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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May 22. 2023

지뢰밭

남편의 지인의 아들에게 장난감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장롱안과 방안 구석구석에 쌓아두었던 리빙박스들을 모두 꺼냈다. 역시나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장난감들과 블록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지인의 아이가 6살 남자아이라 자동차를 좋아할 것 같아서 일단 바퀴하나에 천 원은 하지 않을까 싶은 조그마한 토미카들을 리빙박스 한가득 모았다. 돈으로 계산하자니 꽤나 많이도 사줬던 것 같다. 하나하나 보면 다 추억이 담겨있지만 그걸 다 가지고 평생을 살 수 없으니 이쯤에서 안녕하기로. 그다음 건전지만 넣어주면 선로를 따라 자유롭게 운행을 하는 토마스기차 세트를 모아주고 이제는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인 몰펀블록도 챙겨두었다.



장난감을 꺼내서 정리를 하다 보니 이참에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은 게 또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흐흐.



은근히 버릴 것도 많았다. 그동안 아이들 방을 너무 방치했구나 싶었다. '맞아. 정리는 버리는 것부터지!' 하며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서 발을 딛는 순간 무언가 밟히는 것 같아서 얼른 발을 옆으로 옮겼다.


나 : "아악!!!"

첫째 : "엄마!!! 아악.. 어떡해.. 난 몰라."


그런데 하필..  다시 밟은 그 땅은 레고밭이었다. 방으로 들어오던 첫째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아팠다. 몸의 중심을 잃는 바람에 레고는 내 발바닥 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이에게 살려달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아니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아이의 얼굴에 발바닥을 내밀었다.


"에헤이. 엄마. 피난다."


레고는 역시 지뢰가 맞았다. 얇고 투명한 유리모양의 블록이었다면 그것이 산산조각 났겠지만 하필이면 그 정육면체의 네모진 블록을 미끄러지듯이 밟아버린 것이다. 그 덕에 내 발바닥 한가운데에는 못에 찔린듯한 구가 나버렸다.



이것이 바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겠지? 레고를 가지고 놀다 보면 그 네모모양의 블록이 참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또 이렇게 밟게 되는 순간이면 흉기가 따로 없다. 마음 같아서는 레고를 다 쓰레기봉투에 부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꿈을 위해 잠시만 더 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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