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눈물은 무겁다.

by 안우진

엄마의 직장 근처 카페에서 두 시간이 넘게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와 만나는 건 오늘 예정에 없었기 때문에 그 오랜 기다림은 안 그래도 복잡한 내 머리를 더 혼란스럽게 하기엔 충분했고, 너무 강한 에어컨 바람에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엄마가 올 시간이 가까워지자 난 더욱 막중한 책임감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난 엄마를 말려야 한다. 엄마가 아빠를 떠나버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곧 병들어 죽을 것이다. 벌써부터 나는 머릿속으로 아빠의 장례식장 상복을 입고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엄마에 대한 죄책감 또한 커져만 갔다. 그동안 시달려왔던 엄마, 나는 그동안 모른 척 외면해왔다. 차라리 누군가 한 명이 바람을 피웠다거나 폭력을 써서 일이 이렇게 되었던 거라면 더 나았을 텐데. 왜 이런 상황 속에서 난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걸까. 이 일의 원인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어 하는 나는 여전히 정말 이기적인 딸이었다.


여섯 시가 조금 넘어 엄마가 카페에 들어왔다. 입구 근처에 앉았던 다른 사람을 나로 착각하여 실수로 잘못 인사했다며 머쓱해하는 엄마에게 대답 없이 나는 카운터에서 엄마의 음료를 시키고 돌아왔다. 곧 나갈 건데 아깝게 왜 음료를 시키냐며 나무라던 엄마에게 오늘 아빠와 했던 대화들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물론 엄마는 아빠가 울었다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 실소할 뿐이었다.


나는 머뭇거리다 엄마를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며 연습한 그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혼 조금만 더 생각해보라고 하면.. 엄마 나 미워할 거야?"



도저히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먹거리며 한 그 어눌한 말에 엄마는 몇 번을 제대로 듣지 못하다가 이내 이해를 했는지 잠시 대답이 없었다.



"너희 아빠가 불쌍하니?"


"응.."



다시 한번 생각해준다면 앞으론 본가에 더 자주 가겠다고, 그 꼴 보기 싫은 친척들도 내가 한 발자국도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빌어먹을 제사도 이젠 없애버릴 거라고, 집안일도 함께 도맡아 하겠노라고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그런 같잖은 설득의 말로 엄마를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그런 기약으로 엄마의 결심을 돌리기에는 엄마는 이미 너무 많이 병들어 있었다.


"내가 이혼하려는 건 사실 아빠 때문이 아니야, 너네 할머니랑 친척들 때문이지. 내가 여기서 그만둬버리면 큰 고심 끝에 내린 결심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거야. 엄마가 삼십 년 넘게 그런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언제 이혼이란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니? 내가 이번에 변호사를 찾아간 건 정말로 각오가 되어있기 때문이었어. 나는 지금처럼은 도저히...."



눈물을 흘리는 나에게 네가 왜 울고 있냐며, 뭐가 미안하냐며, 이게 다 자기들 때문이라며 되뇌는 엄마가 결국엔 참지 못한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울었다. 엄마의 눈물이 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아빠를 위해 엄마를 설득해봤자, 그건 엄마를 다시 지옥으로 끌고 가려하는 것과 뭐가 다른 거지?


나는 지금 낭떠러지에 있다. 내가 한쪽으로 조금만 몸을 기울이면 어느 한쪽이 죽는다. 그 사람이 죽으면 곧 나도 중심을 잃고 떨어져 죽어버리겠지. 그리고 곧 남은 사람도 죽을 것이다.





난 그날 하루 동안 아빠와 엄마의 눈물과 마주했다. 그 눈물이 떨어지기까지 고작 삼십 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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