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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Jan 03. 2023

엄마의 마음

딸의 마음

대구에서 엄마가 오셨다.

평생을 일을 하셨고 지금도 일을 하시지만 쉬는 날이 길어질 때면 가끔 우리 집에 오신다.




신혼 초에는 캐리어를 끌고 나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대구에 갔었다.

그땐 엄마가 김밥집을 하고 있어서 새벽에 나가시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셨기에 나도 김밥집에 가서 일을 도와드리고 같이 들어오곤 했었다.

그래도 예전처럼 함께 있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 아기가 생기고 만삭이 되어갈 때쯤 엄마도 김밥집을 정리하셨다.

덕분에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더 자주 대구에 갔었다.

거의 매달 일주일 이상은 대구에서 살았던 것 같다.

첫 아이라 모든 것이 서툴기도 했지만, 엄마랑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요즘엔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고 해서 일주일씩 대구에서 지낼 수는 없다.

그래서 명절이나 양가 부모님의 생신 때만 대구에 간다.

그렇다 보니 엄마가 가끔 우리 집으로 오신다.




대구에서 엄마는 혼자 계신다.

오빠가 결혼한 뒤에는 더 많이 외로워 보이 신다.

식사만 해도 밖에서 주로 사람들과 사 먹거나 집에서 대충 때우시는 것 같다

이번에는 떡국도 끓여드시지 않았다고 했다. 혼자 계시니 더 그러신 것 같다.

우리는 신정에 떡국을 먹었지만 엄마를 위해 다시 끓였다. 소고기 고명도 얹고 계란지단도 얹어서 맛있게 끓여드렸다.

사실 맛은 내 생각이고.. 하하~


엄마는 우리 집에 오시면 바로 싱크대로 가신다.

오늘도 그러셨다.

국을 다 먹고 치우려는 내 손을 뿌리치시고는 얼른 싱크대로 가셨다

고속버스를 타고 오셔서 시내버스로 또 갈아타고 오신 길이라 피곤하셨을 텐데 설거지를 끝내시고는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리셨다.

속상했다. 늘 이런 식이다.

엄마집에 가도 그렇고 우리 집에 오셔도 그렇고 엄마가 다 하신다.

자연스레 싱크대로 가시는 모에 마음 한편이 시려온다.

나도 내 딸에게 그런 마음 시린 엄마가 되겠지..?


속상해하는 나에게 툭 던지신 엄마의 말씀

"원래 친정엄마는 싱크대 앞에서 쓰러지는 법이라더라."

재미도 없는 농담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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