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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Apr 11. 2023

진주서평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도서관에서 입니다. 남편과의 불편한 마음을 한가득 짊어지고 갈 곳이라고는 도서관 뿐이라 (사실 혼자서 카페를 가거나 쇼핑을 해도 됐지만요)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책이 없을까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는데 제목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이겁니다.'라는 신호와 함께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비교적 가볍게 쓰인 상담서라 라면을 후루룩 씹지도 않고 삼키듯 2시간만에 완독하고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답니다. 정말 다행이죠?






'말이 안 통한다는 건, 바로 감정이 안 통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말이 정말 안통해'라는 말은 하지만 감정이 안통한다는 말을 잘 쓰지 않지요? 결국 따지고 보면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은 마음의 결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그걸 모른채 그저 말이 안통하거나 성격이 안 맞는다고 하는거지요. 사실 말이 통하고 성격이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것만도 아닙니다. 물론 관계에서 겪게 되는 불편함이 적거나 그 불편함을 조율하며 원만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타인이 어떤식으로든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며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관계의 질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남편과 말이 안통하고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기에 그냥 회피하고 말아버립니다. 그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편한 방법이니깐요. 아니면 부부사이에서 흔히 하게 되는 착각을 하기도 합니다. '알아서 잘 하거나 내 마음을 알아주길'하며 말입니다. 사실 이런 마음 자체가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말입니다.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결혼을 하는 순간 새로운 지구를 책임지게 되는 것이 부부일진대 가끔 자신이 떠나온 행성에 미련을 못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 남편같은 사람이죠. 자신이 이뤄낸 지구에 대한 책임보다는 떠나온 행성에 대한 미련 내지 책임을 져버리지 못하고 아내에게만 지구를 맡긴 채 자신이 떠나온 행성에 자꾸만 드나들다보면 같이 가꿔내야 하는 아내로서는 남편이 미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어쩌면 이렇게 찰떡같은 비유를 하셨는지 이 문장을 보자마다 정말 제 마음을 알아주는 양 너무 시원했답니다. 고구마 100개 먹은 마음에 사이다 1.5리터 들이부은 격이랄까요?


가끔 자신의 지구보다 떠나온 행성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지구를 혼자 지켜내느라 진이 빠지는 아내를 많이 봅니다. 저 역시 그렇구요.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는 이상 자신의 가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남은 한 사람이 모든 짐을 짊어지게 되니 불균형은 뻔하고 그 불균형으로 인한 틀어짐은 분명 일어납니다.


저 역시 한번씩 크게 불거지는 불균형으로 인해 남편과의 소통이 막혀버립니다. 그 불균형에 대한 이해를 서로 가지지 않고서 소통은 불가합니다. 하지만 보통은 자신에 대한 이해만 바라지 상대에 대한 이해는 타당하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소통이 막히다보면 어느새 소통의 창구마저 닫게 되어버리기 쉬운 것이 부부입니다.


'어려움이란 해결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다. 불가능이란 그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일이다.' 소통의 어려움을 겪다보면 자연스레 부부사이에 소통이 불가능함을 확인사살하며 마음을 닫게 되는 것이 마지막 단계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그만큼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은 서로의 의지가 아니고는 쉽지 않은 길입니다.


어찌보면 소통도 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천성으로 보통 소통하기 마련인데 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유한 천성이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면 플러스의 요인이 되도록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부부사이의 소통을 위해 소통까지 습관으로 단련해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사실 하기 싫은 것이 먼저지만요. 내가 먼저냐 니가 먼저냐 하며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며 말입니다.


저 역시 지금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크게 내키지는 않습니다. '나는 할만큼 했으니 이젠 남편의 차례다' 라는 마음이 크거든요. (오늘 진주서평은 굉장히 주관적이네요) 다만 소통면에서는 저도 제 천성대로 하기 보다는 조금의 조율은 필요함을 느낍니다.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소통 이전에 자신이 느낀 마음을 살펴보는 것도 소통이 원할할 수 있는 한 방법입니다. 저 역시 남편이 한 행동에 대한 화만 생각했지 그 화가 나의 어떤 욕구로 인해 불거진 것인지는 세세하게 살피지 않았습니다. 내가 타당하고 여기고 내가 맞다고만 생각한다면 상대에 대해서 잘잘못만 따지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부사이에서는 응징이라는 것이 마음속에 똬리를 틀기 쉽기에 내 욕구에 대한 수용보다는 그 응징이 응당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결국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해 섭섭하거나 서운함 혹은 소외됨을 인정하는 것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외로우니 차라리 그 사람의 잘못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응징을 하는 것이 아내 입장에서는 더 속시원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혼하는 부부와 행복한 부부를 조사해 보니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격 차이 때문이 아니라
싸운 다음 화해하는 방식에 따라서
이혼하느냐 안 하느냐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글에서 보면 차라리 서로 싸우는 부부가 건강한 부부라고 합니다. 싸우지않고 서로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싸움을 통해 서로 합의점을 찾든지 싸우는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투쟁으로서 서로의 대립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던지 말입니다. 그런면에서 저는 싸우기 보다는 무시로 일관하며 저 스스로 마음을 닫아버리는 편입니다.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겠죠? 여러방법을 통해 개선을 바랐지만 결혼 생활 15년이 지나도록 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혹은 그 순간만 무마하면 된다고 쉬이 넘겨버린 상대방의 탓도 없지 않습니다.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얼마전에 만난 지인 상담사 선생님도 이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이혼해서 좋은 점, 이혼해서 안 좋은 점을 적어보면 이혼에 대한 답이 나온다고 말입니다.


'사랑을 전달하려면 내 사랑의 얻어가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사랑의 언어로 말해주어야 합니다.' 라고 합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만 사랑을 전달하는 남편과 사는지라 이 말이 참 어렵게만 들립니다. 저 역시 저만의 방식으로 그사람에게 말하겠지만 말입니다.


가장 쉽게 노력이 되지 않은 것이 세상 많은 관계 중 부부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녀가 있기에 항상 절충안을 선택하지만 그 선택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수 없습니다. 서로를 위한 최선의 절충안은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자녀들 입장에서 남편과의 사이를 절충하며 안으로 삭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더 삭아서 암모니아 냄새를 폴폴 풍기기 전에 방법을 간구해야 할 듯 합니다.


부부사이에서 더 이상 무언가 액션을 취하기에 에너지도 없고 여력도 없는 와중에 만난 이 책은 살며시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이렇게 해, 저렇게 해' 라는 대안보다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위로를 건낸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책은 부부사이뿐 아닌 가족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관계의 어려움이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으니 가족내의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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