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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Oct 06. 2022

마침내,고유한 나를 만나다


철학적 삶은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요? 멋모르고 전공을 철학과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부터 철학 사고는 싹이 트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불현듯 철학적 사유는 타고나는 것인지 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타고나는 것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4인 저희딸을 보니 그런면이 도드라지더군요. 물론 철학적 사유로 살아가는 엄마의 영향이 없지 않을테지만요.


살면서 참 힘들다는 잡념에 사로잡힌 적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살아온 삶은 그저 순간의 감정의 나락이 아니고는 큰 탈없이 살아낸 삶입니다. 그런데 왜 삶이 어렵고 힘겹게 느껴졌을까요? 때로는 죽는 것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우리는 마음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고통의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하고 몸이 아프다거나 강박적 행동을 하는 식으로 불안을 회피하려는 행동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철학적 삶은 마음의 잡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잡념을 사고로서 풀어내면 사유하는 삶이 되는 것이고 그 잡념에 피해의식을 더한다면 그저 한탄주의자가 될 뿐이죠. 이렇게 삶은 어떤 사고와 생각을 가지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모든 것이 환경탓이고 주변인 탓인양 뱉지 못한 원망의 말을 삼키며 고구마같은 시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때 고구마가 넘어가도록 동치미가 되어준 것이 바로 책입니다.


가슴안에 사유할 거리를 담고 있어도 그것을 스스로 풀어내는 것은 자연스럽지만은 않습니다.가슴안의 사유는 무언가 탁 건드려지는 촉매 역할이 있어야지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책이 그랬고 누군가는 사람이 그럴테고 또 환경이 될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근본적 시작은 자아라는 겁니다. 자기 스스로 자기라고 생각한 자아의 발현이 어쩌면 자신이 아닐수도 있고 아니면 착각하며 자기라고 여긴 것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합니다. 생각해보면 너무도 확실하게 자기 자신을 자신하는 사람에게는 사유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신이 자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유연함을 가질때에만 사유가 가능하고 진정한 자아를 마주할 힘이 주어집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의 출발점은 내가 나 자신을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


자아를 안다는 것은 곧 나의 욕망을 안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아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자아를 대신할 욕망거리에 휩싸이지만 자아를 아는 사람은 결코 헛된 것을 욕망으로 삼지 않습니다. 욕망이 곧 자신이니깐요. 자기것이 되지 못하는 자아만이 그 자아를 대신할 욕망거리를 탐합니다.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김석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김석


지금의 시대는 내가 걸치고 있는 것,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 곧 자아가 되어버립니다. 자아는 온데간데 없이 다른이가 두르고 있는 자아라고 보이는 것에 현혹되며 그것을 자아삼아 자기 등에 업고 싶어하며 갖은 애를 쓰며 사는 시대이죠. 자기 것이 아닌 욕망은 결코 자신이 될 수 없으니 불특정다수에게 자꾸만 자신의 욕망이 들러 붙어버립니다. 또 다른 의미로 고통스럽고 괴로운 삶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갖고 있을 때 사람은 마음이 지옥이 되니 말입니다.



마침내, 고유한 나를 만나다/김석


지금 스스로가 느끼는 행복과 기쁨은 진정 자신의 것일까요? 순순한 자기로 비롯된 순도 100프로의 기쁨일까요? 사람은 타인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기쁨을 얻는다고 하죠. 어쩌면 우리가 기쁜건 다른이의 갖춰지지 못한 욕망을 내가 소유한 기쁨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반드시 철학적 사유가 필요합니다. 나의 욕망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아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아를 알지 못하는 군중 속에서는 욕망이 판을 칠 뿐이며 그 욕망으로 인한 괴로움 울부짖음만 판을 칠 테니 말입니다.


자아가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나와 나의 관계를 잘 맺어야지만 타인과 그리고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와 올바른 관계맺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죠. 지금 시대에 관계로 인해 시끄럽게 요동치는 것은 관계의 시초인 나와의 관계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와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철학적 사유이자 내 삶에 대한 고찰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삶을 사유하기에는 다른이의 적나라한 삶이 천지에 깔린 시대이고 성찰을 하기에 우리는 갖은 소음에 시달리며 그 소음을 자기삼아 같이 소란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살만하고 아름답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철학책을 읽는다고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철학책을 집는 거 자체가 철학적 사유를 가슴이 원하는 거라 봅니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굴려지는 삶이 아닌 눈으로 본 것을 가슴으로 새겨 비로소 머리로 이해가 될때 나와 우리, 그리고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가 안정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지인 인스타를 통해 이벤트로 받았어요. 이 지인에게 받은 두 권의 책이 철학적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는 건 우연은 아니겠지요? 철학적 사유의 삶이 비집고 들어가며 가슴에 무수한 울림으로 때론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의 여정이 끝난 후 비로소 자기만의 기쁨을 떠안을 것을 믿으며 지인인 아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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