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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Jul 07. 2022

김삼호씨도, 박미정 광주시의원도,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레디앙 기고⑥] '사과하지 않음' 정치의 이유

 지난 4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삼호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이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김씨는 광산구청장 당선 사실 자체가 무효가 됐다. 그동안 김씨는 불법 당원을 모집해준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직원들에게 400만 원 상당의 향응과 30만 원 상당의 골프비를 제공한 혐의를 받아왔다. 김씨는 지난 2018년 광주 광산구청장 선거 출마 당시 이미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였다.


 그해 8월,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하며 “공기업 직원들의 선거 개입으로 선거제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크게 훼손됐다”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때문에 민선 7기 광산구정은 사법 리스크로 줄곧 위태로운 상태에 있었다. 지역사회에서는 ‘민선 7기 광산구정은 공백’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3월 19일, 광산구 수완문화체육센터에서 매우 특이한 행사가 열렸다. 김삼호씨가 민선 7기 광산구정 4년을 자축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자치 혁신 이정표 세운, 눈부신 4년의 기록’이라는 낯 뜨거운 자찬 속에 범죄행위에 대한 사과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선고기일을 정한 직후, 광산구 공무원들은 매우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것에 대비해 김씨의 ‘퇴임식’ 행사를 준비한 것이다. 이들은 구예산을 들여 감사패까지 제작했다. 14일 오후 2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민간인 김삼호씨가 당당한 모습으로 퇴임식장에 입장했다. 퇴임식에는 광산구청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집결했다. 당선무효형이란 당선 사실 자체가 무효가 되는 무거운 형벌이다. 그럼에도 광산구 공무원들은 광산구청장으로 당선된 사실 자체가 없는 민간인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고 업무시간에 집결해 퇴임식을 치렀다.


 현재 김씨는 ‘불법 퇴임식’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남긴 마지막 글에서 “‘일 한 번 여한 없이 했다’는 만족감을 느낀다”며 “여러분으로부터 듬뿍 받은 신뢰와 사랑으로 아쉬움을 털고 간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대한 언급은커녕 그 흔한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글에는 700명도 넘는 사람들이 공감을 표했고, 비판의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과하지 않음의 정치학은 어느새 지역의 문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 20일 광주광역시의원 재선에 성공한 박미정 광주시의원 당선인이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피소됐다. 박 의원은 최저임금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며 “미지급한 최저임금을 최근 지급했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이들을 향해서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수사기관에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른 임금체불의 경우 밀린 임금을 지급하면 면소 판결을 받지만, 최저임금법 위반은 추후 미지급한 금액을 지급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년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즉 박미정 의원은 스스로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이미 무거운 범죄를 저질렀다. 143만 광주시민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시의원이 최저임금법조차 준수하지 않은 건 실로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박 의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향해 고소를 운운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에는 “응원합니다~~”, “지혜롭게 잘 이겨내리라 믿네”, “힘내세요”,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의원님 힘내세요”, “화이팅!!!”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삼호씨도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했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유력한 지역인사들은 박 의원을 옹호했다. 인정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은 결과,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역시 횡행했다.


 이번 사건은 ‘명확한 사안’이다. 사실관계가 확실하기 때문에 민주당 광주시당 및 광주시의회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지역의 폐쇄성에서 비롯된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이번 사건은 누군가에게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형사소송의 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칙이 등장하는가 하면, 피해자를 향해 으레 발화되곤 했던 ‘2차가해’의 논리들이 등장했다.


 피해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느냐”라는, 지역의 폐쇄성을 바탕으로 한 걱정을 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광경을 보다가 문득 전두환이 구속되던 1995년 12월의 뉴스 화면이 떠올랐다. 검찰 수사관들이 내란죄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씨를 연행하자, 경남 합천의 동네 청년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끝내 전씨가 검찰 호송차에 탑승하자, 곳곳에서 “대통령님 힘내십시오”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동안 동네 청년 수십 명이 호송차를 따라다니며 응원한다고 외쳤다. 물론 김삼호씨와 박미정 의원이 그 정도 악인은 아니지만 그들에 대한 맹목적인 옹호는 “내 주변 사람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한” 인간 세상의 이치에 닿아있다는 점에서 전두환을 응원하던 청년들의 행위와 일관된다.


 두 사람은 ‘사과하지 않음의 정치’를 통해 사안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형성했다. 지역의 폐쇄성에 편승해 현행법도, 대법원 판결도 통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형사처벌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들, 그들의 세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10년이 지나도, 피해자는 여전히 나쁜 사람이고 박 의원은 억울한 피해를 당한 진정한 피해자로 인식될 것이다. 이것이 김삼호씨와 박미정 의원이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이유다. 서로가 서로를 빚지게 하고, 한통속으로 얽혀 살아가는 지역사회에서는 어떤 잘못을 저지른 들 버틸 수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일에는 침묵하고, 갈등이 생기면 소주 한 잔으로 뭉개면 된다. 모난 돌이 정에 맞는 법이다.


* 저는 오마이뉴스, 레디앙 등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광주지역 활동가 김동규입니다. 이 글은 레디앙에도 기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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