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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Apr 21. 2024

사춘기와 갱년기


가슴에 갑자기 불덩이가 떠안기는 듯 화가 순간 치밀어 오른다. 이것이 갱년기인가? 그도 아니면 중2병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인 것인가?


그 불덩이가 포효할 듯이 느껴서 후다닥 옷을 껴입고 나온다. 나오면서도 이것이 과연 중2병 내지 갱년기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인 것일까 고민한다.


집앞 단골카페에 다행히 문이 열려 있어 호기롭게 주문을 하고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이제 시작인거야"  라는 예비 중2 엄마다운 소리를 한다. 그리고 우리 나이에 갱년기도 맞다는 확증을 심어준다.


다행히 친구와 짧은 통화 후 가슴 속 불은 진압이 되었고 사랑하는 라떼와 디저트를 보니 마음이 녹는다. 후다닥 먹고 가서 밥하자 하는 마음의 소리도 들린다.


별수없는 엄마인게야?


갱년기와 사춘기는 갑자기 맞붙지 않는다. 서로 정리되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묵혀둔 감정이 더 이상 숨을곳을 찾지 못할때 서로 어긋나는 것이다.


사춘기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엄마의 미해결된 감정들에 대해 보듬는 시간을 미리 갖으므로 갑자기 불어닥칠 중2병에 타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엄마이고 어쩔 수없이 엄마인 것일까?


사춘기 초입인 둘째가 보낸 문자에 청승맞게 눈물이 차올라 당장이라도 가서 부여잡고 울며 미안하다고 하고 싶지만 이내 마음을 정돈해본다.

엄마이길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일으켜세우는 건 엄마이기 때문에라는 희망이다. 절망을 주는 것도 아이, 희망을 주는 것도 아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엄마고 그래서 자식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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