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눈물은 무겁다.

by 안우진

직장인인 나에게 주말이란 참으로 기다려지는 시간이었지만 이제 난 금요일 저녁만 되면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일이면 또 아빠를 만나야 한다. 만남의 목적은 많이 달라져있었지만 내가 아빠를 보러 가는 그 의무감은 이전과 같았다. 하지만 사실 난 본가에 도착하는 그때까지도, 혹시나 아빠와 엄마가 마음이 약해져 결심을 뒤로하진 않았을지 기대 아닌 기대를 품고 있었다. 본가 마당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편지가 조각조각 찢어져 널브러져 있었고 오래된 콘크리트 바닥 사이로 잡초가 무성했다. 바닥만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오래된 폐가 같았다. 그 더러운 바닥이 마치 아빠의 미래를 투영하는 것 같아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두운 집 안에는 할머니와 아빠가 있었다. 쿰쿰하고 어두운 방 안 침대에 걸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던 앙상한 아빠가 오히려 할머니보다도 먼저 병들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빠 이야기 좀 하자."



나는 언젠가부터 늘 가족들과 하기 불편한 대화 주제는 피하려고 했다. 그건 분명 아빠를 닮은 탓이다. 어쩜 자식 셋 중 그 부분을 닮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 이유가 정말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탓인지, 아니면 어려서부터 먹고살기 바빠 자식 교육에 관심이 없던 부모님 때문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더 큰지 생각하다 보면 머리가 아파져 생각을 그만두게 되었다. 나는 서울에서 아주 가끔 본가에 내려오는 언니가 불편한 대화를 꺼리고 방 안에 숨어버리는 모습이 정말로 싫었지만, 우리 집 안 배경을 생각해보면 그녀도 마냥 비난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곤 했다. 하지만 이제 난 무엇이든 해야 했다. 그저 친한 척 실없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누구도 문제와 직면하려는 노력 없이 회피해왔던 우리 가족 사이를 이젠 수면 위에 꺼내놓을 때가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곧 그런 내 결심을 땅으로 고꾸라지게 만들었다.


식탁의자에 힘없이 내려앉은 아빠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요구했던 그 돈은 준다고 해라. 어젯밤 너희 오빠가 이전에 우리 때문에..."



아빠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흐느꼈다. 나는 그날 태어나서 아빠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아빠도 못내 막내딸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이 창피했는지 잠시 거실로 나가 숨을 헐떡였다.


나도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얼룩진 유리 덮개 아래 난해한 패턴의 식탁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순간 오빠가 옆에 있다면 뺨을 쳐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오니 셋이 이야기하자는 아빠의 말을 무시한 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생각 없는 오빠가, 아빠의 가슴을 찢어발겨놓았구나.


당장이라도 오빠에게 전화해 쌍욕을 퍼부어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갈 데까지 가버린 우리 가족의 사이가 이젠 돌이킬 수 없어질까 무서워 이내 휴대폰을 던져버렸다.


난 아빠가 불쌍했다. 가족들과 단 한 명도 친하지 않은 그 사람이 안쓰러웠다. 모든 것이 그의 업보였지만 정말 그가 가엾어 미칠 것 같았다. 이제 자신의 인생은 끝났다는 그 사람을 뒤로한 채 나는 당장 엄마의 일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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