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규 Sep 26. 2019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철옹성 공방전 (2016)

터져 나온 분노의 목소리

 2016년 9월에 열린 전남대학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는 순식간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직 전남대 총학생회장 정상엽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로 입후보했기 때문이다. 현직 총학생회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을 경우 선거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결국 안건은 부결되었고, 정상엽 총학생회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며 사과했다. 그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사회대학 박재우 회장이 맡았다.


 한편 2016년 9월 27일부터 전남대 대동제가 3일간 진행되었다. 축제에는 대학 지원금 (약 6,100만 원), 학생회비 (약 1,600만 원), 주막 주류공급 예산 등 8,000여 만원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축제는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매우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총학생회 측의 무능한 운영과 기획으로 학생들의 참여가 전무할 정도로 축제가 처참하게 실패한 것이다. 특히 9월 28일, 가수 '백자'가 공연을 진행하자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가수 백자는 '범민련 전사', '주한미군 철거가' 등을 부른 대표적인 민중가요 가수다. 그의 노래를 전남대 총학생회를 주도하고 있는 NL계열 정파가 주최한 집회에서 듣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를 전남대학교 학생 2만여 명이 참여하는 축제에 초청한 일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분노했다.


 당시 대부분의 의자는 공석이었다. 같은 계열에서 활동하는 가수를 무리하게 초청했다는 점을 들어 '제 식구 챙기기'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 세력이 역사적 배경 등을 이유로 '8월'을 중요하게 여겨, 매년 8월이면 2주 이상 전국을 누비며 활동하기 때문에, 9월 초에야 부랴부랴 축제 준비가 시작되어 실패가 반복된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결국 9월 축제를 계기로 지난 4년간 축적된 총학생회 주도 세력에 대한 불만이 결집되기 시작했고, 총학생회 선거를 직접 준비하는 세력들이 나타났다.


2016년 전남대학교 축제의 실패


 2016년 10월, 2017년도 총학생회 선거가 공고되었다. NL 세력은 나현조(윤리교육 13), 정강현(화학교육 12) 후보를 내세웠다. 선본명은 '언제나 니곁에'였다. 나현조 후보는 사범대학 학생회장 출신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지속된 찬반 투표의 침묵을 깨고, 이에 반발하는 두 선본이 선거에 추가로 출사표를 던졌다. '당신의' 선본의 이명노(지구환경과학 14), 최동혁(윤리교육 13) 후보와 '너에게' 선본의 김설(정치외교 12), 정태준(화학 12) 후보였다. 2016년 11월 5일,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 등록이 완료되었다. 3팀이 선거에 출마한 건 '反운동권' 선본이 파장을 일으켰던 2004년 이래 13년 만이었다. 이로써 전남대 총학생회를 둘러싼 공방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당신의' 선본의 이명노 후보는 자연대학 학생회장 출신으로 기존 학생회 세력의 여러 전횡에 분노하여 독자 출마를 결심하였다. 최동혁 부후보는 "1, 2학년 때는 뚜렷한 주관 없이 기존 학생회 말을 따랐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새로운 정보들을 접하면서 한대련의 활동에도 한계를 느꼈다"며 기존 세력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당신의' 선본은 주요 공약으로 한대련 가입 여부를 학우들에게 묻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원하는 최고의 축제를 추진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도 선언했다.



 이명노 총학생회장 후보는 "2009년 상반기 전학대회에서 한대련 가입이 의결되었지만, 이후 한대련 가입 연장에 대한 논의가 한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10년 김유리 총학생회장의 한대련 의장 출마가 박수로 통과될 때에도 한대련 가입 연장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결국 자동연장에 관한 세칙이 없기 때문에 2010년도에 다시 논의되었어야 했던 한대련 가입 연장이 명확한 근거 없이 2016년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명노 후보는 대학 입학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학생회 활동을 했다. 과대도 맡고, 학생회 기획국장과 축제 총단장도 맡았다. 이 후보는 "당시 학생회 관계자들이 자연대 부회장 당선 시점까지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표가 된 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편향된 정치 성향을 가진 학생회 측이 자신들의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시하고, 전남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었다.


 이후 기존 학생회 측의 잘못된 주장들을 비판하게 된 이명노 후보는 그들과 크게 싸운 후 아예 노선을 달리하게 됐다. 이 후보는 특히 총학생회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관위원장을 선출하는 투표에서 벌어진 사건이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술회한다. 당시 정상엽 총학생회장이 투표 수를 속이는 사건이 있었다. 대의원들이 직접 표를 새지 못한다는 맹점을 이용해 투표 결과를 조작해 안건을 부결시켰다.


 '너에게' 선본의 김설 후보는 전남대학교를 평범하게 다니던 재학생이었으나, 학생사회의 현실을 접하며 학생회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었고 마침내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기존 세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전남대 학생사회의 변화를 원했다. 당시 '너에게' 선본이 지향했던 방향성은 다음과 같다.


 <너에게 보내는 나의 이야기>


- 왠지 모를 불안감에 마음 편치 않은 너에게 -

  

 대학에 가기 위해 하고 싶었던 것들을 꾹 눌러왔던 네가, 대학에 와서 무엇인가 있을 줄 알았던 그 막연한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느끼고 있다면 나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느껴지진 않을 거야.


 난 학교가 시키는 대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그렇게 하는 게 나에게 좋다고 생각했었고, 매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숨 가쁘게 해냈었어. 힘들지만 그래도 뭔가를 했다는 뿌듯함에 기뻐하기도 했었지. 아니 그런데 웬걸. 나는 대학을 다니는 지금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뭘 잘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모르고 있더라. 과연 지금까지 잘 살아온 걸까?


 그런 의문들로 며칠 밤을 끙끙 앓았었어. 그런데 말야, 끙끙 앓는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더라고. 갑자기 너무 분했어. 나는 나처럼 세상에 벽을 치며 출구 없는 고통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면 좋겠어. 좀 더 용기 있게 나 잠깐 쉬고 싶다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나는 수많은 ‘나’에게 말하고 싶어. 우리 함께하자고 말이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과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혹은 진짜 내 문제가 뭔지 알고 대학에서만큼이라도 그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내가 잠시 대학에 머무는 4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게 함께 목소리 내자.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이루어가보자.


  수많은 ‘나’들아, 너에게 말하고 싶어. 모두가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네가 손잡아 준다면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열린 만남, 총학의 재구성 너에게 선거본부'


 이것이 '너에게' 선본의 김설이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이유였다. 그는 훗날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인 광주청년유니온의 위원장을 맡는 등 시민사회 활동에 참여하게 되지만, 이 시점에는 전남대 학부 외에는 별 다른 소속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 이전 글 -- 다음 글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