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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Sep 22. 2019

또다시 파국을 맞이한 전남대 총학 선거 (2011) 下

전설 총학생회의 몰락

 2011년 12월 7일, 재선거가 실시되었다. 이틀에 걸친 투표 결과 투표율은 19.23%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재선거는 세칙상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하더라도 개표를 진행하는 게 가능하다. 중선관위는 개표를 추진하고자 했고 액션 선본과 이들이 구성한 비상중운위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첫 투표가 진행될 시점에는 비등비등했던 여론이었지만, 중선관위가 액션 후보자 자격 박탈과 재선거를 결정하자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게 식었다. 특히 중선관위에 그 책임이 있는 선거인명부 망실을 근거로 투표 자체를 무효로 처리한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재선거가 시작되던 12월 7일, 전남대학교 민주수호위원회 명의의 유인물이 학내 곳곳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수호위원회는 2012년도 단과대학 회장 당선자들로 구성된 비상중운위에 맞서 전설 측의 송은광 부총학생회장과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총학생회실에서 발견된 북한 문건 등을 근거로 구 운동권 세력으로부터 전남대학교를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은광 부총학생회장은 "선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앙운영위원회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객관적인 자료 제공을 통해 학생들의 혼란을 없애고자 유인물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문건들이 실제로 총학생회실에서 발견되었다고 해도, 현직 단과대학 회장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은 명백한 선거개입이었다. 이는 1년 전 뉴라이트가 전국적으로 총학생회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는 유인물을 배포했던 곽성용 전 부총학생회장의 행동과 다를 바 없었다. 문제가 불거졌지만 전설 측에 대한 중선관위의 징계는 '주의'에 그쳤다.



 2011년 12월 9일, 재선거가 19.23%의 저조한 투표율로 마무리된 직후 개표가 시작되었다. 이때 선관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이동이 총동연 선관위원장이 수호위원회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액션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 뒤이어 중선관위가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을 일괄 사고자 처리했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개표장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특수교육학부는 광주캠퍼스 소속이지만 여수캠퍼스에 위치해 있었다. 본 선거 당시에는 중선관위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투표에 참여하도록 했지만, 재선거 때에는 중선관위에서 이러한 절차들을 생략한 채 이들을 일괄 사고자로 처리했다. 특수교육학부 학생들은 광주에 와서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교차수강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학생들의 선거권이 배제된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중선관위는 개표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중선관위는 회의를 진행한 후 위원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투표함을 둘러싼 갈등상태가 지속되었다. 중선관위는 12월 21일까지 개표를 3차례나 시도했으나 액션 측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비상중운위는 액션 측 당선을 인정하라는 압력의 수위를 높였다. 12월 26일, 중선관위는 개표를 강행했고 전체 투표자 3,112명 중 1,982명, 63.7%의 찬성으로 전설 측 후보의 당선을 확정 지었다. 박은철 총학생회장은 전설 측 당선자에게 인수인계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12월 29일, 이에 반발한 비상중운위가 총학생회실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박은철은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박은철은 "아직 비상중운위 소속 당선자들의 임기가 시작되지 않았고, 현 총학생회의 임기는 12월 31일까지"라고 주장했다. 액션 측은 2012년 총학생회 당선자가 전설 측이라는 중선관위의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2012년 1월 1일, 액션 측 단과대학 회장 당선자들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액션 측은 단과대학 학생회 16곳 중 8곳에서 승리한 상황이었다. 단과대학 회장들로 구성되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우위를 점한 액션 측은 임시 중운위를 소집하여 액션 선본의 당선을 의결했다. 신주영 사회대 학생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도 발족했다. 그러나 전설 측 단과대학 회장 당선자 6명은 즉시 이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중운위는 사실상 반쪽이 되었으며 2004년처럼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중운위에서 우위를 점한 액션 측이 사실상의 직무 수행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2012년 3월 15일, 광주지방법원 민사 10부에서 액션 측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인용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중선관위가 액션 선본에게 내린 6건의 징계 중 3건이 무효라고 판단했으며 3회 이상 경고 조치를 내려 후보자 자격을 박탈시킨 것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중선관위가 경고 판정을 내린 '설문조사 유인물'의 건에 대해서는 선거 시행세칙을 잘못 적용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경고 판정이 내려진, 중선관위가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한 문자메시지 발송과 공대, 농대, 법대 선관위원 명의의 중선관위 비방글 역시 헌법상 자기 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결정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액션 측의 승리가 명확해지는 순간이었다. 대학본부는 3월 20일로 예정된 전체 학생대표자회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3.27 전체 학생총회


 2012년 3월 20일, 액션 측이 전체 학생대표자회의를 소집했다. 전학대회는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액션 측 권민영, 김민규 후보의 당선 확정을 의결했다. 이는 전남대 총학생회, 각 단과대학 학생회, 과 학생회 주요 간부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정이다. 결국 3개월간 이어지던 선거를 둘러싼 갈등은 이로써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액션 측은 즉시 학생총회를 추진했다. 2012년 3월 27일 액션 측이 추진한 3·27 전체 학생총회가 1,816명의 참석으로 정족수를 채우고 성사되었다. 액션 측이 불과 1년 만에 완벽한 역전승을 거두고 그 기반을 다시금 공고히 하는 순간이었다. 한때 전남대학교 학생사회의 의결권 대부분을 장악했던 전설 세력은 불과 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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