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다.

명량도 안 봤으면서

by 멜랑콜리

여행을 다녀왔다,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더군다나 회사에서 하루 연차까지 받게 되어 무려 5일 동안의 휴가였다.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사실 정작 연차를 받은 금요일에는 이것저것 계획했다가 아무것도 못했다.

아무것도 못한 이유는.. 비밀이다. 이야기하면 바보 같다고 들을 것 같아 겁난다.


토요일 저녁에 통영으로 출발했다.

통영은.. 전 남자 친구가 출장으로 자주 가던 곳이었다. 그냥 충무김밥 하나만 바라보고 갔더랬다.

저녁 5시 45분 버스. 전날 갑자기 생각나서 예매한 덕분에 간신히 얻어낸 티켓이었다.

밤 10시 도착. 급하게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아저씨한테 청주 한 잔을 받으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첫날은 무난했다.

그렇게 벼르던 충무김밥을 먹고 이순신 공원 가고 충무공의 동상을 보고.

조각 공원에서 조각상들 구경하다, 바다 구경하다 통영대교의 일몰을 구경했다.

이렇게 다녀가나 보다 했다.


웃겼다, 정작 나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돼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은 하나도 안 봤더랬다.

명량, 불멸의 이순신..

명량은 대기업의 횡포가 싫어서 안 봤고 불멸의 이순신은 고2 인가 고3을 핑계 삼아 안 봤었던 것 같다.

이따금씩 징비록이란 책을 보려고 펼쳐보긴 하지만..


그러다 둘째 날, 일이 벌어졌다.

케이블카 타겠다는 계획은 무산됐고 걸어가는 길마다 중간에 도보 도로가 끊겼다.

결국 30분 동안 버스를 기다려 목적지인 달아 공원에 도착했는데..

급체했다.

27살 인생에 응급차라니. 유럽 여행하면서도 약 한 번 안 먹었던 몸뚱이인데..

응급차도 처음이었다. 119 호출은 꿈에도 안 꾸었던 인생이었는데..

달아 공원 일몰은 고사하고, 저녁 8시에서야 병원에서 눈을 떴다.

그렇게, 통영 세계로 병원을 다녀갔다.


마지막 날은 무난 무난하게 케이블카도 타고 동피랑 벽화마을도 다녀왔다.

나 홀로 여행을 시작한 뒤, 그렇게 서두른 건 오랜만이었다.


여행은 무난했지만 허전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불만이 있었나 보다.

불만이라기 보단 혼자 여행하며 슬며시 드는 생각 때문이리라.

그 불만을 뒤로하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출근해야 했기에.

언젠가 다시 다녀오겠지, 그럼 불만은 조금 줄어들까.


그렇게, 스물일곱의 나는

편도 4시간 30분의 통영 여행을 다녀왔다.


저녁 7시 30분 다소 빠르게 서울 도착.

그리고는 단골 펍에 가 맥주를 주문했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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