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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Mar 10. 2023

내리쬐는 글쓰기

둘째를 데리러 가는 시간에는 늘 긴장감이 맴돈다. 아파트 사이사이에 있는 건널 목을 건널 때마다 차는 오지 않을지.. 안전표지판에 부딪히지는 않을지.. 오며 가며 사람과 기둥에 부딪히지는 않을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나가기 전까지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은 포기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포기'라.. 누가 보면 대단한 일을 하려는 줄 알 테다. 겨우 고작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곳에 가는 것뿐인데 말이다.



그 무겁고 두려움에 가득 찬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글쓰기다. 나를 나 그대로 인정하고 글로써 한바탕 쏟아내고 나면 캄캄하고 무기력했던 기분마저도 햇볕에 바싹 말린 솜뭉치처럼 가벼워진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지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쓰고 또 쓰고 나면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그 솜뭉치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또 얼마나 물을 머금고 무거워진 채로 나를 기다릴지는 모르겠다. 그때마다 햇볕에 널어 말리듯 내 마음을 펼쳐서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길을 나서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휴대폰과 신용카드, 그리고 작은 간식으로 초콜릿이나 과자, 사탕 따위 한 개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이것 내가 조난당했을 때의 비상식량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내 빈손에 오리주둥이만큼 튀어나올 둘째의 입을 막을 용도이다. 항시 네 안에서 맴도는 몸뚱이다 보니 가방 따위는 아무짝에 쓸모 없다. 호주머니 두 개면 충분하다. 심지어 나는 절대 호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는다. 넘어졌을 때의 내 코와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두 손이 언제든 땅을 짚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보통은 신발 하나만 신으면 집 앞 어디든 갈 수 있을 테지만, 나는 그 신발을 신기까지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누구보다 더 은 용기를 내야 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자신감과 굳은 의지를 끄집어내서 함께 나와야 한다. 오늘처럼 글을 쓰고 난 다음이나 걱정을 한 바가지 퍼먹은 날은 생각보다는 바깥걸음이 가볍다. 내가 걱정한 것보다는 길이 잘 보이고, 걱정한 것과는 다르게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다친 적도 없다. 이럴 거면 차라리 걱정을 하는 것을 하루의 일과로 집어넣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기엔 내 마음의 그릇이 너무 작다. 역시나 나오고 보니 생각보다 기분 좋은 발걸음이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나를 감싸 안아주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이 나를 반겨줬다.


'아. 이래서 햇볕을 쫴야 우울증도 없어지고 의욕이 불타오른다고 하는구나.'


할 정도로 기분이 묘하게 좋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불타오르다가 작은 턱에라도 걸리기라도 하면 금세 깨갱거리고 만다. 침착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차히 걸어야 한다. 항상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심장의 쫄깃함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걱정과 우울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 모든 것을 나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때도 있다. 그런 나에게 젖은 솜뭉치를 햇볕에 말려주듯이 따스하게 다가와 주는 것이 글쓰기가 아닐까 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글을 쓴다.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다면 앞으로도 더더욱 써야 한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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