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명함
내부브랜딩에 따라 인생의 목적이 구체화되고 생각과 행동에 해당 목적이 어느 정도 녹아들었다면 이제 그것을 외부에 잘 전달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외부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아래와 같은 의문이 듭니다.
1) 나라는 사람에 대해 굳이 외부에 설명해야 할까?
2) 내부브랜딩만 잘해놓으면 외부브랜딩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3) 혹은 반대로 외부브랜딩만 하면 되지 않을까?
오늘은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개인의 외부브랜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의문에 대한 답을 하기 전에 먼저 개인의 외부브랜딩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브랜드(인상)를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주로 가족, 친구, 회사 동료, SNS팔로워 등 주변 사람들에 의해 형성됩니다. 그들 역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우리의 인상을 형성한다기보다 우리와 그들의 접점에 펼쳐진 '우리에 관한 요소들'에 노출됨으로써 그들도 모르게 우리에 대한 인상을 형성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외부브랜딩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외부브랜딩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 관한 요소들'에는 얼굴, 키, 눈빛, 패션, 말의 빠르기와 높낮이, 말의 내용, 행동, 성별, 이름, 나이, 학력, 직업부터 SNS 프로필과 업로드한 사진들 등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외부브랜딩을 통해 정체성과 일치하는 또는 그에 근접하는 인상을 타인에게 형성한다면 '내가 보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가 일치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런 경우엔 나의 외부브랜딩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죠.
이제 다시 앞의 의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굳이 외부에 설명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만약 내가 혼자의 힘으로만 인생을 꾸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나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인생 파트너들을 구해야 합니다. 여기서 외부브랜딩이 필요한 것인데, 나를 외부에 잘 알리면 나를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나를 찾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 존재란 직장, 이성, 친구 혹은 멘토나 멘티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중요한 것은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들 중에는 역으로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내가 가진 것을 가져가는 대신 내게 부족한 것을 주려는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만족스러운 삶을 함께 만들어갈 다양한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는 외부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대가 없이 주거나 받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관계에서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이제 다른 의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내부브랜딩만 잘하면 외부브랜딩은 알아서 잘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내부브랜딩이 잘 되고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내가 세운 목적과 그것을 위한 생각과 행동이 잘 매칭 되는지는 언제나 타인의 검증을 필요로 합니다. 타인을 통해 내부브랜딩을 더욱 탄탄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오해' 때문입니다. 사람은 '오해의 동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어떠한 이유로든 '오해'라는 것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원 김 씨는 자산과 소득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생각해서 소비를 잘 안 합니다. 그래서 많이 헤져서 반들반들해진 정장 바지는 물론 양쪽 모두 구멍 난 양말도 그냥 착용하고 다닙니다. 환경 단체에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기부하기도 합니다. 주변 친한 사람들은 이미 그런 김 씨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중에는 그런 김 씨를 존경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날 김 씨가 회사 투자와 관련하여 중요한 손님들을 모시고 한정식 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식당은 마침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김 씨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헤진 정장 바지와 양쪽 모두 구멍 난 양말을 착용하고 있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김 씨는 손님들을 잘 모신 것 같다는 느낌에 스스로도 만족했습니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함께 택시를 타고 가던 손님들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자기 관리를 저렇게 못하는 사람이 있나?", "예의가 없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사람을 이런 자리에 내보내다니 실망스럽구먼".
조금 극단적인 위 이야기의 교훈은 TPO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김 씨가 만약 자신이 왜 이런 옷을 입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마디라도 했다면 김 씨에 대한 평가는 다소 달랐을 것 같습니다.
타인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필요하면 소통을 통해서 혹은 본인의 행동 수정을 통해서 오해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본인의 정체성과 브랜드(인상)가 가까워집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외부브랜딩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남들이 나를 A로 봐주길 바라고 A인'척'만 하는 전략인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보다 나쁜 전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사람들 간 소통이 대량으로, 또한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역사는 없었습니다. 소통의 깊이는 얕아졌을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아무리 감추려고 노력해도 산에 들어가 살지 않는 이상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을 것이고 나에 대한 어떤 이야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위장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과 피로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따라서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 내는 연극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오늘까지 개인에게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를 내부브랜딩과 외부브랜딩 관점에서 각각 살펴봤습니다. 이야기가 다소 길어졌지만 결론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실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잘 전달하고
그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우리는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또한 쉬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위 과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머리는 아프고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은 인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투자라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개인의 브랜딩에 대한 글이다 보니 다소 철학적으로 흘러갔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사업에서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2회에 걸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