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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26. 2022

장애인 등록 후 5년이 지났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력은 그전부터 나빠지고 있었음에도 그렇게 장애인등록을 미룬 이유가 뭘까?


아마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떄문일 것이다.


나 조차도 장애인이라 하면 불쌍하고 비장애인과는 또 다른 세계의 사람 같았다.


가운데에 줄을 그어놓고 왼쪽은 비장애인이사는 세상, 오른쪽은 장애인이 사는 세상..


그 가운데 경계선에는 항상 내가 서 있었다.


예전에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줄만 알았다.


그렇보니 애써 장애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장애인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조금만 더 버티면 비장애인으로 더 누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비장애인의 틈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자격지심이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혀 경계선 이상으로는 더 이상 넘어가지 못했다.


비장애인의 벽은 내겐 너무 높았다.


벽에 부딪히고 넘어지고 쓰러지고를 반복하다 보니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비장애인이냐 장애인이냐를 떠나 그냥 나를 찾고 싶었다.


유난히 마음속까지 시린 어느 겨울날.


더 이상의 고집을 버리고 나를 찾기 위해 장애인 등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장애인 등록을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요했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을까..


검사하는 몇 시간 내내 의자에 앉아있는 것조차 나에게는 버거웠다.


검사기계에 반쯤 기대다시피 한 채 검사하는 내내 끙끙 앓는 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어떤 검사를 했는지, 몇 시간이 흘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감기 하나에 이렇게 힘들 수가..'


검사를 마치고 그 길로 내과로 향했다.


"폐렴입니다. 몸관리 잘하셔야 해요. 보통 젊은 사람은 폐렴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고기 잘 챙겨드시고 푹 쉬셔야 합니다"


서러움이 북받쳐 올랐다.


 장애인이 되었다는 슬픔도 잠시.. 내 몸을 먼저 추슬러야 했다.


내게는 나만 바라보고 있을 어린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며칠뒤..


남편과 주민센터로 향했다.


히 코끝이 시릴 만큼 추웠지만 햇볕만큼은 나를 감싸 안아주는 듯 따뜻했다.


도착한 주민센터에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걸치니 복지카드를 발급해 주었다.


이것만큼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어려울 것이 하나 없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병원 검사결과가 나를 장애인으로 확신시켜 주었다.


나는 그렇게 중증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사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나는 나였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과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달라진 것이라면 수도세와 전기세 할인 박물관이나 전시관에 가면 나와 남편은 할인을 해준다는 것?

어느 주차장에나 마련되어 있는 장애인주차면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비장애인의 끈을 놓으니 이런 혜택까지 생겼다.


사실..

그냥 눈이 나쁜 것과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병원에 가면 예전에는 그냥 눈이 많이 나쁘다고 안내를 부탁드리면 그냥 자연스러운 안내가 따라왔다면 지금은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갑자기 내 팔을 확 잡으시면서 과도하게 안내를 해주신다.


심지어 내 귀는 멀쩡한데 큰소리로 설명을 해주시곤 한다.


물론 감사한 일이다.


주변에 아는 아이 친구의 엄마들에게는 최근에 와서야 내가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비장애인이고 싶었고 나를 장애인이라고 조금이라도 멀리하거나 불편해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컸다.


"어머~ 언니 많이 힘드셨겠어요"


대게는 이런 반응이었고


한 엄마는


"언니 나쁜 생각 안 하셨으면 해요"


'음..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겠지?'


고맙긴 한데..


이 말은 장애인이 되면 많이 슬프고 우울해서 결국은 나쁜 생각을 하다가 목숨까지 내려놓을 수도 있으니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 같았다.


씁쓸했다


뭐.. 나도 그들과 같은 입장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막상 장애인 등록을 하고 보니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거나 우울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그냥 나는 나이고 슬플 때는 슬프고 즐거울 때는 한없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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