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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n 13. 2022

김동찬·김삼호·민형배·임미란... 민주당 광주 오점됐다

[레디앙 기고⑤] 광주시민들의 '마지막 경고'

 지난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는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 37.7%를 기록했다. 지난 대선 당시 광주 투표율은 81.5%였다. 그 사이 민주당 광주시당은 ‘비양심의 정치사’를 축적해 왔다. 막대기만 꽂으면 당선이니, 광주시민들을 두려워할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선거 요식 행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홍기월, 박미정, 서임석, 임미란, 박희율, 안평환, 신수정, 심창욱, 박필순, 박수기, 강수훈 광주시의원, 이지애 광주 동구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지역구 광주시의원 20명 중 11명이 무투표 당선됐으며, 광주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광산구청장도 선거 없이 선출됐다.


 대한민국에 대통령과 국회가 있다면, 광주광역시에는 광주시장과 광주시의회가 있다. 의회의 책무는 비판과 견제다. 그러나 광주시의회에서는 전직 시의회 의장이 앞장서서 ‘광주에 그런 건 없다’는 걸 보여준 일이 있었다. 이번 의회에서 전반기 광주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김동찬씨는 지난해 말 돌연 시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자리를 옮기기 위함이었다. 직후 김동찬은 광주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그에게 친히 임명장을 하사했다. 광주시 집행부를 감시,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시장에게 임명장을 받고 자리를 옮기는 광경은 5.18 이후 광주에서 목격된 가장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의 행동은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더럽혔다.


 김삼호 광주 광산구청장은 올해 4월, 대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민간인 신분이 됐다. 그런데 당일 오후 2시에 광주 광산구청에서 매우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대한민국의 법률에 따라 판결 확정과 동시에 민간인 신분이 된 김삼호씨를 위한 퇴임식 행사가 거행됐다. 이날 진행된 퇴임식에는 광산구청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집결했으며, 구청 측은 광산구 예산을 들여 ‘감사패’를 제작해 김씨에게 증정했다. 현재 이 사건은 광주 광산경찰서 지능범죄수사1팀에게 수사받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백주대낮에 이런 범죄가 가능했을까? 광주에 감시와 견제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듯,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 광산구청장 선거에 나선 박병규씨는 무투표 당선됐다.


 6일, 무소속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이 민주당에 복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서 요청이 있으면 복당하겠다고 했다. 민형배는 지난 검수완박 국면 당시 국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결국 그는 국회 안건조정위 제도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의원은 이후에도 버젓이 민주당 의원으로 행세했다. 민주당 행사에 참여했고,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지난달 30일에는 광주 광산구 첨단에 출현해 민주당 조영임 광주 광산구의원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파란색 점퍼를 입고 엄지를 치켜든 민 의원의 모습은 영락없는 민주당 의원이었다.


 불법 수의계약으로 논란이 됐던 임미란 광주시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버젓이 재선에 성공했다. 임 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디자인 업체를 통해 광주시 산하기관들과 280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임 의원이 지방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신분상 조치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권고했다. 직후 광주시의회에서 경고 징계를 받은 임미란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의원 재선에 나섰고, 경쟁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됐다.


 나는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광주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 40명을 인터뷰했다. 광주시장 후보 및 구청장 후보들 역시 대부분 인터뷰할 수 있었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과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당선인도 대면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그러나 딱 한 사람, 안평환 광주시의원 당선인에게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했다.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직후 그는 무투표 당선자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 어떤 언론에도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선거운동 기간을 조용히 보낸 무투표 당선인들은 기세등등 당선증 수여식장에 나타났다.


 그동안 지켜본 지역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그러니까, ‘인간 세상의 이치’가 통하는 곳이다. 서로가 서로를 빚지게 하고 끊임없이 엮여, 함께 부패해 간다. 그동안 광주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반복돼 왔다. 조선 태종 이방원이 정몽주를 회유하기 위해 지은 ‘하여가’만이 광주의 진짜 상식이었다. 무등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었다. 그렇게 민주당은 감시와 견제가 실종된 광주의 부패를 온통 뒤덮어 쓴 광주의 오점이 됐다.


 지방선거 직후부터 광주 투표율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은 광주시민들이 든 매서운 회초리였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지난 역사에서 광주시민들은 무서운 심판자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한 번 심판을 시작하면, 한 석도 빠짐없이 교체했다. 이번 광주 투표율은 ‘비양심의 정치사’를 축적해 온 민주당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마지막 경고다. 다음 선거 때에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가 당신들을 모두 쓰러뜨리겠음을 천명하며 부여한 마지막 기회다. 다가올 심판의 날이 두렵다면, 광주의 모든 정치세력은 이번 경고음을 경청해야 한다.


* 저는 오마이뉴스, 레디앙 등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광주지역 활동가 김동규입니다. 이 글은 레디앙에도 기고 했습니다.

37.7%와 81.5%, 광주 시민의 마지막 경고| Re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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