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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Mar 06. 2023

마음의 격리

격리 3일 차부터 시작된 인후통 때문에 결국 4일 차에 동네 병원에 내원을 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격리기간 중에도 코로나환자 대면진료가 가능한 병원이라면 언제든지 내원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럴 거면 격리가 무슨 의미일까 싶도 하면서 힘들 때 수액이라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기도 하다.



의외로 대면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많았다. 그중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하고 아침 9시 전에 남편과 함께 출발을 했다. 물론 도보 5분 거리라 금방 도착했고 토요일이다 보니 병원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코로나 환자이다 보니 병원 안에서 기다릴 수는 없고 복도에 서서 기다려야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이해는 한다. 그래도 복도에 의자 한두 개 정도는 놔둬도 되지 않을까? 몸도 힘든데 50여분을 그렇게 서서 기다리는 게 참 서글프기까지 했다. 진료 후 주사와 수액을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죄를 지은적도 없음에도 죄인이 된 느낌은 그저 기분 탓이었겠지? 대면진료비로 평소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대접을 받지 못한 것 같아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렴 어떤가.. 일단은 내 목이 많이 좋아졌으니 그것 또한 감사해야 하겠지



이제 내일만 지나면 격리기간도 종료된다. 몸살기도 없어졌고 인후통도 사라졌다. 하지만 약을 너무 오래 먹어서 그런지 속이 매스껍고 무기력한 것 같다. 가래 또한 여전해서 약을 끊을 수가 없으니 더 우울한 기분이다. 7일간의 격리는 신체적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함께  격리가 되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매일이 격리엿던것 같다. 누구 하나 나를 감시하거나 나가지 말라고 한 적은 없지만 나 스스로가 집안에 머무르길 원했고 그러다 보니 거의 하루종일, 아니 일 년 내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지냈던 것 같다. 코로나로 7일간 격리하는걸 무척 힘들어하는 지인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몇 년을 어떻게 격리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물론 아이를 데리러 잠깐씩은 나갔지만 이번 일주일은 그것조차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갑갑하거나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주말에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내심 안타까웠다. 조금 더 크면 정말 아이들과 함께 놀 시간이 없을 텐데.. 매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에는 후회할 날이 올 것 같다. 불편함이 후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보자. 그래 나는 이런 사소한 것들도 용기를 내야만 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과 이 따뜻한 봄을 마음껏 누려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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