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4년간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는 찬반투표로 진행되었다. 그 사이 대학생 전국 조직이었던 한총련은 완전히 와해되었으며 학생운동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었다. 전남대 총학생회 역시 한대련에 가입했다. 2009년 11월에 실시된 2010년도 총학생회장 선거에는 역시 NL계열의 김유리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전남대학교 개교 이래 57년 만에 등장한 첫 여성 총학생회장이었다. 그는 전남대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한대련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쌓인 학생들의 분노는 만만치 않았다. 선거 당시 다양한 학내 공약들이 발표되었지만, 총학생회의 역량은 서울에서의 활동에 집중되었다.
김유리 총학생회장은 전남대 총학생회 산하 위원회에서 열린 33번의 회의 중 단 한 차례의 회의에만 참석하고 나머지 회의에는 불참했다. 학생들은 학내 소통 부재에 큰 불만을 느꼈다. 김유리 총학생회장은 "이정성 부총학생회장에게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많은 학생들이 학내 소통의 부재를 지적했다. 전대신문은 "소통 공약 많았지만 실천력은 부족했다", "학생 복지 등을 위해 노력 성과는 '글쎄'" 등의 특집기사를 편성하여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11년도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하던 세력이 있었다. 전남대 산림자원학과 98학번 박은철이 주도하던 '전설'이다. 전설은 '전남대학교를 다시 설계합니다'라는 뜻이다. 2005년 11월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했던 박은철은 2006년 이래 학내에서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여 총학생회 선거를 준비해 왔다. 그는 마침내 2010년 11월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기존 총학생회와 결을 달리 한 3차례의 앞선 총학생회들과는 달랐다. 1998년, 1999년, 2004년에 집권한 총학생회는 기존 세력에 대한 반감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지만, 단과대학 학생회에서는 기존 학생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총학생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여전히 '우리 학생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정권교체는 단발성으로 그쳤다. 이는 마치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음에도 여전히 의회 권력을 한나라당이 틀어쥐고 있었던 상황과 비슷하다. 그래서 3차례의 정권교체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NL 세력이 학생회를 독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박은철의 '전설' 세력은 오랜 준비를 통해 대부분의 단과대학에 학생회장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5년간 공석이었던 총여학생회장 후보도 준비되었다. 당시 박은철 선본을 취재했던 전대신문 기자는 "어느 중식당 2층에서 열린 전설 선본 출정식에 취재차 참여한 바 있다. 당시 13개 이상의 테이블이 있었고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 및 각 단과대학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 및 실무자들이 각 테이블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박은철 선본은 상당히 준비되어 있었고 기존의 NL학생회 세력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기존 학생회 세력의 대응은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준비되었다. 2004년과 2016년에 사용된 방식과 같은, '네거티브'와 장악되어 있는 권력을 활용한 '민주주의 파괴'였다.
우선 총학생회 선거를 관리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서부터 기존 세력의 부정이 시작되었다. 세칙상 '호선(선출)'해야 하는 선거관리위원장을 대의원들이 지명한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기존 학생회는 "호선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총학생회 후보자 모집 결과 박은철(산자98), 송은광(경영01)의 '전설' 선본과 윤주삼(경영07), 노승아(신방06)의 '로그인'(우리) 선본이 출마했다. 단과대학들에서도 두 선본 소속 후보들의 경선이 이루어졌다. 한편 선거 진행 직후부터 '전설' 선본이 뉴라이트라는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당 소문은 기존 학생회 세력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2010년 11월 16일부터 이틀간 전년도 부총학생회장 곽성용이 '총학생회 선거 뉴라이트 개입'이라는 내용이 담긴 홍보물을 학교 전역에 부착하고 다닌 것이다. 이는 기존 학생회 간부가 직접 비겁한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점에서 추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홍보물에는 "뉴라이트가 전국적으로 학생회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마치 이미 확산된 소문과 맞물려 전국적인 흐름 속에서 '전설' 선본이 선거에 나섰다고 이해할 수 있는 홍보물이었다. 전설 선본은 즉시 항의했다. 홍보물 부착은 심지어 총학생회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일이었다. 총학 측은 "뉴라이트를 반대하는 대학생 연합의 요청으로 부착했을 뿐이다"라며 "2007년 부산대 사건 이후 매년 선거 기간에 관례적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곽성용은 "전설 측을 뉴라이트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존 총학생회의 이런 행동에 크게 분노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건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이었다. '우리' 측 단과대학 선관위원들은 '전설' 측 후보들의 입후보를 방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법과대학 선거관리위원회는 학생회장으로 출마한 '전설' 측의 김성원, 김상호 후보를 자격 박탈시켰다. 사유는 '법대 선관위 비방'이었다. 이의제기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관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폭거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 어떤 선거에 출마해도 선관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후보자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선거 이후 선거법 위반 등을 이유로 재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선관위가 출마한 후보의 자격을 임의로 박탈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남대 선거세칙에 이러한 독소조항이 존재하는 것은, '전년도 총학생회 멤버들로 구성'되는 선관위를 보호하고 기존 세력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닐 수 없다.
인문대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전설' 측 후보의 후보자등록이 무산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선거세칙에는 "4학기 이상 본 '대학'에 등록한 학생만이 학생회장 선거에 나올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다. 이에 인문대 선관위는 여기서 말하는 '대학'이 '전남대학교'가 아닌, '전남대 인문대학'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일반 학부에서 전과한 바 있는 전설 측 후보의 등록을 무산시켰다. 여기에 대해 선거세칙에서 말하는 '대학'이 상식적으로 '전남대학교'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반발이 있었다. 이렇듯 2010년의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성 세력과 이에 대항한 신생 세력의 갈등 속에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