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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 단지(웬치) 정보를 온종일 탐색했다

캄보디아 납치 사건, 정말 어렵다.

by 김동규

캄보디아의 범죄 단지(웬치)에 대한 정보를 온종일 탐색했다.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시사기획 창>은 물론이고 이 사안에 대한 언론의 각종 보도를 반복해서 살펴봤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봉쇄되고 캄보디아의 여러 공장이 위기에 놓이자 그곳에 중국계 자본이 유입됐다. 방치된 공장을 장기 임대하여 범죄 단지(웬치)를 조성하고 온라인 사기에 나섰다. 웬치에는 병원, 미용실, 식당, 카페 등이 있어 마치 한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처럼 외부에 나가지 않고 온전히 생활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는 이와 같은 단지가 최소 수백 곳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며 운영 방식이나 수법은 단지에 따라 다르다.


특정 단지가 언론에 의해 드러나자 피해자들은 이곳은 중소기업 정도이며 더 거대한 대기업 같은 단지들도 많다고 했다. 내부에서는 로맨스 스캠, 주식 및 코인 리딩방 사기, 공직자 사칭 보이스피싱, 인질 협박 보이스피싱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마치 영어에 능통한 나이지리아인들이 온라인을 활용해 서구권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일과 비슷하다. 나이지리아의 피싱범들이 자발적으로 범죄에 가담한다면, 웬치의 한국인들은 (주로) 무력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동원되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조각이 된다.


이들은 한국인들을 취업 사기 범죄를 통해 캄보디아로 유인한다. 이후 무력 수단으로 납치하여 웬치로 데려간다. 겨우 탈출하여 건물에서 뛰어내려 도망친 사람도 있었는데 이번에 공론화된 대학생은 캄보디아에서 시신이 되어 여전히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웬치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르는 곳을 보여주며 저항하면 죽여서 화장한다고 협박했다. 총으로 협박하여 데려간 후 언급하기조차 어려운 고문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경우가 일상적이었다. 가족들에게 돈을 빼앗기도 했고, 하루 17시간 동안 쉬지 못하게 하며 범죄에 동원했다.


이와 같은 웬치에는 무장 경비원들이 상주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8월 사이에 캄보디아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는 신고는 총 330건 접수됐다. 그러나 정명규 캄보디아 한인회장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캄보디아 내 한인을 상대로 한 납치 범죄와 관련해 올해에만 400건에서 500건가량의 신고를 접했다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집단 납치 사태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온라인을 통해 돈을 벌기로 결심한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에서 전국화됐다. 캄보디아의 사기 산업은 이미 그 나라 GDP의 절반에 달하는 연간 17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사람들을 무력으로 동원해 한국의 피해자로부터 막대한 송금을 받아 그의 삶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남는 이익 역시 어마어마할 것이다.


웬치는 프놈펜에 원구, 망고, 태자 단지가 있고 해안 도시인 시아누크빌과 태국 국경 부근의 포이펫 등에 위치해 있는데 포이펫은 정말 무서운 곳이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여권이 잔뜩 든 쓰레기통이 발견된 곳이다. 사람들을 죽여 화장했다는 협박이 마음에 걸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망한 피해자처럼 시신이 캄보디아 당국에게 돌아오는 일이 과연 일반적인 일일까?


<연합뉴스>는 범죄단지에서 폭행을 당하다가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이를 자랑거리로 삼는 일부 관리자들도 있다는 설명을 보도했다. 다만 화장이나 장기매매에 대해선 과장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건물에서 뛰어내려 탈출한 직후 달려 나와 생존한 피해자의 증언만 봐도 이들은 총기를 갖고 있으며 각종 고문을 서슴지 않는다. 마치 형제복지원처럼 상당수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늘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1명은 죽어 나간다는 증언이 있는데 무력으로 지켜지며 철저한 대본을 놓고 지능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기 때문에 납치되어 외부와의 연락조차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웬치에서 강제 노동을 시키다가 다른 웬치에 판매하기도 한다고 하며 당연히 범죄에 협조하고 가담하고 있는 한국인들도 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작금의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사태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 수백 명이 피해자가 되었고 그들 중 몇 사람이 살해되어 암매장되거나 화장 당했는지 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을 탓하는 주장들도 상당한데, 돈을 많이 줄 테니 해외에 와서 이러이러한 업무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간 사람들만 피해자가 된 상황도 아니며 그게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고 해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릴 이유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인에게 속아서 갔거나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감언이설을 접한 경우 등도 있었다.


관련해서 지방 청년들이 손쉬운 타겟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번 일이 공론화되면서 각 지역에서 여기서도 캄보디아에 간 후 연락이 두절된 청년이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을 뿐 아직 피해자들의 거주지가 주로 어디였는지 나온 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는 조금 미루면 어떨까 싶다. 다만 다소 어렵고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뭐라도 하려고, 어쩔수가없어서 그 길을 택한 사례들은 여럿 보였다.


이번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측이 단속을 안 하는 건 아니지만 범인들이 자주 웬치를 비우고 거점을 옮긴다. 캄보디아의 중국 자본은 이미 상당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그곳 중국인들은 캄보디아인에 비해 7배 이상 생활력이 좋은 상황이다. 현지 수사인력을 온전히 신뢰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정부에선 수사팀 급파부터 하고 있는데 그들이 현지 수사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조력은 가능해도 대단히 전향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거 같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군사 작전까지 거론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랬다. 대한민국 군대가 캄보디아의 범죄 단지(웬치)에서 군사 작전을 감행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미국이 넵튠 스피어 작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처단한 것처럼 이 악당들을 소탕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즉시 80%를 초과해 치솟을 것이다. 그가 전두환이 아동 납치범에게 한 발언 마냥 우리 국민을 살려 보내면 너희도 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도 죽는다고 한다면, 어쩌면 다수 국민들이 시원하게 여기고 열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광경을 생각해 보니 필리핀의 두테르테가 이렇게 나왔구나 싶었다. <진격의 거인>도 떠올랐다. 마지막에 변화하여 선글라스를 쓰고 어떻게든 우리 공동체를 지키겠다며 무장한 조사병단 예거파가 떠올랐다. 우리 국민이 저렇게 당하고 있다는 분노감에 파고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 편승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다.


그러나 저 악당들이 반드시 처벌되어야 하는 것과 별개로 타국에 헬기를 탄 특수부대를 보내 군사 작전을 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최선에 최선을 다해 캄보디아와 협력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조하고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들을 정확히 찾았으면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저 악당들이 즉시 강력히 타도되면 좋겠단 생각을 해보니 이 감정은 정말 무서운 힘을 가진 것 같다. 우리들의 섬을 심장을 바쳐 지키자는 마음이 이렇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이 두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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