의가 소집되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선관위원들은 2/3 이상의 찬성으로 개표 재개를 결정했다. 중선관위는 회의 직후 "28일 혹은 29일 오후에 개표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1월 28일 오후 5시, 김소망 선관위원장이 중대발표를 했다. 그는 "26일 오전 회의에서 선거 전반의 문제를 전학대회로 위임하겠다고 결정했으나 다음날 오후에 똑같은 안건으로 회의를 진행했으니 이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개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대신문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형사 사건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 다시 재판하지 않는다는 형사상의 원칙"이라며 선관위원장의 황당한 주장을 비판했다. 결국 선관위원장의 황당한 주장에 재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11월 28일 오후 8시 김소망 선관위원장은 "26일 회의는 공식 회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개표를 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중선관위는 이 과정에서 입장을 3번이나 바꿨다.



 결국 2010년 11월 29일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개표가 진행되었다. 투표 결과는 전설 측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전설 측은 59.93%를 득표하여 27.1%를 득표한 우리 학생회 측 로그인 선본을 완전히 격침시켰다. 전설 측은 재학생이 324명인 수의과학대학에서는 80.86%를 득표하여 14.84%를 득표한 '우리' 선본을 앞섰고, 모든 단과대학에서 2배 이상의 차이를 거두며 완벽하게 승리했다. 기성세력은 학생들의 여론이 숫자로 드러나자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거 결과 ©전대신문


 이는 지난 4년간 학생회를 운영해온 세력에 대한 학생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결국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의 기존 세력은 4년간의 찬반투표 이후 오랜만에 치러진 경선에서 대안세력에게 완벽하게 패배했다. '전설' 선본은 단과대학 학생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진 경영대, 농생대, 사회대, 자연대에서 모두 승리했으며 대부분의 단과대학 및 총여학생회와 총학생회를 완전히 장악했다. 우리 학생회는 유일하게 공과대학 회장 선거에서 승리하였으나 제4 투표소에서 대리투표로 추정되는 집단 서명이 발견되어 투표함 전체가 무효표로 처리되기도 했다. 결국 전남대학교에서 상식과 이성을 상실한 채 횡포를 부리던 우리 학생회 세력은 1년간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이는 '전설' 세력의 준비와 더불어 기존 세력이 스스로 저지른 잘못된 행동들을 통해 자초한 일이었다. '전설' 측은 전남대학교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2011년도 총학생회를 운영하게 됐다.


-- 이전 글 -- 다음 글 --

이전 08화 전남대 총학생회, 적폐 세력의 '몰락' (2010) 上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