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동규 Nov 19. 2019

전남대 총학생회, 황법량 vs 최도형 (2017)

다시, 철옹성 공방전

 2017년 4월, 전남대학교 학생사회에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던 '너에게' 선본은 장렬하게 실패했다. 김설 후보는 전남대 학생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단 한 번도 선거를 완주하지 못한 후보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지난 일련의 과정은 전남대학교 적폐 세력의 진상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학생회를 독점해 온 NL 세력은 1년간 패권을 내려놓게 되었다. 그러나 학내 최대 종교 세력의 선거개입으로 대안세력 역시 학생사회를 떠나야 했다. 이를 가장 기뻐했던 것은 학생회를 오랫동안 장악해온 NL 세력이었다. 이들은 남아있던 운동 역량을 총동원하여 전남대 총학생회 수복을 준비했다.


 2017년, 공석이 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의 권한은 세칙에 근거하여 중앙운영위원회가 행사했다. 1년 동안 학생총회, 전학대회, 확대운영위원회 회의가 정족수 미달로 연이어 무산되었다. 그러나 기존 세력은 11월 선거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장 공을 들인 건, '온라인 선거 도입'이었다. 2016년 11월 선거와 2017년 4월 재선거에서 3일에 걸친 연장투표에도 불구하고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10일, 무산된 전학대회의 권한을 위임받은 전남대학교 확대운영위원회가 선거 시행세칙 개정안을 의결하고 주철진 공대회장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역시 기성 세력의 일원이었다. 그는 보이콧 사태 당시 선거가 공정했다고 주장하는 등, 민주주의자로 봐주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낮은 인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2013년도 전남대 총학생회를 이야기하며 언급한 대로, 공과대학은 전통적으로 기성세력의 흔들리지 않는 기반이었다. 공과대학에서 특히 강력하게 작동하던 위계질서는 군부독재가 사회 전역에 이식한 것이었다. 주철진 선관위원장은 온라인 투표를 추진했다.


최도형 후보 (정치외교 08)

 2017년 11월, 2018년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공고되었다. 기성세력은 최도형(정치외교 08), 유영재(화학 14) 후보의 '하다' 선본을 내세웠다.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기존 세력과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명백히 기존 세력 소속이었다. 유영재는 기성세력이 전통적으로 활동해왔던 풍물패 출신이다. 이들은 단과대학 학생회에도 상당히 많은 후보를 내세웠다. NL 세력에게는 여전히 '돈'과 '세력'을 비롯한 선거 준비가 완비되어 있었다. 신천지 사태로 인하여 대안세력이 사실상 발자취를 감춘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거구도는 압도적으로 이들에게 유리했다.


 이들이 단과대학 선거에 많은 후보를 입후보시킨 데에는 온라인 선거와 관련된 포석이 깔려있었다. 2018년도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 온라인 투표는 기권표 혹은 무효표 선택이 불가능했다. 즉 선거 참여 시 의무적으로 총학, 단과대학 투표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이에 단과대학 학생회 투표 참여만을 원하는 학생들도 의사와 상관없이 총학 투표에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투표를 무기로 투표율 채우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물론 '의무투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정책적으로 의무투표제를 실시하는 국가도 존재한다. 문제는, 1년 뒤인 2018년 11월 선거 때에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온라인 선거 실시를 방해했고, 라인 선거 도입 시 무효표와 기권표 선택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


 한편, 1년 전 '보이콧 사태' 당시 '너에게' 선본에 합류했었던 알바노조 황법량 전남대 분회장은 선거 출마를 고심하고 있었다. 그는 '신천지 사태'로 대안세력이 힘을 상실한 상황이지만 이대로 기성세력이 전남대 총학생회를 다시 장악하는 것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독자출마를 결단했다. 부후보로는 전남대 철학과의 김남수를 설득했다. 불과 1년 전 보이콧 사태 이후에는 많은 지지자들이 결집하기도 했지만 이 시점에는 선거를 함께 뛰어줄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특히 재선거에 합류한 후 신천지 사태를 경험한 인원들은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학생사회를 떠나기까지 했었다.



 결국 황법량 (경제 14), 김남수 (철학 16) 후보가 구성한 '대학답게' 선본은 호기롭게 '하다' 선본에 맞섰지만, 선거의 핵심인 '선거운동원'과 '선거자금'에 있어서는 크게 밀리는 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특히 단독 출마한 '대학답게' 측과 달리 단과대학에서도 같은 로고와 색깔을 내건 '하다' 측이 더 유리한 구도에서 선거를 리드했다. 설상가상으로 황법량 후보가 신천지 측과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루머까지 정치외교학과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2017년 11월 20일, 총학선거 진행 자체에 불만을 가졌던 일부 재학생들이 'NL이란 무엇인가?'라는 유인물에 전남대학교 NL 세력의 역사를 담아 배포했다. 이들은 '너에게' 선본 측에 호응하여 보이콧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보이콧이 성공한 이후 '인디' 및 '대학답게' 선본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이들은 엘로우 패러디 저널리즘을 주장하며 "대체 언제까지 해쳐먹을 것인가"라는 식의 문장으로 기존 학생회 측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유인물 배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배포와 동시에 중선관위 측의 저지를 받았다.



 결국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유인물 배포자들과 기존 세력이 충돌했고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해당 사건은 '한 대학가에 등장한 주체사상파 유인물' 등의 제목으로 주요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들의 행동은 그 의도와 달리 NL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의 의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10년 곽성용을 시작으로 상대편을 겨냥한 유인물들이 모두 그러했다. 이전 사건들과의 차이점은 이들의 목적이 상대 후보 낙선이 아닌 선거 보이콧이었다는 점이다. 유인물 배포가 중단된 후 2013~2016년도 총학생회장 4명이 유인물 제작자를 고소했지만 법리적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에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2017년 11월 21일, 2018년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가 시작되었다. 3일에 걸쳐 진행된 선거 결과 51.8%의 투표율로 겨우 개표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투표율 50%를 넘긴 건, 단과대학 학생회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총학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시스템의 영향이 컸다. 이는 1년 뒤에 명백하게 드러난다. 선거 결과 '하다' 선본의 최도형, 유영재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신천지 사태의 여파 등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 황법량, 김남수 후보가 40%를 득표한 건 나름의 가치를 수호한 일이었다이번 선거는 별다른 충돌 없이 종결되었고 NL 세력은 다시금 총학생회를 1년간 운영하게 되었다.


-- 이전 글 -- 다음 글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