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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고신입 Sep 25. 2020

업의 정의

샐러드 전문점에서 패스트푸드로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S사는 자타공인 '샐러드 전문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미션과 맛, 건강, 신선, 가격, 관계라는 핵심가치 아래 S사가 여전히 샐러드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했습니다. 다행히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샐러드 전문점보다 더 적합한 타이틀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 만장일치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메뉴가 '샐러드'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샐러드를 보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써 인식하기보다는 사이드 메뉴 또는 특수한 상황(다이어트 등)에서만 먹는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S사가 샐러드만 고집하며 샐러드에 대한 인식과 관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샐러드 외에도 맛있고 건강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음식들을 제공하는 것이 보다 목적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당시 S사의 메인 메뉴 구성을 보면 전형적인 샐러드(야채 베이스에 토핑이 올라간)의 비중은 30% 수준이었으며 곡물 샐러드(야채와 곡물 베이스에 토핑이 올라간), 샌드, 랩 등의 비중이 이미 70%에 육박했습니다. 물론 샌드, 랩에도 많은 양의 채소가 들어가지만 말입니다. 이미 전형적인 샐러드 전문점이라고 보기 어려운 메뉴 구성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럼 이제 질문은 '샐러드 전문점 말고 마땅한 대안이 있느냐?'로 넘어갑니다.




합리적인 가격, 수 분 이내에 메뉴를 제공한다는 기준, 고객이 음식을 카운터에서 직접 픽업하는 형태까지 자연스레 '패스트푸드'라는 타이틀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라는 단어가 가진 부정적 연상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Healthy QSR(Quick Service Restaurant)이라는 타이틀을 쓰려고 했습니다. 당시 국내외 여러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홈페이지와 관련 기사에서도 QSR이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QSR은 우리의 제공 방식과 메뉴 가격대를 봤을 때 분명 적합한 이름이었지만 지나치게 생소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를 소개할 때 'Healthy QSR S사입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과연 가장 중요한 내부 직원들 중에서 조차 이 표현을 100%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건강한 패스트푸드'라는, 들어본 적은 없지만(대중들의 기억 속에)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물론 실제 제공하는 메뉴와 서비스 형태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타이틀을 쓰기로 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대중들과 일부 내부 구성원들은 아직도 S브랜드를 샐러드 전문점이라고 표현합니다. 건강한 패스트푸드라는 표현이 낯선 것은 둘째치고 수년간을 샐러드 전문점으로 존재해온 S사이다 보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새롭게 설정한 미션과 핵심가치를 꾸준히 구현해나간다면 S사는 언젠가 샐러드 전문점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땐 '건강한 패스트푸드'라는 표현도 내부 구성원과 대중들에게 보다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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