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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Feb 19. 2023

아무렴 어때

괜찮아서 괜찮아

평소보다 늦잠을 잔 것 같다. 덩달아 양쪽팔에 붙은 아이들도 자석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몸을 겨우 돌려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손이 닿은 암막커튼을 살짝 들춰보니 눈부신 햇볕이 방 안으로 파고들었다. 8시는 훌쩍 넘지 않았을까. 어제의 흐림은 흔적도 없다. 내 마음속의 먹구름마저도 깨끗이 걷힌 기분이다. 해는 틀림없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사랑이 맞았다. 따스한 햇볕으로 나를 감싸 안아준다. 아무 걱정 말라며 속삭이는 것 같다.



그래 맞다. 구름은 항상 그 자리에만 있지 않는다. 그래서 다행이다. 하루종일 흐릴 것만 같다가도 문득 창밖을 내다보면 어두컴컴했던 하늘이 어느새 반짝이는 태양으로 나를 반겨준다. 내 슬픔도 그럴 것이다. 이따금씩 찾아오겠지만 또 금세 걷혀줄 것이다. 너무 걱정말자. 지금 내 옆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이들이 내 품에서 떨어질세라 자석처럼 붙어있지 않은가.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아이들이다. 엄마의 팔배게만 있으면 금세 잠이 드는 아이들 아닌가. 서로 내 무릎에 앉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게임을 할 때도 숙제를 할 때도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엄마이지만 꼭 옆자리에 앉히고야 마는 아이들이 아닌가



주방으로 나가서 아침을 준비했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메뉴다. 콩나물과 김치, 떡국떡, 국수와 밥을 넣고 갱시기죽을 끓였다. 내가 나오면 어김없이 깨서 나오는 첫째가 따라다니며 먹기 싫다고 투덜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냥 웃고 만다. 왜냐면 분명 잘 먹을 것을 알고 있으니까. 곧이어 둘째가 슬그머니 나와서 뒤에서 나를 살포시 안아준다. 어느새 이렇게 컸을까. 내 어깨만큼 올라온 머리가 느껴진다. 나중에는 이 집에서 내가 제일 작을 모양이다. 지금도 내 신발이 제일 작다. 하하.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나는 그래서 더 좋다. 가끔씩 먹구름도 찾아와 세상을 뒤덮을 때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것이다.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비출 때까지. 나만 그러겠냐 말이다. 그 구름은 내 머리 위에만 있는 게 아닐 거다. 세상에 숨 쉬는 모든 생명에겐 해와 구름이 번갈아가며 찾아올 것임이 분명하다. 다들 그렇게 산다. 힘들면 힘든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그게 삶이다.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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