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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29. 2022

삼시세끼 해주기 힘든 내 새끼들

같은 배 다른 입맛

방학 이틀째.. 냉장고에 무쳐두었던 시금치와 파프리카, 양파, 햄을 다져서 볶음밥을 해줬다.


첫째 : "엄마 햄만 맛있는데 햄을 다 골라 먹으니 먹기 싫어.. 남기면 안 되지?"


둘째 : "엄마 나는 햄만 없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늘 이런 식이다


되도록이면 내가 해준 음식을 골고루 먹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한 끼를 만들 때 영양까지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아닌 날도 있지만...


삼시세끼 해주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삼시 세끼를 어떻게 맞춰주냐가 가장 큰 문제이다.


두 아이 모두 입맛이 너무나 다르다 보니 항상 고민이 된다



대충 예를 들자면..


삶은 계란

첫째 : 흰자를 버리고 노른자만 먹는다.

둘째 : 흰자만 먹고 노른자를 버린다.


핫도그

첫째 : 빵을 벗기고 소시지만 먹는다. 가끔 빵도 먹는다.

둘째 : 소시지는 남기고 빵만 발라먹는다.


스팸

첫째 : 스팸을 제일 싫어한다. 다른 햄은 다 좋아한다.

둘째 : 햄은 스팸만 먹는다.


소고기 뭇국

첫째 : 소고기만 골라 먹는다.

둘째 : 무와 국물만 먹는다.


치킨

첫째 : 뼈가 있는 치킨을 시켜달라고 한다.

둘째 : 순살치킨으로 시켜달라고 한다.


피자

첫째 : 베이컨과 포테이토가 들어간 피자를 시켜달라고 한다.

둘째 : 치즈만 들어간 피자를 시켜달라고 한다.


돈가스와 우동을 끓여주면

첫째 : 우동만 먹는다.

둘째 : 둘 다 먹는다.


떡만둣국

첫째 : 만두만 먹는다.

둘째 : 떡만 먹는다.


만두

첫째 : 찐만두를 해달라고 한다.

둘째 : 군만두를 해달라고 한다.


오븐 파스

첫째 : 치즈를 걷어내고 면만 먹는다.

둘째 : 치즈만 다 먹고 면은 남긴다.


그럼에도 둘 다 항상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김"이다.


티브이에 뽀통령이 있다면 우리 집에는 김통령이 항상 대기 중이다.


볶음밥이 맛이 있니 없니 투덜거리면 김 한 봉지 던져준다.

그러면 사자가 먹이를 낚아채듯 얼른 집어 들고는 맛있게 먹어치운다.

맛없는 음식도 맛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놈이다.



요즘 포켓몬스터가 인기가 많다.

집집마다 카드, 띠부실등을 모은다고 줄 서서 빵을 사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피카추돈가스를 사줘 봤다.

분명 첫째는 돈가스를 싫어한다.

하지만 피카추돈가스는 맛있다고 다 먹어치웠다.

둘쨰는 돈가스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피카추돈가스는 맛이 없다고 안 먹겠단다.

결국 김에 싸서 밥을 다 먹었다.




개학까지 아직 한 달이 남았다.


분명 내 기억으로는 내 배 아파서 낳은 아이들인데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나 싶다.

어떤 날은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이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건 아니겠지..'


가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투덜대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래도 애들이 있을 때가 좋을 때다~ 조금만 더 지나 봐라. 애들 크고 자기 할 일 바쁘고 하면 너랑 밥 먹을 시간도 없다.


그래..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힘든 것도 즐겨보자'




즐기긴 뭘 즐기나..

힘든 건 힘든 거다. 지금이 힘들다. 방학이 길다.

밥 해 먹기 힘들다.

오늘 저녁은 또 뭘 해 먹나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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