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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Mar 08. 2023

다시 돌아가야 해

누군가 말했다. 진통제가 몸속 여기저기의 통증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그래서일까? 속 쓰림과 위장장애로 결국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끊어버렸더니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짜증과 무기력함을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다.



불안하다.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면서도 하기 싫어진다. 그렇다고 뾰족이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바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일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럴 땐 그냥 누워서 쉬어야 하나? 아니다. 계속 누워있으면 그 늪으로 계속 빠져드는 일이다. 마음은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여전히 몸은 움직인다. 정해진 루틴대로 설거지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세탁기를 돌려서 세제까지 넣는다. 기계 같다. 이 정도는 머리의 생각이란 것이 없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조금 있으면 점심도 먹어야 한다. 하기도 싫고 먹기도 싫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 밥을 생각하니 알겠다. 나 혼자 있는 게 싫은 거다. 일주일을 그렇게 지지고 볶고 남편과 함께 있으면서.. 언제 회사가나 빨리 좀 가지 싶었는데 막상 또 혼자 남겨지니 그 외로움이 한 번에 달려드는 모양이다. 나는 항상 혼자였다. 혼자인걸 즐겼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진 지 오래였다. 지금도 다른 사람과 만나서 밥을 먹고 속에도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싫다. 지금은 그렇다. 원래는 나도 사람을 좋아했고 함께 여행을 가거나 밥을 먹는 게 좋았었다. 시력이 나빠진 이후로는 그게 싫다. 내 모습이 보이는 게 싫다. 밥을 먹다가 흘리는 게 싫고 신발을 찾는 게 싫다. 눈을 맞추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억지로 끄집어내는 게 힘이 든다.



이 모든 게 시력 때문이라 더 그렇다. 내 모습을 숨기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가끔은 속의 응어리가 되어 나를 괴롭힌다. 마음 한편에 꽁꽁 싸 메어 놓은 매듭이 풀려 흘러나올까 봐 두렵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것이 익숙한 줄 알았다. 아니었다. 나도 그냥 그런 사람이다. 가끔은 도망가고 싶고 모든 게 꿈이길 바란다.



코로나가 왔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놈이 지나고 나면 부작용이 남을 수 있다기에.. 차라리 그 부작용이 눈을 고쳐주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좋지 않은 작용을 하고 있다. 내 기분만 흔들어놓고 마음만 흩트린 채 가버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항상 그랬듯이 나는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하고 가족을 위해 웃어야 한다. 내 시력은 돌아올 수 없다. 하지만 내 마음은 돌아올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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