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엄마, 나는 소심해'
라는 말을 큰아이는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런 큰아이를 위해 빌려온
그림책 '나는 소심해요'
엄마는 애둘러
소심한 게 아니라 신중하고 섬세한 거야 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런데 이 그림책을 본 후
엄마로서 아이에게 말한 것이 맞나 의구심이 든다
'맞아 우리 아들 소심해. 그런데 엄마 아빠도 소심해. 소심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소심함을 소심하지 않은 그 무엇으로 바꾸려 애쓰는 걸까?
소심함은 나를 살피는 일이고
소심함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일이고
그 눈치라는 것이
소심한 사람에게는
센스를 발휘하는 재치다
소심함은 소심함의 부족함을
혹은 소심함의 답답함을
감성적인 그 무엇으로 표현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소심함은 조급함보다 신중함이 앞서기에 실수가 덜하고
소심함은 완벽함의 또 다른 축이기도 하다
요란함으로 표현하기보다
깊은 그윽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소심함은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것이기도 하다
소심함은 소심한 그 무엇을 찾아내는 눈이기도 하고
그 소심함을 껴안아주는 사랑이기도 하다
소심함이 소심함을 알아볼 때 그들은 더 이상 소심함이 아니다
소심한 사람에게는 소심함을 알아봐 주는 마음에 안전함을 느낀다
그 안전함 속에서 소심함은 보호받고
소심함을 소심 한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므로
소심함의 소심하지 않는 목소리를 낸다
소심함이 요란함을 무기 삼지 않는 이유는
소심함만이 가질 수 있는 묵직함의 내공이다
소심함은 요란함과 겨루지 않는다
소심함은 소심함을 겨눈다
그리고 소심함을 승화시킨다
세상이 소심함과 요란함이 반 일터인데
요란함은 결코 소란함을 욕망하지 않는다
욕망의 날것을 그대로 세상에 뱉어내기에
내면에 남는 건 허기와 빈공기뿐이다
소심함은 내면의 날것을 매일 대면하며
소심함의 소심함을 내면에 새긴다
배부르고 가득 찬 공기로
소심하지만 결코 소심하지 않는
배부름으로 내면이 채워진다
소심함이여
요란함의 함성을 부러워하지 말자
너의 소심함이 쪼그라질 때로 쪼그라들어 구겨지는 날이
곧 너의 소심함의 최후이다
요란함에 장렬히 무너지는 그대의 소심함이 아니길
그대의 소심함은
곧 그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