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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전력 정의찬의 지귀연 공격, 나는 근거를 원한다.

by 김동규

젊은 시절 살인 범죄로 수형 생활을 했던 정의찬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정씨는 자신이 윤석열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의혹을 최초로 제보받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제보자에 따르면 지귀연 판사는 지난 수년간 제보자에게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고 했다.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고 한 번에 수백만 원이 드는 '회원제 룸살롱' 접대였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년간 20여 차례나 그런 일이 있었다면 결제 내역이나 문자메시지 등 다른 근거가 차고 넘칠 것이다. 그러나 지 판사와 나눈 문자메시지 하나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나온 사진이라곤 세 남성이 밝은 공간에서 찍은 사진이 전부다. 이에 대해 최근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지귀연 판사는 지난 2023년 8월 9일에 두 변호사를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 과거의 인연이었다. 1차는 횟집에서 술을 마셨고 지 판사가 15만 원가량을 계산했다. 2차로 간 술집이 문제의 술집인데 실내에 큰 홀이 있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시설이 있어 룸살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 판사는 술을 조금만 마신 뒤 먼저 자리를 떠났고 그동안 여성종업원은 동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윤리감사관실은 해당 술집 내부에 대해 현장 조사도 실시했는데 조사 결과는 앞서 언급한 내용에 부합했다. 사진까지 있는 마당에, 지 판사가 동석자를 속여 제시하는 건 어렵다. 이미 동석자들에 대한 조사도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 판사가 최근 10년간 동석자인 두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을 처리한 일이 없었음은 확인됐다.


정의찬의 주장에 따르면, 두 변호사 중 한 사람이 지 판사에게 수백만 원대 향응을 제공한 상황이 담긴 게 공개된 사진이다. 접대가 수년간 20여 차례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았을 뿐 내부 조사에서 특정되었을 동석자가 제보자였다면 법원에게 실제 사실을 진술하면 끝날 일 아닌가?


그러나 윤리감사관실은 외부위원이 절대 다수인 감사위에서 최종 결론을 내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홀도 확인했다는 내용을 보냈다. 감사위는 국민적 관심 때문인지 공수처 수사 이후로 최종 결론을 미뤘으나 그 대부분이 외부위원인 이곳에 아주 조금의 근거만 제공해도,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보자 주장이 인정받는 게임이다. 그러나 그 어떤 근거 제시도 없었다.


이에 정의찬의 어제자 기자회견을 보도힌 <한겨레>는 기사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넣었다.


'하지만 (정의찬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제보자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나 녹취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고만 했다. 수년간 20여 차례 접대했다면서도 근거 하나 없이 카더라만 제시해 놓고, 지귀연 판사가 사진이 찍힌 경위와 동석자에 대한 정보를 진술하자 그에 대한 반론은 내놓지 않았다. 윤리감사관실은 현장 조사까지 실시해 실내에 큰 홀이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는데 회원제 룸살롱이 왜 그런 구조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20여 차례나 수백만 원대 접대를 했다면 연락부터 시작해서 여러 근거가 있을 텐데 그 어떤 근거도 없이 문자 하나 공개하지 않고 그냥 제보자가 그렇게 말했다고만 했다. 지귀연은 이미 누구와 동석했는지 밝히며 사진을 찍은 경위까지 공개했다. 동석자가 정말로 제보자여서 정의찬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 사실을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몰라도 위원 7명 중 6명이 외부위원인 감사위에 숨길 이유는 없다.


나는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구속취소를 결정한 일에 비판적이다. 윤 옹호 세력이 지 판사의 이름을 놓고 중국인이라는 주장을 펴는 등의 행위를 하고 윤을 비호하는 주장을 펴는 이들이 많자 압력을 느껴서 피고인의 입장도 최대한 고려하며 재판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려고 한 건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동의는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은 지귀연을 향한 근거 없는 음모론 제시를 정당화하진 않는다.


최초 제보자라는 정의찬은 1997년 조선대 학생 시절 학생운동을 함께 하던 남총련 간부 6명과 함께 시민 이종권씨를 납치해 사무실로 끌고 왔다. 이씨가 전남대 학생 행세를 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정씨 일당은 이씨를 고문 끝에 살해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의찬은 주먹으로 이씨의 뺨을 때리고 발로 옆구리를 걷어찬 뒤 공범들에게 경찰 프락치 여부를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이씨는 사망했으며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현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양부남 의원이다.


지난 총선에 나섰던 정씨는 이 사건이 문제가 되자 수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법률위원장이었던 양부남 위원장은 "강압 수사는 없었다"며 "사건 당시 정의찬을 조사했더니 정의찬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름표를 목에 걸고 폭행을 재현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보면 된다고 했다.


죗값을 치른 후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살인 범죄에 연루되어 최종적으로 상해치사로 상당 기간 복역한 사람이 공직에 진출하는 일은 영 껄끄럽다. 그가 시민을 대표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여러 사람과 함께 공동정범이 되어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청년이 살아 있었다면 무엇이든 하며 보냈을 지난 수십 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란 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상해치사를 살인으로 표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있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 결합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 정성현이 자신의 과거 여죄인 상해치사를 살인으로 보도한 언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상해치사와 살인을 구별하지 않았다고 허위사실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도 무혐의를 받을 자신을 안고 말한다. 정의찬은 살인자이며 당신에겐 지귀연의 도덕성을 논할 자격이 없다.


그런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현직 판사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걸 보니, 과거 젊은 청년이 대학생인 척했다는 이유만으로 끌고 와 주먹으로 얼굴을 구타하고 발로 옆구리를 걷어 찬 뒤 고문을 지시한 그의 습성은 여전한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근거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나는 지귀연이나 조희대 판사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궁금한 건 근거다. 지난 수개월간 그것을 제시할 기회는 차고 넘쳤다. 그러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도 근거는 없고 카더라만 있다.


지귀연은 두 변호사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웨이터를 불러 사진을 촬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곳이 진짜로 회원제 룸살롱이었다면 그곳에서 밝게 불을 켜둔 채 기념사진을 남기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내가 그런 회원제 공간을 운영한다면 사진을 찍어 주긴커녕 영업 방해니까 나가라고 할 것이다. 범행 은폐를 위해 회원제로 관리하는 곳에서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손님은 최악의 민폐 손님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정의찬의 기자회견을 보도한 <한겨레> 기사의 문장을 공유한다. 그러나 (정의찬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제보자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나 녹취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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