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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an 05. 2022

넷플릭스 돈룩업, 진짜 '문제'는 미국 민주당에 있다

[감상평] 넷플릭스 'Don`t look up'

 나에게 돈룩업은 꽤 인상깊은 영화였다. 그것은 이 영화가 정확히 '특정 세력'을 타겟팅해 비판했음에서 왔다. 보통 영화의 비판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신선했다.


 주지하다시피 이 영화에 등장하는 '혜성'은 기후위기의 은유다.


 일반적으로 기후위기의 '적'은 공화당 세력으로 표상된다. 그들은 엑슨모빌과 같은 거대 석유 재벌들과 유착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포장되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공화당을 후원하는 반(反) 기후위기 세력은 교묘한 통계 조작까지 벌이며 기후위기는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트럼프주의, 공화당을 타겟팅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기후위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자들을 겨냥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기후위기(혜성)의 존재를 정확히 알고 있고, 이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로, 미국 민주당말이다. 실제로 이를 정확히 관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영화 속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아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에게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혜성이 오는 게 맞다"며 "모든 국가적 역량을 동원하여 혜성을 없애겠다"고 공언한다.


 이 영화는 굳이 대통령이 되는데 실패한 힐러리 클린턴을 주역으로 내세운다. 트럼프라는 쉬운 비판 대상을 제시하지 않기 위함이다. 영화 내내 영화 속 대통령이 힐러리임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힐러리는 과학을 믿으며, 혜성이 지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이를 이용하기 까지 한다. 영화 속 대통령의 목적은 기후위기(혜성) 문제 해결이 아닌 중간선거 승리에 있었다.


 영화 속 대통령은 트럼프가 아닌, 2016년의 힐러리, 2021년의 바이든 현 대통령이다. 트럼프였다면, 디카프리오와 로렌스를 만나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화당은 혜성 위기가 가시화된 이후에도 "혜성 따위는 없어! (There is no comet!)"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늘의 혜성을 보라고 외치는 이들이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 구호 '돈룩업'은 민주당스럽다.


 힐러리와 바이든은 모두 소리 높여 "기후위기는 사실 (Climate change is real!)"이라고 외쳤다. 이를 해결하겠다며 각종 공약을 내세웠다. 둘은 본인들이 기후위기를 믿지 않고, 파리협약을 탈퇴한 트럼프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둘을 비판하며 제대로된 대응을 주문할 때에는 언제나 '돈룩업'의 언어가 소환되었다.


 영화 <돈룩업>에는 대통령이 전당대회장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2016년 힐러리의 민주당 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모티브로 했다.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연설하는 장면과, 하늘을 보라고 외치는 자들이 "제발 과학자들의 말을 믿어!"를 주제로 콘서트를 진행하는 장면이 교차되었다.


 2016년, 미국 역사상 최초로 양당 중  곳이 내세운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힐러리가 전당대회장에 섰다. 당시 그는 장장 50분에 걸친 연설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고, 기후위기 해결을 주장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지명 수락 연설


 당시 힐러리는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길 바라는 자라고. 그는 우리들이 서로를 두려워하길 바란다고. (9분 19초경)


 영화 속 대통령도 정확히 같은 발언을 했다. 이 연설을 오마주했다는 사실을 대놓고 알려주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영화 속 대통령은 하늘을 보라고 이야기하는 자들은 우리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길 원하고, 공포와 분열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2016년 힐러리는 트럼프가 우리들에게 미래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한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 민주당의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말했듯,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고. 그는 루즈벨트의 말을 인용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직,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 (The only thing we have to fear is fear itself!)"


 이날 힐러리가 한 연설은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 연설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양당 중 한 곳이 내세운 여성 대통령 후보진행한 후보 지명 수락연설이었다. 당시 힐러리의 연설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다.


 여러분, 저는 과학을 믿습니다. 저는 기후위기가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들은 좋은, 친환경 일자리 수백만개를 만들며, 우리의 행성을 지켜야 합니다. (33분 3초경)


 다시 말하지만, 민주당은 기후위기를 믿는다. 그러나, 마치 영화 속 대통령이 배시와 협력해 이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듯, 이를 새로운 기회로 여긴다. 혁신 IT기업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도 기후위기 해결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그리곤 겉치레로 보여주기식 기후 대응을 한다. 이런 걸 소위 '그린워싱'이라고 한다.


 2021년, 미국 민주당의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공약했던 기후위기 대응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결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 그는 마치 영화 속 대통령이 그러했던 것처럼, 발사한 핵 미사일을 되돌리기도 했다. 볼멘소리를 내는 석유기업을 위해 정책을 후퇴시켰고, 기후위기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는 그린뉴딜에만 열중했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해당 주의 주력 산업은 석유 산업이다. 반드시 필요한 지지를 얻기 위해, 그는 타협책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이들은 외칠 수밖에 없다. 지금 세상이 곧 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데, 어른들은 이윤, 이윤, 이윤 뿐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취임 직후인 2021년 3월 그레타 툰베리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바이든의 기후위기 대응이 너무나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툰베리가 트럼프를 비판할 당시 일제히 환영했던 미국 민주당원들은 분개했을 것이다. "우린 공화당과 달리 열심히 하는데, 현실을 모르는 아이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툰베리는 마치 영화 속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받는 취급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특정 세력을 타겟팅했고, 그것이 정확한 비판이었기 때문에 좋았다. 그것은 처음부터 혜성을 믿지 않고, 대응할 생각 자체가 없는 공화당이 아니다.


 이 영화는 혜성의 존재를 믿고, 대응하고자 하지만 결코 핵으로 궤도를 트는 방법을 택하지 않는 민주당을 겨냥한다. 그들은 진정한 해결책을 알고 있음에도, 결코 실천하지 않는다. 정확히 실행될 지도 모르는 녹색 일자리 정책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툰베리의 날선 경고는 무시하고, IT 기업들 이야기만 듣는다. 결국 계산은 틀렸고, 인류는 혜성에 의해 멸망한다.


 기후위기 해결 과정에서, 가장 큰 위협은 공화당이 아닌 미국 민주당과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양당제에 따라 주기적으로 권력을 잡지만, 되려 기후위기 해결의 발목을 잡는다. 많은 시민들은 이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기간 동안 손 쉽게 안심하고 관심을 끄곤 한다. 기후위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이들이 권력을 잡았으니까. 잘 해결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그린뉴딜이니, 행성에 담긴 자원이니 하는 말까지 그대로 신뢰한다. 이 영화는 트럼프주의가 아닌, 미국 민주당과 같은 절실하지 않은 대안세력을 비판했다.


 이렇게 메시지가 확실한 영화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전지구적 기후위기에 대한 절실하고 긴박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로인한 경제 성장 효과 따위를 기대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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