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사탕 Jan 06. 2023

방학의 터널

마음을 점검해야 할 시간

육아라는 도로 위에서 빠르게 달리다 보면 길고 긴 방학의 터널을 지날 때가 있다.

그 터널이 얼마나 길고 어두울지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 터널에 들어서는 순간 칠흑 같은 어둠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적응을 하고 구에서는 까마득해서 보이지도 않는 출구를 향해 하염없이 달린다

가끔 느려터진 앞차와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렇다고 내가 바쁜 것도 아닌데 괜스레 짜증이 나는 건 왜일까?

모르면 몰라도 캄캄하고 답답한 터널을 어서 빨리 지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 일거다.




방학이라 들떠 있는 아이들과는 달리 하루종일 뭘 하며 보내야 할지 캄캄한 엄마는 하루의 짐이 무겁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과 놀아주다가도 금세 지쳐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에 이른다.

그래서 가끔 내가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이 유튜브를 보고 있어도 별말을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은 한결같아야 하는데.. 어떤 날은 부드럽게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이 포용해주는가 하면.. 어떤 날은 갑자기 버럭 화를 내기 하니 문제다.




그날도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과 나는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자기의 일을 방해한다면 왠지 모를 조바심과 짜증이 몰려올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을 방해하지 않고 있었.




글을 다 쓰고 나서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아까 먹고 그대로 두었던 간식의 흔적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는 간식의 흔적뿐 아니라 연필과 색연필, 그리고 종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뒤엉켜있었다.


"얘들아~ 여기 연필이랑 종이들 있는데 자기 거 얼른 치워줘~ 엄마가 식탁 좀 닦아야겠어~"


"아~ 그냥 거기 둬 엄마."


귀찮은 듯이 아이들이 대답했다.

식탁 위 과자봉지와 부스러기들을 치우다가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야~ 너네 티브이 끄고 일로 좀 와봐~!"


그제야 아이들이 주방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야~! 너희들은 하루종일 티브이만 보고, 엄마가 잠깐 오라는데도 오지도 않고.. 아까 가지고 놀았으면 아까 치웠어야지.. 너희가 좀 봐라.. 이게 엉망 같지 않니? 자기 물건 자기 책상에 가져가고 가서 책상도 좀 치워


나도 모르게 가속도가 붙어서 마구 쏘아붙였다.


그러자 첫째가 말했다.


"엄마 또 급발진한다. 그래놓고 나중에 또 미안하다고 할 거면서..."


만약에 남편이 있었더라면 어디서 엄마한테 말대꾸냐고 아이들을 혼냈을 것 분명하다.

하지만.. 첫의 급발진이란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맞는 말이다. 이게 바로 급발진이다.




등교하는 날에는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트러블이 생길 시간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방학과 동시에 아이들과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낯을 다 드러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급발진과 급브레이크를 기 일쑤였다.

그러고는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닌 것을 화냈다는 것에 자책을 하고서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방학터널이 길면 길수록 감속은 물론이고, 과속과 급발진을 예방하기 위해 미리미리 마음을 점검해줘야 한다.

때로는 졸음과 같은 지겨움이 몰려올 수 있다. 그럴 땐 '삐리리~'하는 호루라기나 무지개불빛처럼 색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것은 아이들이나 나에게 무방비 상태로 기나긴 터널을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고..

사실은 터널을 역주행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빗속의 그녀에게 무슨일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