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인생의 시험이 연속이구나 느꼈습니다. 해야할 것, 하고 싶은 것이 머릿속에 엉켜서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참 불편하게 저를 괴롭히는 와중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불편함의 시초는 그런 인생의 시험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고 느끼는 하필 그 찰나에 내가 풀고 내린 정답이 잘못된 오답이라고 명확하게 그어주는 누군가의 확신에 찬 말 덕분이지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인생의 여러 시험을 저 자신도 아직 풀지 못한채 답을 찾고 있는데 마치 답안지를 손에 쥐고 있는양 '그건 틀렸어' 라며 단호하게 빨간색 색연필로 줄을 쫙 그은 것이 말입니다.
며칠전 그 누군가의 말에도 그랬고 오래전 그 누군가의 말에도 그랬습니다. 그게 나라고? 그건 내가 아니고 그 누군가가 나라고 판단한 그 누군가의 생각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암묵적으로 그런 내가 되어 버립니다. 눈치가 없어서 받아치는 말에 한참뒤에나 깨달으니 말입니다. 이미 지난 순간에 깨달음은 그저 제 마음속에 돌덩이처럼 들어앉을 뿐입니다.
가끔 그렇습니다. 저의 어떠한 행동이나 말이 아닌 그저 자신에 대한 다른이들과 다른 태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저는 그렇게 그들의 오답이 되어버립니다.
저보다 권력 위에 있는 자들이기에 저 또한 내 문제를 내가 잘못 풀었나라며 스스로 자책의 늪으로 빠지게 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내 시험지를 잘못보고 오답을 제시한 저를 말입니다.
한두번의 경험이 있는 후 그것이 내가 문제를 잘못 풀었음이 아닌 그들이 그들의 문제에 나를 끼워 맞춘 답이라는걸 알아챘습니다. 나를 자책할 것이 아닌 자책할 필요성을 가지지도 않는 그들이 문제를 잘못 풀고 있음을 말입니다. 하지만 또 한번의 생채기를 겪고 나니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책 대신 그들에 맞는 답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틀린걸까요? 그들에게 맞는 답을 찾아 저의 시험지를 바꿔야 하는 걸까요?
약간의 나를 잃고 나를 지킨다
어제 읽은 책 속 구절이 힌트를 줍니다. 약간의 나를 잃고 나를 지키는 것에 대해 말입니다. 색이 강한 사람은 또 다른 강한 색의 사람에게서 물림을 당하기 쉽다는 것을 세번이나 물리고 나니 알아갑니다. 내 색을 흰색으로 덧칠해 연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였을까요?
그들의 고유한 색을 건드리지 않고 내 색을 바라게 해야하는지 내 색 그대로를 유지한 채 그들의 색을 견뎌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 답이 틀렸다고 이게 정답이라고 확신에 찬 그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조금 아플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