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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Sep 28. 2019

전남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야만 (2016)

그들은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2016년 11월 4일,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김설 후보가 학내 곳곳에서 '거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측이 중선관위에 지급해야 하는 선거 공탁금과 공보물 비용으로 405만 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중선관위가 제시한 405만 원은 광주 북구의원 선거 기탁금 200만 원, 조선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기탁금 150만 원 등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었다.


 전남대 재학생이 학생들의 대표자가 되기 위해 선거에 출마할 때, 공탁금과 공보물 비용에만 400만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한다면, 선거비용을 감당할 재력(財力)이 없는 후보의 출마는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김설 후보의 거지 퍼포먼스는 일반적인 대학생이 감당할 수 없는 공탁금이 제시되는 불합리한 선거제도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와 같은 선거제도는 그동안 전남대 총학생회를 장악해온 NL 세력에 의해 마련됐다.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 출마의 진입 장벽을 높여 경선이 진행될 가능성을 봉쇄해왔.



 김설 후보의 퍼포먼스는 전남대 학생사회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1월 8일 KBS 광주방송 9시 뉴스에 "총학선거 비용 최대 4백만 원, 부작용 우려"라는 제목으로 김설 후보의 퍼포먼스와 주장이 보도되었다. 선거 공탁금과 관련된 KBS의 보도를 접한 중선관위는 5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16년 11월 9일, 전남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박재우는 너에게 선본의 김설, 정태준 후보에게 후보자 자격 박탈 징계를 통보했다. 중선관위는 공문을 통해 "KBS 9시 뉴스의 보도 내용은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인터뷰를 한 목적과 의도를 떠나 중선관위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참석자 8명 전원의 찬성으로 후보자 자격 박탈 징계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너에게 선본 측은 규정에 따라 이의제기를 진행했다.


 2016년 11월 12일, 중선관위가 '너에게' 선본의 자격 박탈 징계조치에 대한 재심의를 실시했다. 중선관위의 황당한 징계 소식을 접한 학생들의 여론이 싸늘해지자, 선관위원 5명이 징계 철회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재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재심의 회의 결과 회의 참석자 8명 중 5명이 징계 철회에 찬성했지만 3명이 반대하여 선거 세칙 33조 1항에 의거 과반수 출석에 2/3 이상이 징계조치 철회에 찬성하지 않아 후보자 자격 박탈이 확정되었다. 불합리한 선거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진행하자, 선관위가 아예 후보 자격을 박탈해버린 초유의 사태였다.


 이들은 전남대 선거 시행세칙에 명시되어 있는 '금지사항 -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명예훼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서 실시되는 그 어떤 선거에 출마해도 선관위 명예훼손 이유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전남대 선거세칙에 이러한 독소조항이 존재하는 것은, 전년도 총학생회 멤버들로 구성되는 선관위를 보호하고 기존 세력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가 아닐 수 없다.


 '중선관위에 대한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하려고 해도 상식적인 수준의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김설 후보는 '중선관위'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비판했다.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인터뷰를 한 목적과 의도를 떠나" 명예훼손으로 판단했다는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결정이 자의적이었음을 실토함과 다르지 않았다.


 2012년, 광주지방법원은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무효를 선언한 2011년도 중선관위의 결정이 무효임을 밝히며 "자치적인 조직의 결정이라 하더라도 헌법이 정하는 기본적 사회질서 또는 사회상규나, 스스로 정한 자치규범에 위반하는 행위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2016년도 중선관위의 결정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특정성', '공연성' 등에 대한 판단이 전무했다. 이들은 회의 참석자의 다수를 장악하면, 얼마든지 자신들과 뜻이 다른 상대 후보자의 출마를 막아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비판을 못하게 하는 건 독재다. 2016년도 전남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주의를 짓밟아버렸다. 이는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며 싸웠던 오월 영령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너에게' 선본의 자격 박탈 소식은 삽시간에 학교 전역에 알려졌다. 전남대 구성원들은 깊이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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