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사는 왜 존재하는가
이제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개념적인 내용이 아닌 S사의 브랜딩 과정을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S사의 브랜딩 담당자가 되고 나서는 한동안 일상과 업무 시간의 구분 없이 밤낮으로 공부하고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브랜딩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단어를 하나 찾았는데요 그건 바로 '미션'이었습니다. 다른 말로는 '존재 목적'이라고도 하죠.
* 미션에 대한 설명은 '브랜드와 브랜딩의 정의(2)'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이 회사에 오기 전에도 미션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지만 그것이 회사의 방향키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전에 다닌 크고 작은 회사에서 미션을 언급하는 것은 신년이나 연말 행사 때뿐이었으니까요.
'회사의 존재 목적은 당연히 이윤 추구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회사는 필수적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윤 추구가 회사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윤은 오히려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발생시켜야 하는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적정 이윤을 장기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적이 필요합니다.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것은 회사의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이야기이고 방향성이 명확한 회사는 효율적으로 운영될 확률이 높습니다.
* 뚜렷한 목적이 어떻게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지는 '사업에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를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좋은 미션과 나쁜 미션을 결정짓는 기준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얼마나 넓고 깊게 대표의 생각이 반영되었는가'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회사의 큰 방향과 KPI를 설정하고, 최종 인사평가를 하는 사람이 바로 대표이기 때문에 대표가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작성한 나머지,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것이 사무실 모든 구성원과 그들의 업무 하나하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좋은 미션의 조건들에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얼마나 동요시킬 수 있느냐'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께 물었습니다.
"S사를 처음 시작하신 이유가 뭐였나요?"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된 논의는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미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표님이 생각하는 S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분석하고 조망하는 것은 물론 대표님의 개인적인 꿈과 목표까지 상세히 살펴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S사는 현재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브랜드를 리브랜딩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S사에는 제가 들어오기 전에 설정된 미션이 있었고 거기에도 대표님의 생각이 잘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침 회사 성장 단계상, 지금까지 속해있던 시장이 아닌 훨씬 규모가 큰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 시점이었고 이에 따라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미션까지 재검토해야 했던 것입니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기존에 잘 만들어 놓은 것을 수정하는 것이 더 어렵더라고요.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의 미션을 리서치하고 분석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미팅의 횟수와 시간 자체도 엄청났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한 느낌에 모두가 지쳐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회의에 참여한 누구 하나 대충 정하고 넘어가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 브랜딩 담당자는 미션, 핵심가치 등의 브랜딩 요소를 기획하기 전에
각각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해 구성원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수 차례의 미팅을 통해 중요한 키워드를 뽑고 그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한 결과 드디어 아래와 같은 문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든다'
'너무 공공기관 같은 미션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로는 문제가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왜냐면 이 문장은 결코 '외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만든 것이 아니며 오롯이 '회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외부 사람들은 이 문장만 보고는 진심인지 혹은 단순한 구호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S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 그들이 S사와 만나는 접점을 통해 판단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