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에서 몇 차례 특정 정당 혹은 후보를 뽑으라는 지시를 하달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기본적으로 '종교 집단'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과 특별한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애초에 전국에 흩어져있는 20만 표는 총선에서는 결정적일 수 없으며, 대선에서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광주지역 신도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이고, 다른 지역 신도들 중에는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많다. 대다수 신도들은 정치에 관심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래통합당의 색깔이 핑크고, 신천지 봉사단 색깔이 핑크라 연관성이 있다느니 하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신천지와 특정 정당 연관설 관련 주장들은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관점이다. 이들 봉사단이 표창장을 받거나 여러 단체들과 교류하는 건 강력한 조직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세력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신천지 베드로지파에서 내부 인물을 구의원 선거에 내보낸 후, 조직적인 지지를 지시했던 적이 한번 있었다.
후보자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광주 북구의회 나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H다. 그는 당시 한국 나이 31세로 매우 젊은 나이였고, 경력으로는 '예향 빛고을 문화센터‘ 대표가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신천지의 조직적 지지에 힘입어 무려 2,541표 10.89%를 득표했다. 나름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구의원 선거에 첫 출마한 후보자가 민주, 진보진영 각 후보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 지지를 받는 게 상당히 이례적인 일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경쟁자인 통합진보당 이봉훈 후보는 H 씨보다 불과 90표를 더 득표하는데 그쳤다. 이봉훈은 민주노동당 북구위원회 부위원장, 민주노동당 중앙당 조직국장, 통합진보당 북구위원장을 역임했고,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같은 지역에서 세 번째 선거에 나선 후보와 같은 수준의 득표력을 확보하는, 광주 북구 신천지 조직력의 강력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참고로 H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 그에게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5년 전, H는 전남대 사거리에 위치한 신천지 센터 전도사였고, 나는 그 신천지 센터 수강생이었다. (내 경험에 대해서는 추후 밝힐 생각이지만, 나는 '신천지 신도' 였던 적은 없다) 어느 날 그가 나를 불러내, 따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동규 씨가 정치에 관심 많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저도 정치에 관심이 많고, 직전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었죠. 어제는 안철수 측으로부터 보좌관으로 와달라는 제안도 받았어요. 하지만 (성경을 만지며) 이 말씀이 중요하기 때문에 안 가고 계속 말씀 곁에 남아있는 거예요”
물론, 여기서 안철수 측의 제안을 받았다는 말은 100% 거짓말이다. 제대로 된 경력을 찾기 어려운 31세 무소속 구의원 선거 낙선자에게 안철수가 영입을 제안할 리가 없다.
H가 대표로 있는 ‘예향 빛고을 문화센터’는 신천지 위장단체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해당 단체가 ‘캘리그래피 전시’를 했다는 기사들이 나오는데, 신천지는 전도에 있어 ‘캘리그래피 전시’를 주요 전략으로 활용한다. (구글에 '신천지 캘리그래피'도 검색해보자) 이들은 우선 전도 대상에게 초대권을 받았다며 함께 '캘리그래피 전시’를 보러 가자고 제안하고, 전시를 본 후 자연스럽게 카페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그 자리에서 전시회에 있던 몇몇 성경구절 이야기를 꺼내고, “아는 사람이 성경을 잘 안다. 무료로 알려준다는데 한번 만나보자”고 제안하는 과정을 통해 대상자를 ‘복음방' 과정으로 오게끔 한다. '텍스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입장에서 '캘리그래피 전시'가 유용한 건, 뭐 자연스러운 일이다.
H의 사례는 신천지 베드로지파 '자체 정치세력화' 시도로 볼 수 있다. 구의회 선거에서 본인들의 조직력이 얼마나 통용되는지 시험해본 것이다. 개인이 선거에 출마하는 건 자유지만, 특정 교단을 위해 정체를 숨긴 채 출마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이제 와서 이들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지만, 공동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참으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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