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by 진주

중학교 들어간지 한달도 안된 아이가 고민이 많다.오늘은 자기 인생이 꼬인거 같다며 상심해하기까지 한다. 그 이야기에 되려 아이가 드디어 자기 탐색을 하는구나 싶어서 마음은 아리지만 한편으로 성장해 나갈 아이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중학교 들어가자마자 벌써부터 자기 눈에 우상처럼 보이는 친구도 생기고 스스로 우상이 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생기는 것도 한몫 하는 거 같다.

그 아쉬움 덕일까? 갑자기 피아노를 배우겠다며 피아노를 가르쳐달라고까지 해서 주말에 엄마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아이 태도가 사뭇 진지한 편이라 그 마음에 응하고는 있다.


그것뿐 아닌 운동신경이 없는 아이가 난데없이 자기가 달리기를 잘한다며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고 갑자기 학원을 옮길까라며 처음으로 공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비치기도 한다. 아이 마음에 혼란이 자꾸만 틈을 타나보다.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아이의 고민을 듣고 생각에 잠기다 보니 몇달전 읽은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책 구절이 떠올랐다. 기록해둔 문장들을 보면서 지금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아이는 지금 자신을 잃고 자신을 채워가는 시기이구나 인정하면서도 엄마 마음으로 아이의 상심이 커다랗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대신 아파주고 싶고 상심의 것들을 채워주고 싶은 얄궂은 책임이 마음 한켠을 비집고 올라오지만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짐을 해본다.



아이의 성장통이라는 것이 부모 눈에 휜히 보이다 보니 같이 아파하는 건 당연지사다. 중1 큰아이 뿐 아닌 초5인 딸 역시 부쩍 마음이 자람으로 인한 성장통이 시작되는 듯 하다.


큰아이 성장통의 계기는 중학교에서 마주한 여러 친구들이다. 초등학교까지는 나름 자신감이 있는 아이였는데 초등학교보다 좀 더 다양한 아이들이 모이는 곳인 중학교에서는 부쩍 자신이 읽혀진 듯 하다. 바로 우상처럼 보이는 한 친구로 인해서 말이다. 그 친구는 다재다능한 아이로 벌써부터 친구들이 따라붙으며 환호를 하는 모양이다. 큰아이 눈에는 그것이 꽤 간지(아이의 표현이 그렇다)나는 모양새였고 부럽다는 이야기를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피아노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계기도 되고 말이다.


엄마로서 다행이라면 우상에 기죽지 않고 자기도 간지가 나 보겠다며 나름 용쓰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지만 아이는 우상을 바라보면서 자기 자신도 비춰지니 마음 한켠이 씁쓸한 것도 감당하게 되리라. 막연하게 닮고싶은 연예인을 우상삼던 아이가 자기 자신 앞에 현실로 도래한 같은 학년의 우상을 대면한다는 것에 양가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


둘째의 경우는 아이 성향과 전혀 맞지 않은 담임과의 첫 조우로 인해 가시밭길이 열리면서 스스로를 직시하게 되었다. 이해되지 않고 맞춰질 수 없을 거 같은 담임의 기대치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는 것에 좌절감을 매일 맛보고 있다. 엄마가 나서서 도와줄수도 없으니 그저 최선의 노력에 대한 응원을 보낼 뿐이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고학년이 되면서 참을성이 길러진다며 부당하다 여겨지는 담임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온전히 이뤄내는 것을 통해 묘한 성취감도 느끼는 듯 하다. 그 담임은 아이들에게 이런걸 바라고 과중한 과제를 내준걸까? 상당히 의아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니 그렇다고 믿는 수밖에.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



아이의 상실을 바라본다는 것은 엄마의 것이 잘려나가는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그 상실이 아이만의 것으로 채우기 위한 과정임을 안다면 기꺼이 엄마의 것이 잘려나가는 아픔은 고스란히 엄마의 몫이다. 아이도 엄마도 각자의 몫을 그저 견뎌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와 엄마는 분리의 과정을 통해 한 인격체로서 서로 마주하게 되는 날이 분명 오니 말이다.




아이의 아픔은 성장통인 것이고 엄마의 아픔은 아이와의 분리에서 오는 또 다른 해산일 듯 하다. 비로소 마지막 해산을 통해 아이를 엄마에게서 완전히 분리시키는 셈이다.


엄마와 아이가 겪는 지금의 아픔이 지나고나면 분명 선명하게 엄마와 아이 각자 자신으로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픔이 지나는 길에 그 아픔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그 아픔의 필연을 인연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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