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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Oct 04. 2023

진주서평 인투 더 플래닛






       

불확실성을 떠안고 산다는 건 두려움을 항상 떠안겠다는 결의이자 다짐이다. 매 순간 불확실성에 뛰어든 한 여성의 이야기인 인투 더 플래닛은 자서전이자 한 인생의 불확실성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인투 더 플래닛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은 부분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이야말로 내 인생에 큰 화두이자 불확실성이 곧 불안으로 읽히는 나에게 주인공 질 하이너스의 기질은 짜릿하면서도 기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가 경험하는 동굴속 탐험의 불확실성은 곧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이 넘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왜 이렇게까지 해야했을까 하는 의문마저도 가지게 되었다. 생존과 연결된 불확실성에 대한 댓가로 미지의 영역을 뚫고 간다는 열망이 그녀를 그토록 가슴뛰게 만들었던걸까?





인투 더 플래닛


불확실성이 긍정의 기폭제이자 그 속에서 춤추는 원동력이라니... 과연 이 불확실성에 대해 의연할 수 있는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싶다. 단순히 그녀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7R형질(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관련)때문에 가능했을까? '7R이 발현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같은 유전자를 지녀야 한다'는 그녀의 이야기처럼 결코 쉽게 동의되지 않는 의아함마저도 떠안게 된다. 위험은 그녀 스스로만 떠안는 것이 아닌 그녀의 가족과 그녀을 지켜보는 자의 몫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안위에 대한 불안을 떠안기면서까지 자기만의 탐험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한게 솔직히 심정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기만의 탐험에 오롯이 빠질 수 있는 그녀의 패기가 부럽기도 하다. 



인투 더 플래닛



불확실성에 가장 현답은 그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직면하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마주하고 직면하기를 외면한 채 그저 그대로의 불확실성에 대한 자신의 합리화만 일삼을 뿐이다. 정작 해결되는 것 하나 없이 그저 자기 합리화로서 그 불확실성에 대한 확신만 가지고 멈춤인 것에 안도할 뿐이다. 


하지만 질 하이너스는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이 자기 스스로를 망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불확실성에 뛰어는다. 불확실성은 마주하고나면 그 다음이 보인다. 그 다음이 보인다는 것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고 어떻게 할지를 안다는 것이기에 확실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불확실성을 즐기자 다짐하며 그 불확실성에 자신을 내던지는 경험도 한다. 물론 리스크가 적은 불확실성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 불확실성을 마주한다는 것은 용기가 아닌 그 불확실성 그 이후의 것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용기는 낼 수 있지만 그 용기에 대한 대처는 오로지 스스로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게 질 하이너스는 자신의 불확실성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또 감당한다. 


인투 더 플래닛


여성으로서 남자의 영역이라 불리울 수도 있는 동굴탐험을 하며 질 하이너스는 그 자체로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한다. 한 사람으로서의 탐험가가 아닌 여성 탐험가라는 굴레가 씌워지고 또 한때 남편이었던 폴마저도 동료라기보다는 폴의 아내로서의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정체성에 대한 부분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이들이 한번씩 겪게 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지워지는 여성으로서의 위치나 자리는 결코 여성이 바라는 것이 아닌 그저 그렇게 해야하는 사회적구조 탓이 크고 그에 따라 순응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여성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존재되어지고 받아드려지길 바라는 여성도 분명 존재한다. 질 하이너스처럼 말이다. 


인투 더 플래닛


나 역시 매순간 고민하게 되는 것이 엄마로서 해야하는 역할과 나로서 온전히 거하고 싶은 욕구에 충돌을 느낀다.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로서 자기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이들에게는 욕심이자 사치, 또는 자기만 아는 행태로 느껴질 것이나,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고 나로 온전히 불려지기 바라는 사람이다. 아이를 키우는 내내 아마도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끊임이 없을 것이다. 오늘도 역시나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더 할애하기 위해 일을 줄여야 하나 고민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그저 그 안에서 적당히 나만의 답을 찾고 그 답에 대한 해결방안과 그에 따라 책임에 대해 회피하지만 않으면 된다. 엄마VS나 사이에서의 선택은 그 어느쪽이던지 후회를 가져오는 건 뻔하기도 하니 말이다. 아이가 있는 엄마로 살아가는 한 말이다. 



인투 더 플래닛



질 하이너스에게 생존과 관련한 불확실성에서 중심을 잡게 해 준 이는 두번째 남편이 아닌가 싶다. 탐험만이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없다. 탐험이전에 일상이 충족되어야지 그 탐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있고 욕망되어지는 것은 아이라는 일상의 끈이 나를 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우리는 탐험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최선을 다하되, 돌아갈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P.276)

성공이라 여기는 것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노력해야 하지만, 얼마간 노력했건 되돌아갈 시점을 알아야 한다. (p297)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자 마음에 새기고픈 태도였다. 질 하이너스가 수많은 동료의 죽음을 겪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돌아가야 할 때를 알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상의 흥분과 짜릿함이 곧 자기의 목숨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뒤돌아서는 용기, 그것이 그녀의 진면목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나로서 온전히 거하며 그 안에서 기쁨을 누리다가도 다시 돌아가야 할 곳(아이들)이 있기에 기꺼이 나의 욕망을 접을 줄 안다. 그것이 나의 기쁨을 져버리는 것이 아닌 더 큰 기쁨을 위한 돌아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질 하이너스가 진정한 위너이기 아니었나 싶다. 돌아설때를 아는 그녀의 미지의 탐험을 조용히 응원해 보며 진주서평을 마친다. 





*마리앤미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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