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땡큐베리 Dec 14. 2023

교실에서 인생을 배우다.

소소한 일상

나는 오늘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인생을 배웠다.

4교시 수학시간에 들어간 교실에서는 거리를 두고 놓아진 책상을 보며 오늘의 할 일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배웠던 수학 단원에 대해 마무리하는 과정으로 시험을 보는 날이었던 것이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시험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했다.

"선생님~ 저 어떡해요. 진짜 100점 맞고 싶은데... 잘 볼 수 있을까요?"

"아~! 선생님 저 진짜 떨려요. 많이 틀리면 어떻게 해요?"

"내가 100점 맞으면 우리 엄마 진짜 좋아할 텐데~"

아이들은 시험 이야기로 나와의 첫인사를 대신했다.


잠시 후, 좀 전에 말 많던 개구쟁이 모습은 사라진 아이들이 시험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시험지 옆에 놓아져 있는 흰 종이에 숫자를 계속해서 써 내려간다.

한 손으로는 앞머리를 쓸어 올리기도 하고, 멈췄다가 움직였다를 반복한다.

시험이 끝난 아이는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몇몇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하나둘씩 시험지를 제출했다.

모든 아이가 시험지를 제출했고, 시험은 끝났다.

이젠 결과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분명 시험이긴 했지만, 선생님은 풀이과정을 도입하면서 아이들 모두가 이 문제를 집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계신다는 게 보였다.


완벽에 가깝게 여겨질 만큼 설명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각자 시험지에 대한 점수가 매겨졌고, 한 아이는 100점을 맞았다며 시험지를 들고 교실을 뛰어다녔다.

"선생님! 선생님! 저 시험지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와! 진짜 너무 좋아요"

"축하해! 열심히 문제 풀어서 다 맞았구나. 그래~ 기분 정말 좋을 것 같아"

아이는 교실에서 높이뛰기하듯 뛰었다.

그러다 갑자기 맨 앞자리에 멈춰 섰다.

"oo야! 시험 잘 못 봤어? 왜 그래?"

".........."

맨 앞자리에 있던 그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들면서 울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해방의 역사를 경험한 것처럼

시험지를 펄럭이던 아이도 잘했다고 칭찬하던 나도

우는 아이 앞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너무도 서럽게 울고 있는 아이를 보니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졌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100점을 맞은 아이가 울고 있는 아이 앞에 무릎을 굽혔다.

"엇! 너 하나 틀렸구나. 실수했나 보네"

"...... 나... 진짜 100점 맞고 싶었어."

"그래. 너도 100점 맞고 싶었을 것 같아. 근데 너 그거 알아? 이 시험은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형 2년 후면 수능 봐"

수능이라는 말을 듣더니 아이가 울음을 멈췄다.

"수능? 와~ 수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지? 네가 몰라서 틀린 게 아니라 실수한 거니까 진짜 아무것도 아닌 거야"

"그래. 맞아. 아~ 근데 진짜 아쉽다"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드라마 같은 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울컥함이 올라왔다.


대성통곡하고 있는 아이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초등 3학년에게 주어진 인생의 무게가 가여웠고,

백점을 맞아 시험지를 휘날리던 아이가 친구의 눈물 앞에 멈춰 선 것이 감동이었다.

인생의 무게와 감동이 만나서 나누는 두 아이의 대화는 꼭 우리 인생처럼 빛났다.

혼자서만 기뻐하지 않고, 우는 아이 앞에서 함께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는 순간을 실천하고 있는 아이들.

나만 느끼기에는 아쉬운 참 교육  현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로에 대한 관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