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잘 적응하나 싶더니 적응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아프기 시작한다. 항상 이맘때쯤 알러지로 인해 체력이 약해지는 아이들인데 이번 감기가 하필 기관지 관련이라 초5 둘째는 연일 소아과행이다. 어제는 기침이 멈추질 않아서 수업에 방해될까 싶어서 결석을 시켰는데 하필 어제 했어야 할 수업여파가 오늘로 이어졌다.
고학년이라 유일하게 수요일만 엄마 출근전에 얼굴 볼 수 있다고 좋아하니 오늘은 날잡고 하교 시간 맞춰 학교앞에서 기다리며 깜짝 이벤트를 열어본다.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가 않아서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마침 같은반 친구가 나오길래 물어보니 못한게 있어서 하고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네.
점심시간 지나서 모르는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엄마,엄마"하길래 아이가 아파서 선생님 전화로 전화를 하나 했는데 인터넷으로 로그인 해야 하는게 있는데 아이디랑 비밀번호를 물어보려 전화를 했던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앞에서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아직도 로그인을 못해서 다시 물어보려 전화를 한 것이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라 비밀번호를 바로 수정하고 다시 알려주니 그제서야 "엄마, 됐어! 고마워!" 한다.
아이 얼굴은 보고 갈 수 있을 거 같아 집을 나서기 전에 기다리는데 아이가 현관물을 열자마자 나를 보더니 울먹이며 자살하고 싶다고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교 자퇴하고 싶다고 매일 이야기하던 참이다.
이유인즉 담임선생님이 아이와 맞지 않는 것이다. 기준이 높고 그에 대한 모든 걸 수용하길 바라는 분이라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과하게 과제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던 참이다. 학습 뿐 아닌 청결에 대한 부분도 민감하신 분이라 아이 기준과 자꾸 충돌이 되는 듯 하다.
아이 역시 자기 기준이 있는 아이고 충분히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담임선생님 기준에 미치질 못하고 자꾸만 과제가 쌓이니 좌절감을 맛보는 듯 하다.
안그래도 학교에 있는 시간이 즐겁기 보다 견디는 곳인데 아이에게는 더 지옥같은 곳이 되어버린거다. 하교때 별탈없으면 아이가 기분 좋게 하교를 하고 그 다음날 학교 가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등교하는데 하교때 조금이라도 선생님께 혼이 나면 아이는 오자마자 세상 끝난듯이 학교 그만다니고 싶다고 한지 한달이 되어간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자살을 이야기 한다. 평상시 모든 반응에 과하게 대처하고 상상력이 남다른 아이기에 그저 입으로 내뱉는 소리인줄은 뻔히 알지만 자퇴와 자살은 엄연히 급이 다른 단어이기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출근 시간은 지나가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려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은이가 상상력이 풍부해서 자살이라는 말을 할수 있을거 같지만 엄마가 듣기에 어떨꺼 같은지 물어보며 말이다. 엄마가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죽겠다고 하면 어떨거 같아?라고 되물으니 아이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최대한 아이를 이해하면서도 아이의 말이 내 기분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아이와 급하게 마무리를 짓고 출근길을 나서는데 아이에게 문자로 이모티콘이 날아왔다.
그 이상 별다른 무엇이 필요할까 싶었다. 충분히 엄마에게 이해받았다 여겼기에 아이는 그제서야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모든 한마디한마디는 엄마 마음을 파고든다.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엄마에게는 전부가 되어버리는게 아이의 말이다. 어른이 아니기에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기 이전에 그렇게 말하게 된 아이의 마음을 살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말이 그저 입에서 나온것만은 아니니 말이다. 말은 마음을 타고 흐르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아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보다 그 말이 엄마의 기분이나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발끈하게 된다면 아이는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툭 내어놓지 못한다.
자살을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어떤 엄마가 발끈을 하지 않을까? 순간 오만생각이 다 들며 머릿속에 지진이 날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그 말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알고 있다면 그 말의 연유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이 더 이상 아이에 이유가 되지 않도록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상기할 수 있도록 엄마는 도와줘야 한다.
열심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몰아치는 거 같은 담임선생님의 태도에 기가 눌리고 그러다 보니 학교가는게 두려운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 두려움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건 부모밖에 없다. 부모가 나서서 그 두려움의 대상인 담임선생님을 제거하는 것이 일차적이 아닌 아이가 그 두려움에 실체를 스스로 바라보고 직면할 수 있게 부모가 아이 마음 곁에 머물러 주면 된다.
5학년 1년동안 얼마나 많은 상실과 자책이 아이를 힘겹게 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노력한 만큼 해낸 만큼 당연하다고 여기는 5학년 아이에게 지금이 어쩌면 아이 내면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이뤄지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저 엄마로서 조금만 아프고 상처를 덜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 마음 옆에 머물러 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