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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Sep 29. 2019

전남대 총학 재선거, 신천지 세력의 난입 (2017)

종교집단이 난입한 사상 초유의 사태

 2017년 3월, 전남대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4월 4일 자 총학생회 재선거 실시를 공고했다. 중선관위는 지난해 11월 선거 당시 '자격 박탈' 되었던 '너에게' 선본이 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칙 상 전년도 선거에 출마한 다른 선본들은 재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지만, 해당 선거를 완주하지 못한 '너에게' 선본은 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지난해 선거 당시 '선거 보이콧'을 성공시킨 '너에게' 선본 측은 빠르게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당시 '너에게' 측이 지향했던 방향성은 아래와 같았다.


 "나는 수많은 ‘나’에게 말하고 싶어. 우리 함께하자고 말이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무언가를 해볼 수 있게, 혹은 진짜 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대학에 머무는 4년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게 함께 목소리 내자.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이루어가보자. 모두가 안 된다고 얘기하지만, 네가 손잡아 준다면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 열린 만남, 총학의 재구성 너에게 선거본부 -"


 '너에게' 선본은 열린 만남을 추구했다. 전년도 선거 당시에도 각각 사범대학, 자연대학 학생회장 출신의 다른 후보들과 달리 조직적 기반을 완비하지 못한 채 선거에 나섰기 때문에, 새롭게 선거에 함께해 줄 사람들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다행히 보이콧 운동의 영향으로 많은 학생들이 '너에게' 선본과 함께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나 '너에게' 측이 지향한 열린 만남은 결과적으로 천려의 일실이 되어버렸다.


 2017년 3월, '너에게' 선본이 선본명을 '인디'로 변경했다. 이들은 총학생회 재선거에 김설(정치외교 12), 문다영(생물공학 14) 후보를 내보냈다. 당시 선거에는 정재인, 김경한 후보의 '이거레알' 선본과 최도형, 백효인 후보의 '아는총학' 선본이 추가로 출마했다. 전년도에 출마한 두 선본이 재선거에 출마하지 못했음에도 3팀이 선거에 나선 것이다.


총학생회 문다영 부후보, 경영대학 김지수 정후보


 '인디' 측은 전년도와 달리 총여학생회 선거에도 후보를 낼 수 있었다. 나희진(식물생명공학 13), 추민정(식물생명공학 13) 후보가 '악녀(樂女)'라는 선본명을 내걸고 총여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다총여학생회는 지난 2년간 출마자가 없어 공석이었다. 인디 선본은 경영대학 학생회장 선거에도 김지수(경영 14), 황법량(경제 14) 후보를 출마시켰다. 곧 선거운동이 시작되었고 인디 측은 전년도 보이콧 운동의 영향으로 사실상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였다.


총여학생회 나희진 정후보, 추민정 부후보


 그러나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17년 3월 28일, 전남대학교 대나무숲에 또 한 건의 충격적인 제보가 올라왔다. '인디' 선본 내부에 신천지 신도들이 있다는 증언이었다. 해당 주장은 큰 논란이 되었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던 학생들은 이것이 '인디' 선본에 대한 공격인지, 실제로 신천지 신도가 선본에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를 놓고 거센 논쟁을 벌였다. '인디' 선본 구성원들도 신천지로 지목된 후보자들에게 "신천지 신도라면 진실을 밝혀달라"고 추궁했다. 그러나 신천지로 지목된 총여학생회 나희진, 추민정 후보는 눈물을 보이며 "나는 절대 신천지가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심지어 '이만희 개새끼'를 외치기도 했다.


 결국 선본 구성원들은 잠시나마 의심의 마음을 거두었고, 총여학생회 후보들과 선본원들이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의심해서 정말 미안해 잘못했어", "아니야 괜찮아"라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2017년 3월 30일, 중선관위는 신천지 관련 증인들을 회의에 참석시켰으며, 회의록을 통해 총여학생회 선거에 나선 나희진, 추민정 후보가 신천지 소속이라는 구체적인 증언을 공개했다. 곧이어, '인디' 선본 부후보 문다영과 경영대학 학생회장 후보 김지수 역시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디' 선본 측 문다영, 나희진, 추민정, 김지수 네 사람이 모두 신천지 소속으로 드러난 초유의 사태였다. 이들 4명은 '너에게' 측이 선본을 새롭게 구성할 당시, 장수아(작곡 12)의 소개를 받고 선본에 합류한 사람들이었다. 지난 2016년 11월, '너에게' 선본이 보이콧 운동을 진행하자 알바노조 전남대 분회장 황법량 등 학내 활동가 그룹이 우선적으로 선본에 합류했고, 장수아는 후발주자로 선본에 합류했. 보이콧 이후 '너에게' 선본으로 많은 전남대 학생들이 모였지만, 역시 선거에 직접 출마하겠다는 사람은 한정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의아한 일이지만, 이 상황에서 몇몇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신천지였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너에게' 측이 '열린 만남'을 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수아는 신천지 구성원들에게 '부장님'으로 불렸다. 그는 신천지 베드로지파에서 부장급에 해당하는 인사였다. 신천지 소속으로 드러난 선본 구성원들이 장수아를 '부장님'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목격되어, 이 같은 사실이 분명해졌다. 장수아는 신천지 의혹이 확산되어 한 선본원의 추궁을 받자, "나도 우리 선본 누구가 신천지라는 소리 들은 적 있지만,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며 도리어 역정을 냈다. 신천지 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선본원 A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혹시 선본원 중에 정말로 신천지가 있는 건 아니겠죠?"라는 카톡을 올린 적이 있다. 장수아는 단체 채팅방에서 "너잖아 ㅋㅋㅋㅋㅋ"라고 대답했다. 이는 '농담'인 것처럼 보이는 메시지였지만, 관련 의혹에 대한 논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던 '물타기'였다. 신천지 신도들은 다른 사람의 신뢰를 짓밟는 것에 대해 그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었다. 당시 총여학생회 선본 카톡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총여학생회 선본 카톡 내용>

  

2017년 3월 29일 수요일 오후 12시 40분 (선관위 공청회 직후)


[선본원 A] 신천지 질문 나왔어요?

[신천지 추민정] 네

[신천지 추민정] (인디 선본이) 신천지라는 말이 있다고 질문 나왔어요.

[신천지 추민정] 저희는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신천지 나희진] 선관위원장이 각 선본들에게 학우분들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고 하더라고요.

[선본원 A] 저희는 뭐라고 말했어요?

[신천지 나희진] 요새 선본원 B가 리플릿 나눠주다 보면 신천지 총여 아니냐는 이야기 듣는데, 저희는 신천지 아니라고 했어요.

[신천지 나희진] 이어서 이건 유언비어, 흑색선전이다 각 선본에 증거가 주어지게 되면 우리는 사퇴까지 생각하고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

[신천지 나희진] 라고 했어요.

[선본원 B] 굿

[신천지 나희진] 쟤네 진짜 짜여진 각본..

[신천지 장수아] 옛날에 민정이가 아는 그 신천지 상담가? 그 사람 연락해볼 수 없을까? 번호 있어?

[신천지 장수아] 있으면 번호 줘바

[신천지 추민정] 2년도 더 돼서 폰 바꾸면서 사라졌어요ㅜㅜㅜ

[신천지 추민정] (스크린 샷) 캡쳐해두었는데, 그것도 사라졌고요.

[신천지 장수아] 나도 타로나 보러 가야겠어요.


 <2017년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한 신천지 신도>

좌측부터 문다영, 나희진, 추민정, 김지수

 문다영 (전남대학교 생물공학과 14학번) - 2017년도 전남대 부총학생회장 후보

 나희진 (전남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13학번) - 2017년도 전남대 총여학생회 정후보

 추민정 (전남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13학번) - 2017년도 전남대 총여학생회 부후보

 김지수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14학번) - 2017년도 전남대 경영대학 학생회장 후보

 장수아 (전남대학교 작곡과 12학번) - 신천지 베드로지파 부장급 인사


<전남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신천지 신도 4인의 이름은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공개된 바 있어, 이들 네 사람을 선본에 합류시킨 신천지 간부 1인의 이름과 함께 공개합니다. ‘선거 출마’에는 엄중한 책임감이 뒤따릅니다. 그 무게감을 실감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어떤 거대 집단도, 역사 서술을 억압할 수는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죄의식과 염치가 없다. 신천지 베드로지파 장수아 부장을 통해 신천지 신도들이 집단적으로 선본에 합류한 점으로 미루어, 이 사건은 신천지 세력이 전남대 총학생회를 장악하려 했음이 명백한 사건이다. 당시 '인디' 선본 실무자들과 선본원들은 이들이 신천지 소속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2017년 3월 30일, '신천지 개입 사태'로 더 이상의 선거 진행이 불가능해진 '인디', '악녀' 선본 및 경영대학 황법량 부후보는 사퇴문을 발표하고 전남대학교 구성원들에게 사과했다. 내부 조사를 통해 신천지 신도들을 모두 파악했지만, 그들은 이미 모두 선본을 빠져나가, 연락이 닿지 않던 상황이었다.


'인디', '악녀' 선본과 황법량 경영대 부후보의 사퇴문


 신천지 베드로지파는 전남대학교 뒤편에 '베드로 지성전'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건축하여 예배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전남대학교 학생이라면, 이들에게 한 번쯤은 전도를 당하게 된다. 신천지는 자신들만의 교리를 바탕으로 한 편향된 도덕관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속이듯이 전도하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전도 대상자와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지고 친분을 형성한 후에야 '성경공부'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이후 점차 성경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끔 만든다. 이들은 6개월이 넘는 교리 공부가 끝날 때쯤에야, 본인들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들 세력의 기만적인 도덕관은 전남대학교 학생사회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학생들은 최근에 새롭게 친해진 사람이 신천지 신도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들의 거짓말로 인해, 삶과 시간 그리고 감정의 영역에서 많은 전남대학교 재학생들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에게 순수한 호의를 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김설을 비롯한 신천지와 전혀 무관했던 '인디' 선본 구성원들 역시 이들로 인해 2016년 11월부터 지속되어온 변화의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가장 유력했던 '인디' 선본의 사퇴 이후 다른 두 선본은 선거를 완주했다. 2017년 4월 4일, 2017년도 전남대 총학생회 재선거는 연장투표를 포함하여 3일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다.


 전남대학교 학생사회에 큰 타격을 준 나희진 (식물생명공학 13), 추민정 (식물생명공학 13), 김지수 (경영 14), 문다영 (생물공학 14), 장수아 (작곡 12) 다섯 사람의 이름은 이러한 방식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저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낸 친구를 통해 이 모든 사실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저희가 출판한 책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를 구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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