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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an 15. 2021

광주시립극단 갑질 사태 총정리

 광주시 산하기관인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총 8개의 예술단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난 2020년 광주문화예술회관 산하 예술단 중 한 곳인 광주시립극단에서 심각한 갑질 사태가 벌어졌다.


1. 광주시립극단 측의 '갑질'


 2020년 6월 17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산하 8개 예술단 중 하나인 '광주시립극단'이 연극 '전우치' 오디션을 실시했다. 이 오디션의 합격자는 이틀 후 발표되었다. 6월 22일 광주시립극단에서 '전우치' 오디션 합격자들의 첫 연습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조연출 A는 극단 측에 '계약서 작성'과 '보험 가입'을 요구했으나 극단 측은 약 한 달 후까지 그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전우치' 배우들은 사실상 그 어떤 조건도 보장받지 못한 상황 속에서 공연과 관련된 대부분의 일을 수행했다.


 6월 29일 배우 B가 연습 도중 연습실 매트 사이에 발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B는 이 일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다음날 B는 수술을 결정한 후 보험처리를 위해 극단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대감독에게 "살을 좀 빼지 그랬냐"라는 말을 들었다. 본인이 감독을 맡고 있는 극단의 배우가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무대감독은 배우의 신체를 평가하기 바빴다.


 3주 후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B는 무대감독에게 또다시 "살이 더 찐 것 같다"라는 신체 평가를 들었다. 이와 같은 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극단 측은 "문화예술회관 공연 지원과의 허가를 받아야만 계약 체결 및 보험 가입을 진행할 수 있다"며 그 어떤 계약 체결도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배우 및 조연출의 계약서 작성은 7월 14일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2020년 7월 14일 ~ 15일, 양일 간에 걸쳐 광주시립극단 전우치 출연진들의 계약서 체결이 이루어졌다. 7월 15일 계약서를 작성하기 10분 전에 상임연출이 조연출 A를 불러내어 '음향 오퍼레이터' 업무를 지시했다. 계약서에는 업무 내용이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 음향 오퍼레이터는 공연 진행 과정에서 상황에 맞는 음악을 차례로 재생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A가 상임연출의 요구를 거절하자, 돌아온 건 폭언과 욕설이었다. A는 출연진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너 급여 XXX만 원이지? 그거 너 오퍼레이터까지 시키려고 준거야"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의 급여가 모두에게 공개된 것이다.


 8월 1일에는 광주시립극단 연습실에서 무술 훈련을 진행하던 배우 C가 발가락 골절 부상을 입었다. 전우치 공연을 준비하던 배우 13명 중 4명이 연습 및 공연 과정에서 부상을 입을 정도로 극단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마술 감독은 부상을 입은 배우 C의 출연 분량이 줄어들자 '무대 화약 장치의 제조, 설지 및 실행'을 강요했다. 해당 업무는 극도로 위험했다. 공연 리허설 과정에서 불꽃이 바람에 날려 손가락에 1도 화상을 입은 배우도 있었다.


 8월 13일 첨단 쌍암공원에서 진행된 첫 공연 직전 C에게 화약 장치를 사용하게 하는 건 위험하다는 항의가 있었다. 그제야 C는 화약 관련 업무에서 제외되었다.


 배우 D는 6월 22일부터 8월 초까지 이어진 연습기간 내내 상임연출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괴롭힘의 내용은 주로 폭언 및 인격에 대한 공격이었다. 상임연출은 배우 13명 중 유독 D에게만 이러한 폭력성을 내비쳤다.


 이때까지 드러난 광주시립극단 측의 갑질은 다음과 같다.


<광주시립극단 측의 갑질>


직장 내 괴롭힘 : 조연출 A, 배우 B, 배우 D는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에 노출되었다.


조연출 A -> 음향 오퍼레이터 업무 강요, 폭언 및 급여 공개

배우 B -> 신체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폭언 및 인격 모독

배우 D -> 지속적인 폭언 및 인격에 대한 공격


안전 관리 미흡 두 달간 이어진 공연 준비 과정에서 배우 13명 중 4명이 신체 부상을 입었다.


위험 업무 강요 배우 C는 부상을 이유로 출연 분량이 줄어들자 위험 업무를 강요받았다.


계약서 작성 지연 및 보험 미가입 극단 측은 계약서 작성 및 보험 가입을 한 달 이상 미루었다. 7월 중순경 보험에 가입되었지만 부상당한 배우들은 본인의 실비보험으로 보험처리를 진행했다.


직장 내 성희롱 : 배우 B는 연습 도중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무대감독에게 신체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이는 명백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2020년 12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전우치 배우들을 노동자로 인정함에 따라 법정에서 다투어볼 수 있게 되었다. (현행법상 성희롱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직장 내 성희롱 및 아동청소년 대상 성희롱과 관련된 법률뿐이다)


2. <전우치> 출연진의 문제제기


 8월 14일 전우치 출연진들이 광주문화예술회관 운영실장과 공연 지원과장에게 극단에서 발생한 갑질을 알렸다. 다음날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이 성희롱 가해자인 무대감독에게 직무배제를 권고했다. 무대감독은 본인의 가해 행위를 모두 인정하고 공간 분리를 수용했다. 그러나 상임연출은 조연출 A에 대한 강요 부분은 인정했지만 배우 D에 대한 괴롭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본인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을 약속했던 무대감독은 사건 공론화 이후 입장을 바꾸고 성희롱에 대한 인정을 철회했다.


 14일에 있었던 문제제기 이후 공연지원과장과 시립극단 측은 관련 내용을 조사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였다.


 8월 18일 피해 당사자들이 회의를 가진 후 추후 대응을 논의했다. 19일 피해 당사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론화에 나섰다.


- 노동자성 인정 문제


 이후 사건의 가장 주된 쟁점 중 하나는 '노동자성' 인정 문제였다. 극단 측은 피해자들이 노동자가 아닌 객원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광주시 시립예술단 설치조례에는 "예술단에는 상임단원 및 비상임단원을 둘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극단 측 주장을 인용하면, 광주시립극단에는 5명의 상임단원을 제외한 전원이 비상임단원도 아닌 객원단원이라는 그 어떤 근거도 없는 지위에 있는 셈이다. 8월 20일 피해자들이 노동청에 사건 관련 진정을 제기하여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을 요청했다.


- 국정감사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광주시립극단 문제가 다루어졌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의 질의를 받은 임승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은 "(조연출과 배우들이) 비상임단원에 해당한다며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추가 조사를 마친 노동청 측은 광주시와 광주문화예술회관 측에 광주시립극단 갑질 사건 피해자들이 노동자가 맞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 결정


 2020년 10월 15일 광주광역시 인권옴부즈맨이 이 사건 관련 결정을 내렸다. 옴부즈맨은 광주시장에게 행위자들에 대한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객원단원에 대하여 사전에 계약을 체결하고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표준 계약서를 사용할 것 등을 권고했다.


 광주 인권옴부즈맨은 광주시 단위의 국가인권위원회 역할로 시장 및 시 산하기관에게 권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인권옴부즈맨은 광주시립극단 성희롱 관련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특정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발언이 성적 언동에 해당되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발언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 또는 성적 굴욕감을 주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대감독의 발언을 성희롱 발언이 아닌 '성차별적 발언'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해 2월 서울고등법원 행정 10부는 공기업 내에서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그만 먹어 살찐다"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어, 법정에서 인정될 사항마저 인정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 사찰 의혹


 2020년 10월 광주시립극단 갑질 사태 피해자들이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을 광주문화예술회관 운영실장이 시청 입구 기둥 뒤에 숨어서 촬영했다. 이를 항의하자, 운영실장은 '동향 파악을 위해서였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민간인 신분이었다. 운영실장이 이들의 1인 시위 장면을 촬영한 시간은 본인의 업무시간이었다.



3.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2020년 8월부터 지속된 문제제기에도 가해자들은 본인들의 행위에 대해 결코 '사과'하지 않았다. 심지어 광주문화예술회관 모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명백한 2차 가해다.


 그 사이 가해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성희롱 가해자인 광주시립극단 무대감독은 다른 공연에 배우로 출연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일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사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언론 인터뷰에서 유감을 표명하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했다. 2020년 12월 광주문화예술회관이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피해 당사자의 끝없는 요구 끝에 이루어진 발표였다.


 현재 광주시립극단 부조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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