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지인의 아들에게 장난감을 물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장롱안과 방안 구석구석에 쌓아두었던 리빙박스들을 모두 꺼냈다. 역시나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장난감들과 블록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지인의 아이가 6살 남자아이라 자동차를 좋아할 것 같아서 일단 바퀴하나에 천 원은 하지 않을까 싶은 조그마한 토미카들을 리빙박스 한가득 모았다. 돈으로 계산하자니 꽤나 많이도 사줬던 것 같다. 하나하나 보면 다 추억이 담겨있지만 그걸 다 가지고 평생을 살 수 없으니 이쯤에서 안녕하기로. 그다음 건전지만 넣어주면 선로를 따라 자유롭게 운행을 하는 토마스기차 세트를 모아주고 이제는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인 몰펀블록도 챙겨두었다.
장난감을 꺼내서 정리를 하다 보니 이참에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시작이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은 게 또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흐흐.
은근히 버릴 것도 많았다. 그동안 아이들 방을 너무 방치했구나 싶었다. '맞아. 정리는 버리는 것부터지!' 하며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서 발을 딛는 순간 무언가 밟히는 것 같아서 얼른 발을 옆으로 옮겼다.
나 : "아악!!!"
첫째 : "엄마!!! 아악.. 어떡해.. 난 몰라."
그런데 하필.. 다시 밟은 그 땅은 레고밭이었다. 방으로 들어오던 첫째가 마침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너무 아팠다. 몸의 중심을 잃는 바람에 레고는 내 발바닥 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이에게 살려달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아니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아이의 얼굴에 발바닥을 내밀었다.
"에헤이. 엄마. 피난다."
레고는 역시 지뢰가 맞았다. 얇고 투명한 유리모양의 블록이었다면 그것이 산산조각 났겠지만 하필이면 그 정육면체의 네모진 블록을 미끄러지듯이 밟아버린 것이다. 그 덕에 내 발바닥 한가운데에는 못에 찔린듯한 빵구가 나버렸다.
이것이 바로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겠지? 레고를 가지고 놀다 보면 그 네모모양의 블록이 참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또 이렇게 밟게 되는 순간이면 흉기가 따로 없다. 마음 같아서는 레고를 다 쓰레기봉투에 부어버리고 싶었지만 아이들의 꿈을 위해 잠시만 더 참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