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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an 12. 2021

정보통신망법 '임시조치'는 위헌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건전한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률 제44조의2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등)

①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그 침해를 받은 자는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여 그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이하 "삭제 등"이라 한다)를 요청할 수 있다. <개정 2016.3.22.>

④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제1항에 따른 정보의 삭제요청에도 불구하고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하 "임시조치"라 한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시조치의 기간은 30일 이내로 한다.


 이 조항은 누군가가 타인을 공격하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할 경우에 대비하여 만들어졌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란 '다음-카카오', '네이버' 등을 의미한다. 이 법률에 따르면 누군가가 네이버 카페나 브런치에 글을 쓴 이후 해당 글이 본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신고가 접수되면 서비스 제공자는 정보의 삭제 혹은 반박 내용의 게재를 진행해야 한다. 누군가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적 영역을 드러낼 목적으로 인터넷 공간을 악용할 경우를 생각해볼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제4항에 있는 '임시조치'다. 이는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는 신고가 들어왔으나,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30일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신고자가 '정보의 삭제'에 이를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경우에도 30일 동안 해당 게시물이 '나만보기'로 전환된다. 인터넷은 휘발성이 매우 높은 공간이다. 3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공개되었던 게시물은 다시 공개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의 핵심은 '힘 가진 이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권력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봉쇄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명예'와 관련된 일부 법률은 '국왕모독죄'에서 비롯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임시조치' 제도는 인터넷 상에서 권력자를 향해 발화된 모든 글의 생명력을 죽이는 방식으로 남용되고 있다. 진정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의도로 작성된 글은 임시조치에 앞서 '삭제 및 반박 내용의 게재'를 통해 해결된다.


 다음은 사이비 종교 신천지를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네이버 카페 '바로 알자 신천지'의 메인 페이지다.



 이 카페에 신천지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면, 신천지 정보통신부에서 네이버 측에 '임시조치'를 요구한다. 네이버는 임시조치를 수용하고 30일간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한다. 그래서 이 카페에는 읽을 수 있는 글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신천지는 '임시조치' 제도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다. 이 제도는 권력자들이 값싼 방식으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봉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 설계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임시조치'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소에 물은 일이 있었다. 지난 2020년 11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임시조치'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를 재판관 6:3 의견으로 '합헌' 판정했다.


 합헌에 손을 든 헌법재판관들은 "사업자가 임시조치를 해도 다시 정보를 게재할 수 있고 의사 표현의 통로도 다양해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된다고 볼 수 없으며 임시조치의 절차적 요건과 내용도 표현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위헌에 손 든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권리침해 주장만 있으면 사업자가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이 조항은 인터넷 공간에서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표현의 `시의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글을 적고 있는 브런치에서 나는 벌써 두 차례나 '임시조치'를 경험했다. 한 달 뒤에야 글을 다시 공개할 수 있었다. 하나는 신천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었고, 다른 하나는 비리사학 명진고등학교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두 글의 조회수는 같은 시리즈의 다른 글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임시조치' 폐지에 손 든 몇몇 헌법재판관들의 주장처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도 글의 시의성을 박탈할 수 있는 '임시조치'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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