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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Dec 23. 2021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사건 총정리

광주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

 2021년 12월 초, 광주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갑작스런 폐지 통보를 받았다. <황동현의 시선집중>은 12년간 이어져온 광주MBC의 대표적인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으로 매주 월~금 오전 7시 5분에 진행된다. 폐지 통보를 받은 담당 PD는 "광주MBC 콘텐츠본부장에게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수도권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CBS <김현정의 뉴스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폐지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MBC는 라디오 청취율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었다. 라디오 청취율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없이 자의적으로 프로그램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 셈이다. 광주MBC 측은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자는 지역방송이고 후자는 전국방송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현재 <황동현의 시선집중>에는 담당 PD 외에 여러 제작 스텝들이 있다. 이들은 최소 4년에서 최대 10여 년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광주MBC의 이번 프로그램 폐지 결정으로 그동안 <황동현의 시선집중>과 함께 최대 10여 년간 일해온 프리랜서 노동자 4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이들은 최대 10여 년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헌신했음에도 프리랜서 계약을 통해 고용 형태를 유지하던 비정규직들이다.


 이들 네 사람은 담당 PD를 통해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개편 과정에서 광주MBC 측은 프리랜서 제작 스텝들과 단 한 차례의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사측의 결정으로 해고 예정자가 되었음에도 전화 한 통조차 오지 않았다. 최소한의 설명도 받지 못한 것이다. 사측의 연락이 온 건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론화된 이후인 12월 20일이었다.


 12월 12일,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 일동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프로그램 제작 스텝들은 "지역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은 단순히 청취율, 인기, 화제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닌, 근본적으로 지역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가치를 둬야 한다"며 "수도권과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단순히 경쟁력을 이유로 12년간 이어져온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것은 지역 청취자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텝들은 또 "<황동현의 시선집중> 스텝들은 프리랜서이지만, 광주MBC의 부품이 아닌 프로그램과 함께 성장하고 그 가치에 눈을 반짝였던 노동자들"이라며 "하루 아침에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받은 지금, 우리의 노동가치가 버려진 휴지조각 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너무나 비참하다"고 밝혔다.


 또 "2021년, 공정을 외치는 지역 언론에서, 무엇보다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에서 50여 년 전 전태일 열사를 만든 일이 일어났다"며 "그동안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왔는데, 이때 다뤘던 열악한 노동구조는 또한 방송을 만들던 저희들 '안'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제작 스텝은 "수년째 매일 새벽 방송국으로 달려가 생방송을 하고 원고를 썼다. 옷 한 벌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야 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그저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다"며 "오직 방송과 언론의 역할만을 고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사라지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상시지속적으로 업무 수행한 노동자... 소송가면 이길 확률 농후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은 최소 4년에서 최대 10여 년간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출근해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이 때문에 회사 측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음과 별개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매주 같은 시간대에 방송에 출연해서 이슈를 전달하는 일을 했다. 사실상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했으며, 앞서 언급된 것처럼 매일 새벽 방송국에 출근했다. 프리랜서의 일반적 특성과 달리 출퇴근이 자유롭지 않았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가 MBC 보도국 방송작가 두 사람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소송과 관련해 "두 작가는 프리랜서가 아닌 노동자성을 지닌 노동자"라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이들은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처럼 MBC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맡아 정규직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했다. 만약 이 문제가 노동위원회와 법정으로 옮겨갈 경우, 프로그램 폐지로 해고 예정자가 된 노동자들은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2월 14일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 회원 일동이 <황동현의 시선집중> 존치를 간절히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은 신체적 여간 상 들을 수 밖에 없기에 라디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말할 수 없이 좋은 친구"라며 "지역소식을 청취하기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은 저희 시각장애인들에게 친근한 소통의 친구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랫동안 장애인들의 벗이 되었던 광주MBC <황동현의 시선집중>이 2022년 1월 1일자로 폐지된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이런 방송이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는 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공영방송 MBC가 지역민들의 뜻을 살리고, 장애인들과 소통하는 더 좋은 방송이 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12월 15일부터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의 입장문을 언론이 보도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스, 광주드림, 오마이뉴스가 차례로 소식을 전했다.


 12월 17일에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이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황동현의 시선집중>을 제작하기 위해 4명의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최대 10여 년의 근무 경력을 가지고 근무해왔지만, 프로그램 폐지 통보로 어떠한 근로복지도 보장받지 못한 채 쓸쓸히 정든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광주MBC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위해 성실히 기여해온 프리랜서 구성원들에 대해 근로의 계속성과 전속성을 인정해 계약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광주MBC 측에 <황동현의 시선집중>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것과 공영방송으로서 프리랜서 고용 관행을 깨고 비정규직 상생방안을 마련할 것,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 이유를 밝히고 지역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의 성명은 미디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12월 17일 광주MBC가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후 해당 입장문은 언론에 배포되었고, 광주드림이 입장문 내용 반영한 기사를 냈다.

 오마이뉴스에 이 사건을 보도한 나는 17일 밤, 광주MBC 관계자의 연락을 받았다. 해당 관계자는 내가 작성한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광주MBC 측 입장을 공유받았다. 그러나, 내가 작성한 기사에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었다. 있었던 건, 세계관의 차이였다. 광주MBC 측은 입장문을 통해 본인들은 미디어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적자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무늬만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이 진정으로 광주 MBC의 공식적인 입장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대답을 받았다.


 프로그램 폐지에 대해서는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내가 작성한 기사에 대해서는 지역방송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처럼 서술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본인들은 기업이라고 주장한 점과 모순되는 문장이다. 광주MBC 측은 마지막으로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로 프리랜서 여러분들이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 점은 무척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결국, 10여 년간 함께했던 이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고, 최소한의 상의도 진행하지 않고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한 것은 사실이었다.


 결국 광주 MBC의 주장은,


1.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질서에 복무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무늬만 공영방송을 유지할 수 없다.


2. 이에 따라 시장질서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재편하겠다.


로 요약된다. 여기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광주MBC 측이 언론에 입장문을 발표하자, <황동현의 시선집중> 팀이 이에 대한 반론을 발표했다.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은 "광주MBC 측이 적자를 이유로 들며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했지만,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외부에서 제작비를 마련해오겠다는 담당PD의 제안을 회사 측이 거부했다. 사측은 마찬가지로 폐지 예정인 다른 프로그램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황동현의 시선집중>은 간담회 한 번 없이, 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스텝들은 또 "언론 보도 전까지 아무런 입장도 내어놓지 않았던 사측이 공론화 이후에야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처지는 유감이다.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며 "실제 노동자인 저희들을 무시해오다가, 여론의 공론화에는 대응하는 모습이 저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 일동의 입장문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12월 20일 일부 광주시민들이 광주MBC 사옥 및 광주 일곡사거리 등지에서 산발적인 1인시위를 진행했다. 피켓에는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 반대, 스텝 고용보장"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들은 이후 매일 광주MBC 사옥 등지에서 1인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12월 21일, 여러 언론 보도 이후 광주MBC 편성콘테츠본부장이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스텝들은 본부장을 만나 대화했다.


 광주MBC 편성콘텐츠본부장은 지난 10월 말~ 11월 초부터 프로그램 폐지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고 예정 제작 스텝들은 "최근 전국의 여러 방송국에서 일하는 상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수년간 회사에 나와 대본을 쓰고 기계를 직접 만지고, 상사의 지시를 받아 일한 우리들은 꼭 판결에 비춰보지 않아도 광주MBC의 방송을 함께 만들었던 식구(食口)"라고 주장했다.


 광주MBC 편성콘텐츠본부장은 "리포터 2명은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을지 담당자들과 협의해보겠다. 작가 2명은 솔직히 굉장히 죄송하다. 현재 다른 프로그램으로의 재배치나 신설은 어렵다. 신설되는 20분짜리 유튜브 시사 프로그램은 이미 다른 작가가 정해져있다. 향후 프로그램들에서 생각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은 "21일 편성콘텐츠본부장의 답변은 책임 회피로 판단된다. 아무 대책없이 쫓겨나게 된 노동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만큼 분노와 허탈감을 일으키는 답변은 없다"며 "상시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대책을 만들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한편, 지상파 3사에 대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에서 또 다른 광주MBC 아나운서의 해고 소식이 언론에 전해졌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특별진정을 접수한 김동우(가명) 광주MBC 아나운서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입사했지만 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서를 작성했다. 광주MBC는 김 아나운서 입사 당시 고정된 주급을 지급했으나 다른 아나운서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자 해당 아나운서와 계약을 해지하고 2017년부터 담당 프로그램별로 나눠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 아나운서는 6년가량 정규직 아나운서와 비슷한 업무량을 소화해왔다."


 "김 아나운서는 “입사 후 정확히 5년이 되는 올해 4월 새로 부임한 보직자는 사무실에서 책상과 비품을 빼고 공유오피스로 가라고 지시했다. ‘너는 비상근이어서 이 사무실에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전했다. 이후 8개월 동안 김 아나운서가 맡은 프로그램들이 순차적으로 폐지됐고, 정규직 아나운서에게 업무가 넘어갔다."


 "프로그램 폐지와 함께 알게 된 해고 소식도 직접 듣지 못했다. 김 아나운서는 “내년 1월 1일 회사는 경영 어려움으로 모든 데일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데 그 누구도 제게 말이 없었다”며 “며칠 전 보직자에게 전화 걸었을 때 ‘담당 PD에게 들었으면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김 아나운서는 “일 없으면 알아서 집에 갈 거라고 숨죽이며 지켜보던 회사로부터, 빼앗긴 줄도 모르고 살았던 제 권리를 찾을 것”이라며 “반드시 승리해 같은 일을 겪은 이들에게 힘과 용기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동현의 시선집중> 파동 광주MBC 전체로 확산


 <황동현의 시선집중> 폐지는 시작에 불과했다. 광주MBC는 <황동현의 시선집중>, <난장>, <오매 전라도>까지 3개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를 발표했다. 이후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이 크게 반발하자, 다른 폐지 예정 프로그램 스텝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후 제작 예산을 절반으로 줄이는 선에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12월 21일에는 황동현PD를 주체로 하는 광주MBC 제2노조 설립도 가시화됐다.


 PD저널 보도에 따르면, " 황동현 PD는 현재 언론노조 광주MBC지부가 조합원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주문화방송 노동조합 창립을 추진했다."


 "광주문화방송 노동조합은 20일 출범 사실을 알리면서 “인사권을 남용해 구성원들을 겁박하는 사장과 왜곡된 인사 전횡과 그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것이 바로 조합이 할 일”이라며 “새롭게 출범하는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정당한 방송 제작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사측의 행위에 진정으로 맞서는 노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욱 언론노조 광주MBC지부장은 “회사와 일선 PD들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경영진에 제작진의 요구를 전달하면서 최대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2노조가 출범을 공식화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구심점 역할을 최대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광주지부(위원장 정용욱) 역시 성명을 발표해 광주MBC 측의 역대급 독단과 불통의 인사 참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12월 22일 광주MBC 윤행석 편성콘텐츠본부장과의 면담 직후 입장문을 발표한 <황동현의 시선집중> 제작 스텝들은 "저희 프리랜서 제작 스텝들이 생계와 자아실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꿈과 현실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실효적인 방송업무를 마련해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분들과 지속해서 연대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12월 27일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노동자들이 사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그 사이, 민주노총 광주본부, 광주 경실련, 광주시민단체협의회가 추가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광주MBC의 일방적인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를 비판했다.


 27일, 사측은 시선집중팀 프리랜서 노동자(작가2, 아나운서1, 리포터1)들에게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작가2명은 새롭게 구성되는 20분짜리 방송의 구성을 맡아 달라, 아나운서는 새로운 시사프로그램 코너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 리포터도 마찬가지로 시사프로그램 코너 구성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이날 콘텐츠본부장과 경영인프라본부장이 내놓은 대안 어디에도 "고용의 지속성, 업무, 보수의 상당성이 유지되는 확답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아나운서, 리포터의 일자리는 알아볼 것이나 경국 실무 PD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것은 "여전히 사측이 프리랜서 고용 문제에 대한 고민이 미흡하고, 준비된 게 없다는 걸 뜻한다"고 지적했다.


 또 "아침 신설 프로그램(20분), 유퓨브 업무에 15년 차 및 4년 차 작가 2명을 투입할 것이고, 보수 수준은 현재보다 낮을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나중에 가서 싫은 사람은 나가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황동현의 시선집중은 80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신설 예정인 프로그램은 20분에 불과하다. 이들은 20분 프로그램을 만들며 현재의 보수를 받는다면 다른 프로그램 작가들이 이를 수용할 수 없을 것이며, 결국 프로그램 작가들 사이의 분열 부르는, 을과 을이 대립하게 만드는 최악의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램 개편이 논의되던 지난 10월부터 이루어져 왔어야 했을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한 고민은 부재했고, 노동자들은 27일 사측이 밝힌 대안을 제대로 된 대안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황동현의 시선집중>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현재 수준의 업무량과 보수가 유지되는 명확한 대안을 요구했고, 28일 광주 시민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로 했다.


 2021년 12월 28일 오전 10시 30분, 광주MBC 정문에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문에서 "방송계가 프리랜서 편법 고용을 관례처럼 이어왔다"며 "현재 광주MBC에서 일하고 있는 프리랜서들은 모두 정규적인 일을 하고 있음에도 회사 내에 안정적인 업무를 볼 공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지속적인 해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또 "최근 방송사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을 시키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고용관행에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방송사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가운데에서 광주MBC는 정확히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문 전문은 광주in 보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광주청년유니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방송작가유니온 김한별 지부장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도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노동자 A씨는 "<황동현의 시선집중> 팀원들의 방송 제작을 향한 애정과 역할은 한없이 컸음을 자부한다"며 "그 모든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 지금, 비참하고 비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A씨는 또 "광주MBC는 컨텐츠 다양화를 추구하는 열린 미디어 기업이지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제자리였다"며 "진정성 없는 임시 방편의 대안이 아닌, 진정 일할 수 있는 상식적인 대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방송작가유니온 김한별 지부장은 "광주MBC는 해고가 아닌, 계약 해지라고 주장하지만 이분들은 위탁계약을 맺은 프리랜서가 아닌 광주MBC의 노동자"라며 "이 방송은 작가 개인 방송도 아니고 광주MBC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이다. 데스킹 없이 작가 혼자서 원고, 논조를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지속적인 수정 지시, 컨펌 요구를 받기 때문에 자유로운 창작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또 "평일 생방송으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당연히 업무 시간과 장소가 고정적으로 정해지는데, 어떻게 최대 10여 년간 일해온 노동자들이 프리랜서라는 것이냐"며 "이 문제는 어느 한 직군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방송 비정규직들의 문제이니, 광주MBC에서 이번 프로그램 폐지 통보가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지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2016년 저의 아들 이한빛이 CJ E&M의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조연출로 일하다 열악한 방송 제작환경을 폭로하고 세상을 떠났다"며 "그날 이후 여러 방송 현장의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어 왔는데,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광주MBC는 부디 1980년 5월 방송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 성난 광주시민들에게 사옥이 불태워진 일을 잊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또 "오랫동안 지역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만들며 가족처럼 함께 일해온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생존권을 박탈하고 거리로 내쫓는다는 발상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며 "광주MBC 사장과 임원진은 제 식구 하나 감싸지 못하면서 어떻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모임은 광주MBC 측에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고 고용보장 대책을 마련할 것, 관례라는 이름의 프리랜서 편법고용과 자의적인 해고 관행을 중단할 것, 공영방송이자 지역 언론으로써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모임 측은 기자회견 직후 항의서한 및 광주MBC 사장 면담 요청서를 광주MBC 측에 전달했다.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에는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광주청년유니온, 광주경제정의실천연합, 광주비정규직센터, 방송작가유니온, 사단법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참여자치21 등 28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미디어오늘, 더팩트, 프라임경제, 광주드림, 전남인터넷신문, 프레시안, 시사타임즈, 광주IN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광주지역 일간지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김현 사무국장은 "광주지역 일간지들이 약속이나 한듯 해고 위기에 직면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광주MBC가 28일 기자회견 직후 향후 대응에 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상황에서 중립적인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지역 정통 일간지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광주지역 공론장에 다양한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도록 '토론의 장' 마련이라는 언론의 기능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최소한 판단은 시민께 맡겨달라. 언론은 그 가운데에서 소금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으로 시민사회의 압력 수위가 높아지자, 사측은 29일과 30일에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노동자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12월 30일, 사측은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노동자들에게 새롭게 편성되는 <시사인터뷰오늘>에서 일해줄 것을 제안하며, 사실상 고용유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광주MBC 프리랜서 해고 노동자들이 이를 수용하여 고용유지가 합의되었다.


 이로써 광주MBC와 재계약을 체결하게 된 프리랜서 스텝들은 매일 20분 분량의 라디오 방송과 30분 분량의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기존 80분이었던 '황동현의 시선집중'에 비해 프로그램이 축소돼 임금이 하향조정됐다.



 12월 31일 오전 10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모임 측은 광주MBC 김낙곤 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시민모임 측은 면담에서 "어제 있었던 합의는 당연한 일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 뿐"이라며 "이러한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모임은 또 광주MBC 측에 "방송계의 관행인 프리랜서 편법 고용과 해고 관행을 멈추고 기이한 고용구조를 개선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광주MBC 개편 과정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했다. 또 "공영방송사로서의 지위와 역할, 책임을 다해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시민모임 측은 면담 과정에서 임금 하향조정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지적하지 않았다.


 해고 위기에 처했던 광주MBC 프리랜서 스태프 A씨는 "약자에게 손을 내미는 5.18 정신이 실현돼, 직장을 잃을 뻔한 사람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 됐다"면서 "노동의 숭고한 가치를 뼈저리게 깨달은 만큼 앞으로 약자를 비추는 방송을 만들며 살아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시민모임에 참여했던 청년 세대별 노동조합 광주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은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해고 위기에 놓여있던 방송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된 점은 정말 다행"이라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광주MBC 측이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줬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 소식은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미디어오늘에 보도되었다.


 최근 방송계는 방송국 프리랜서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문제를 놓고 곳곳에서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2021년 12월 30일에는 고용노동부가 방송3사(KBSMBCSBS) 시사, 교양, 보도 분야 방송작가들의 근로자성 문제를 두고 진행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조사가 완료된 363명 중 152명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12월 30일자 합의와 31일자 면담으로 광주MBC 프리랜서 노동자 해고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정리된 상황은 아니다. 광주MBC에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노동청에 근로자지위확인 진정을 제출한 아나운서가 있다. 해당 아나운서는 5차(서류, 카메라 테스트, 실무·임원·사장 면접)에 걸친 아나운서 공개 채용 절차를 통과한 후 5년 8개월 동안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맡아 일해왔다. 그러나 최근 본인이 맡은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폐지되거나, 진행에서 하차되는 일을 겪었다. 


 이에 해당 아나운서는 12월 초, 광주MBC 콘텐츠본부장, 방송제작팀장, 경영인프라본부장에게 업무와 급여의 연속성이 존재하는 대체 업무를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번 면담에서도 관련 상황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시민모임 측은 당초 목표로 했던 고용 유지를 성취했지만, 방송계의 편법 고용 관행은 여전한 만큼 계속해서 역할을 해나가기로 하고, 2022년 1월 3일 광주NGO지원센터에서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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